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각 대학에서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열렸다. 대부분 등록금이 동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적어도 오르진 않았으니 ‘동결’에 감사해야 하나. 그러나 대학의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학교의 고압적인 태도에 분통을 잇달아 터뜨렸다. 1월의 등심위,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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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오늘

 

학교에 돈이 없으니 이해하라?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여러 근거에도, 학교 측은 학교에 돈이 없으니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등록금 인하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근거를 명확히 밝히면 학생 측도 납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 수입과 적립예정액은 오히려 늘고, 사학 재단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납금은 여전히 산재해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에 따르면, 연세대는 교육부의 조치에 따라 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특별전입금이 있으나 이를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는 최소 100억 원을 받아야 하지만 예산에 적힌 환수 예상액은 10억에 불과했다.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창구가 있음에도, ‘노력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시에 학교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달라며 학생들만의 ‘노오력’을 요구하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국가장학금Ⅱ 유형, 시간 강사비와 학생지원비 삭감, 경비 인력 감축 등으로 학교의 적립예정액이 95억에서 114억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학교의 등록금 수입도 12억 늘어났다. 학생들과 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예산은 거침없이 깎아버리고, 늘어난 돈은 쓸 곳이 있으니 등록금 인하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경희대학교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지원비, 실험실습비, 교내장학금을 비롯한 예산은 약 79억 감소했다. 학교의 적립금이 국내 대학 중 상위권임에도 학생들을 위한 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이런 상황에 등록금이 동결이라면, 이는 ‘실질적’으로 인상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학생예산 15억 확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답은 정해져 있어, 너넨 동의만 해

 

학교 측이 이렇게 불공평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이유, 등심위 자체가 학교에게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학생 측은, 학교에서 고용한 전문가 위원이 학생 측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따라서 학생 측은 학생이 추천한 전문가도 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묵살당했다. 학교가 고용한 전문가라고 해서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단 이 대학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고등 교육법 시행령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2조에 따르면,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위원의 수는 전체 위원 정수의 2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되고, 학생 위원의 수는 전체 위원 정수의 10분의 3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전국 대학 등심위 위원 구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학생 위원의 비중은 전체의원의 약 36%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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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무엇을 위해 등심위는 존재하는가

 

학교는 등심위가 ‘학교의 안’을 심의하는 위원회이지 ‘학생의 안’을 받아들이는 위원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학생 위원들이 제시한 인하안은 표결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연세대 총학은 등심위 진행 중에 학교로부터 “세상 어느 나라에서 학교가 학생들과 등록금으로 줄다리기를 하느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등록금을 내는 건 학생인데,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등록금의 부담을 떠안고 있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발언이다. 등록금이 사립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서울대조차도 학자금 대출자가 42%나 늘어났다고 한다. 게다가 학교 측이 ‘동결’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위원회 파행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물으며 표결을 일방적으로 요구한다. 등심위는 학교의 등록금을 납득시키기 위해 열리는 구색용 회의인가.

 

등심위가 각 대학에서 처음 운영되기 시작한 이후로 약 5년이 흘렀다. 그러나 등심위는 규칙조항이므로 법적 강제력이 없기에, 학교 측은 이를 도의적으로 열어주는 ‘행사’ 정도로 여긴다. 학교의 예/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학교 측의 성실한 자세와 함께, 학생들이 더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등록금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와 학생 간의 비민주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표이미지. ⓒ 넷플릭스, ‘마르코 폴로’

글. 베르다드(qwerty925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