‘박나래’, ‘김숙’, ‘송은이’, ‘안영미’, ‘이국주’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마녀를 부탁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저들 다섯 인물을 표현하는 수사 ‘마녀’. 별 새롭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여성 연예인들이 마녀로 불리어 왔다. 서인영은 그저 ‘소비’했기에 마녀였고,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성이 싫다고 장동민은 jtbc ‘마녀사냥’에서 말했다. 같은 의미에서 섹슈얼리티를 마음껏 내보이는 가슴춤의 안영미는 마녀가 아닐 수 없고, ‘가모장제’를 실천하며 가부장제를 미러링하는 김숙 역시 ‘마녀’라는 호명을 피하지 못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눈꼴셔 하는 ‘그녀’ 들은 모두 마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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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심적인 미디어에서 그녀들이 현현하는 ‘마녀스러움’은 홀로 빛난다 ⓒ SNL 코리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사이, 마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그리고 마녀라니. ‘마녀’라는 낙인은, 중세의 마녀사냥 당시 가부장적 해석에 바탕한 성경의 교리에 따라 만들어졌다. 허나, 성경의 교리는 가부장적이지 않다. 이를 해석해온 방식들이 가부장적이었을 뿐. 왜 영화도 있지 않은가? <주님은 페미니스트>라고. 마녀는 있지만 ‘마남’은 없는 이유를 우리는 교리에서 찾을 수 없다.

 

마녀라는 언어의 탄생은 오직 ‘종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교리를 말미암아 통제해야 했던 대상이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캘러번과 마녀’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는 말한다. 자본주의는 가부장제와 결합하며 노동력 통제와 관리를 위해 핵가족 모델과 프롤레타리아를 보조하는 ‘가정주부’ 모델을 만들어 낸다. 이때 ‘가정주부’는 공적인 영역에 등장하지 않고, 섹슈얼리티를 통제받으며, 철저히 분업화된, 그러니까 ‘허락된’ 일들을 수행한다.

 

이때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엮기 위한 방향으로 마녀 이데올로기가 유행한다. ‘마녀’는 가정주부라는 새로운 기표를 규정짓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이를 위해 여성을 통제하는 방편으로도 사용된다. 처벌이 아닌 교육으로 ‘마녀재판’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가부장제의 종언은) 마녀에게 부탁해

 

물론, 공적 영역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이 마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여성대통령’은 마녀재판대에 올라서지 않는다. ‘아버지의 딸’로서 ‘아버지’의 세계를 지키는 그녀는 전혀 가부장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 가부장제에 대한 위협이 존재해야 마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오늘날의 ‘마녀’를 단순 수동적 존재로 볼 수 없다. 그녀들이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곧 ‘마녀스러움’이 가부장제를 전복할 역동성을 지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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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마녀를 부탁해, 2월 16일 저녁 11시 첫방송

 

‘마녀는 오직 여성을 통제하는 언어’라는 본질주의적 접근이 위험한 것도 이 지점에 있다. 과거 아메리카 대륙의 통치를 위해 마녀사냥이 팽배했던 시기, 식민지의 여성 원주민인 ‘마녀’들은 유럽의 가부장적 문화에 반발한 자국 문화의 유지와 보존, 그리고 저항의 주체였다. 제국주의의 위협에도 오늘날까지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문화가 전승될 수 있었음은 그녀들의 영향 덕분이다. 억압당하는 주체들은 항상 저항과 전복의 가능성을 지닌다.

 

오늘날 마녀들 역시 그렇다. 그녀들은 가부제를 뒤집기도 하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마음껏 드러내기도 한다. 이들은 ‘걸크러쉬’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수많은 ‘여성’ 팬들을 거느린다. 누가 TV 속에서 ‘퓨리오숙’ 김숙이 재현되는 모습을 그저 수동적이라 말할 수 있는가. 비록 그 배경이 남성중심적인 미디어의 것일지라도 그녀들이 현현하는 ‘마녀스러움’은 홀로 빛난다.

 

‘마녀스러움’이 소비되는 모든 방식을 긍정할 수 없다. 이것이 오직 ‘소비’된다는 점에서도 역시 한계를 인정한다. 곧 방영될 ‘마녀를 부탁해’의 제목조차 대상으로서 (누군가에게) 다시 마녀’를’ 부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TV 속의 마녀를 어찌 읽을 것인가. 우리 또한 마녀를 같은 방식으로 읽을 것인가. 마녀스러움에는 힘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읽었다. ‘가부장제의 종언을 마녀에게 부탁해.’ 

 

대표이미지. SNL

글. 압생트(9fif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