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다.”

 

뭇 남성들의 판타지다. 게임하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여성과의 만남을 꿈처럼 그린다.

 

“여성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

 

게임 개발사의 포부다. 남성 유저만으론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개발사는 남성 유저 게임 접속률을 예측 가능한 기본값으로 여기고 여성 유저를 게임에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를 수익 변화를 좌우하는 변수로 여기기도 한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여성을 찾고 있다.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게임에서 드디어 여성이 가시화된 것처럼 보인다. 한 명의 유저로, 소비 주체로 여성지위는 향상된 것 같다.

 

하지만 게임에서 여전히 여성은 이방인이고, 주인은 남성이다. 2월 15일에 방송된 파이널판타지14 레터라이브 제8화는 남성 개발자와 남성 유저가 게임하는 여성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예다.

 

파이널 판타지14(아이덴티티모바일, 이하 ; 파판14) 최정해 사업팀장과 허준 과장은 파판14와 관련된 소식을 전달하는 레터라이브에서 여성 유저의 비율이 게임 전체의 33%이며 특정 서버에서는 50%를 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최 팀장은 “파이널 판타지14를 하면 여성분과 커플이 되면서 솔로를 탈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허 과장은 “중매게임이 될 수 있다”라며 “사랑의 짝짓기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할까요”라고 대답했다.

 

캡처

문제의 발언은 1시간 4분 50초부터 들을 수 있다 ⓒ 아이덴티티모바일

 

이후 게임 내 콘텐츠 이용 동향과 관련한 대화에서 최정해 팀장은 레이드(보스 캐릭터를 사냥하는 난이도 높은 게임 콘텐츠) 이용 비율이 낮다면서 그 원인을 “여성 유저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저들이 난이도 높은 레이드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고 게임 내 풍경을 구경하던지 채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 이유를 “여성 유저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대부분 게임에는 유저들이 조직하는 모임이 있다. 모임을 운영하는 남성 유저들은 “여성 유저 환영”과 같은 모집 광고를 내걸곤 한다. 이때 게임을 하는 여성은 ‘유저’로 여겨지지 않는다. 단지 남성을 끌어들여 모임의 규모를 키우는 ‘수단’으로 취급된다. 게임하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게임하는 주체가 아니다. ‘레벨’(게임 내 등급)이 중요한 게임에서도 여성은 레벨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단지 연애가 가능한 대상으로만 규정된다. 최 팀장과 허 과장의 발언은 “여성 유저 환영” 모집 광고의 의도와 별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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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여성은 주로 성적인 이미지로 소비된다. 정작 사냥과 같은 콘텐츠에서는 여성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 파이널판타지14 캐릭터 생성화면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

 

몇 달 전 게임 ‘사이퍼즈’의 한 유저가 여자는 다루기 쉬운 원딜(원거리 딜러 : 원거리에서 적을 타격하는 직업)만 하라고 말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여성 유저가 많아서” 레이드 이용 비율이 낮다고 말한 최 팀장의 발언은 사이퍼즈 게임 유저의 발언과 다를 바 없다. 두 발언 모두 여성은 게임을 못한다는 편견이 깔렸다.

 

여성이 레이드 콘텐츠를 어려워해서 “풍경이나 즐기며 채집하는” 활동을 하는 게 아니다. 한 유저는 파판14에서 레이드 콘텐츠 이용률이 낮은 이유를 유인 요소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임 초기에 이미 높은 등급의 장비를 유저들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 장비가 레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비보다 좋았기 때문에 굳이 레이드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풍토가 굳어져서 이후에 유인요소가 생겨도 레이드를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일 뿐 여성이 콘텐츠를 어려워서 접근 못 한 것이 아니다. 2부에서 진행자는 여성 유저 비율이 높다는 말은 ‘아재 게임이 아니다’라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 여성 유저를 ‘연애 대상’으로 보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화난 유저의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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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게임을 즐기는 한 유저다. 분노는 당연한 반응이다  ⓒ 노루 트위터

 

이처럼 게임 내에서 여성은 자신의 진짜 실력과 상관없이 항상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되고 남성의 가르침이 필요한 맨스플레인의 대상이 된다. “게임을 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다”라는 말에는 ‘단, 너보다 내가 잘하는 게임’이라는 말이 생략돼 있다. “여성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말에는 ‘여성은 남성보다 게임을 못 한다.’라는 편견이 전제돼 있다. 게임은 캐릭터 레벨로 평가받는다. 노력이 성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게임은 비교적 공정한 공간일 수 있다. 하지만 ‘레벨’로 평가받는 공간인 게임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성별로 차별당한다.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

 

글. 참새(gooook@naver.com)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