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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학생이 투표율이 높다고? 그런데 말입니다

2012년 4월 11일, 19대 총선에서 야권이 패배하자마자 SNS에 20대 투표율에 대한 괴담이 돌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대 총선 20대 투표율 27%, 20대 여성은 8%.’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이 괴담은 삽시간에 ‘진실인 것처럼’ 퍼지면서 투표하지 않은 20대와 여성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역시나 괴담은 괴담이었다. 같은 해 6월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연령대별 투표율에 의하면 20대 투표율은 40%를 상회했다. 20대 전반은 45.4%, 20대 후반은 37.9%로 2008년의 18대 총선에 비해서 각각 12.5%p, 13.7%p 상승한 수치였다. 연령대별로 따져 봤을 때 가장 투표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20대, 젊은 층이었다.

 

4년 후, 또 한 번의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투표율 괴담’이 돌고 있다. 프랑스 대학생 투표율과 우리나라 대학생 투표율을 비교한 SNS 글의 캡쳐본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트윗 내용 전문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 대학 등록금 싼 거 부럽지? 프랑스 대학생 투표율은 약 83% 이상이다. 정치인이 대학생 눈치가 안 보일 수가 없지. 반면, 대한민국은 36%쯤 된다. 너희 같으면 대학생 눈치 보이겠냐?”

 

뒤돌아보니, 이번에 처음 본 내용이 아니다. 이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화제가 된 내용이었다. ‘프랑스 대학생 투표율’이라는 검색어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이 괴담을 그대로 받아서 인용하는 교수님도 계시고, 대학생들 스스로도 투표 독려를 위해서 이 괴담을 ‘프랑스 대학생처럼 우리도 투표하자’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6년 초 보도된 <국제신문>의 기사에서는 아예 “이 말의 사실 여부를 떠나 투표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식으로 정당화를 하고 있다.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단다.

 

그래서일까? 이 괴담의 진실 여부에 대해서 제대로 따지고 들어간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 사실 여부를 가리지 않으니, 처음 괴담이 나온 지 4년이 지나도록 괴담이 그대로 돌면서 막 쓰이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는 진실 검증, 이 기사에서 한번 해 보려고 한다.

 

쟁점 1: 프랑스 83%, 대한민국 36%는 진실인가?

 

일단 ‘20대 투표율’도 아니고 ‘대학생 투표율’을 가지고 비교한다는 것이 의아하다. 선거인명부로 유권자의 연령은 알 수 있어도, 그 사람의 직업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투표율 공식통계에 연령별, 성별 집계는 나오지만, 직업별 집계는 나오지 않는 이유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열심히 구글링을 해 보았더니, <르몽드>의 불어 기사가 하나 나오기는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내일>쯤 되어 보이는 잡지 <대학생(l’Étudiant)>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한 이 기사에서는, 다가올 선거에 프랑스인 전체 중 68%가 투표 의사를 가지고 있는 반면, 대학생은 61%만이 투표 의사를 가지고 있어 투표 의사가 낮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학생 투표율’에 대한 공식통계는 당연히 없지만, 연령별 투표율 공식자료는 당연히 있다. INSEE(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그래프 참조)를 보면, 출생연도가 1985-1993년(당시 만19~27세)인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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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EE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와 2차 결선투표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두 번 모두 투표한 유권자(그래프의 옅은 회색 부분)를 기준으로 1985-1993년생 투표율은 65% 내외임을 알 수 있다. 1차 투표에만 참여한 유권자(진한 회색 부분)와 2차 투표에만 참여한 유권자(옅은 분홍색 부분)를 합쳐야 겨우 80%가 좀 넘는다.

 

그러나 두 번 중 한 번만 투표한 사람까지도 포함해서 투표율을 그렇게 세는 것이라면, 한 번 선거에 참여한 사람만 세야 하는 한국 선거와 직접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높고 어느 쪽이 낮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어땠을까. 프랑스 대선과 같은 해인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의 경우를 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통계에 따르면 20대 투표율은 68.5%였다. 전체 투표율 74.8%에 비해 조금 낮았지만 17대 대선의 투표율과 비교하면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연령대별 상승률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쟁점 2: 프랑스 청년들은 프랑스 평균만큼 선거에 참여하는가?

 

같은 대통령선거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프랑스와 우리나라 젊은층의 투표율이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한국 20~30대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조금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프랑스 청년들은 프랑스 평균만큼 선거에 참여하는가? 그것이라도 확인되어야, 한국 청년들이 투표 안 한다고 욕먹는 게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INSEE 통계자료를 인용한 위 그래프를 보자. 표 제목을 우리말로 대강 번역해 보면 “노년층(les plus âgés)과 아주 젊은 층(les très jeunes)이 대통령선거에 더 많이 기권했다”는 것이다.

 

OECD 자료에서도, 프랑스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젊은 층(만19~24세)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층(만25~50세)의 투표율과 비교해 86%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의 연령별 투표율(voter turnout in France by age)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해보면, 프랑스에서도 꾸준히 청년층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링크, table 4 참조).

 

쟁점 3: 젊은 층이 투표율이 낮은 게, 욕할 일인가?

 

여기까지 읽은 몇몇 분들은, ‘그래서 투표 안 하는 게 자랑이냐?’ 식의 반응을 보일 법도 하다. 물론 젊은 층이건 다른 연령대건 투표율이 높아지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좋은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층이 투표율이 낮다고 해서 그들에게 욕을 하며 왜 투표를 하지 않냐고 묻거나 다른 세대와 비교하는 식으로 행동하라고, 민주주의 사회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투표율 괴담을 ‘미러링’해서, 다소 ‘외국편향적’으로 프랑스 혹은 해외와 우리나라에서 ‘낮은 투표율’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비교해보겠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 지식인이나 정치인, 담론 주도층이 20대의 낮은 투표율과 정치적 무관심을 지적하면서 ‘20대 개새끼론’까지 만들어낸 반면, 구글링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한 기사는 이 문제를 조금 더 합리적으로, 그리고 누군가를 무작정 비난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낮은 투표율은 젊은 층이 낡은 프랑스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해해줄 것이라는 신뢰감을 주지 않는 정치인 집단을 거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는 주거나 고용에의 접근권을 갖지 못한 상태다.” (의역)

 

젊은 세대가 투표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덜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직접적인 형식으로 하는 정치적 참여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적극적이라는 논의도 있었다(figure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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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mocratic Audic

 

이와 같이 2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것은 일반적으로 ‘비판의 대상’으로 다뤄지기 이전에, ‘왜 그런지 이해해야 할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자들이 연령대별, 성별 투표율 차이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이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까닭은, 투표율이 낮은 연령대나 낮은 성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낮은 투표율은 그 집단이 해당 국가의 정치와 민주주의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기 때문에, 집단별로 투표율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투표율이 낮은 연령대 혹은 특정 집단을 발견했을 때 해야 하는 것은 그들을 비난하고 투표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정치적 효능감’을 갖지 못하는지를 따져 보고 그러한 배제 상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투표를 백날 해도 내 삶이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면, 투표를 하러 몸을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인 행동 아닌가?

 

쟁점 4: 프랑스 등록금 낮은 게 높은 대학생 투표율 탓이라는 상관관계는 성립하는가?

 

대학생 투표율이 높으면 대학생 등록금이 싸진다는 이 엉뚱한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이 논리를 확실하게 논박한 이송희일 감독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인용하며 마치고자 한다.

 

“프랑스 대학의 무상교육이 정말로 대학생들이 100% 투표해서 만들어졌나? 그거 투표로 된 거 아니다. 1968년 5월 혁명이 만들어낸 거다. 투표소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만들어졌고, 지금의 프랑스 노인들이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다. 정치의 모든 걸 투표소로 환원하고 싶겠지만, 현실 정치는 그렇게 단순 셈법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이렇게 살인적으로 높은 이유가 정말로 대학생들의 투표율이 낮아서인가?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그거 90년대 신자유주의를 적극 끌어안으면서 무방비 상태로 치솟게 된 거다.”

 

대표이미지. CJ ‘헬로비전 헬로모바일 다이렉트 LTE 세대편’

글.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3 Comments
  1. 익명

    2017년 4월 25일 11:02

    개소리 잘 봤음!
    ㅋㅋ
    대학생 투표 독려 하기 위해 등록금과 연관시켰는데 별 상관없다는 거지?ㅋㅋ

    근데 글쓰는 너도 그 말의 본질은 뭔지 잘 알텐데 ㅋㅋㅋ

    • 익명

      2017년 5월 9일 14:03

      의도가 좋다고 해서 내용을 왜곡하고 그래도 됩니까?

  2. 익명

    2018년 10월 24일 15:37

    잘 읽었습니다.
    물론 급속도로 변해온 사회 구조가 대학등록금을 비롯한 수 많은 청년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2-30대 정치참여율, 세대 간 존중과 배려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원인을 한 군데에서만 찾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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