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지난 4년을 회상해본다. 대학 시절 나는 뭘 했을까. 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못 먹으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을 못 먹었다. 못 먹는 이유는 다양했다. 사장이 밥을 안 줘서 못 먹었고, 사장이 못 먹을 밥을 줘서 못 먹었다. 밥을 먹을 수 있어도 식대를 아끼려면 못 먹었고 먹을 게 있어도 상사가 눈치를 줘서 못 먹었다.

 

알바는 무엇을 먹나

 

#이모 님은 남이 먹던 고기를 드셨다

 

19살.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했다. 첫 알바로 숯불갈비 식당의 홀서빙 알바를 했다. 불판을 나르고 고기와 반찬을 내가고 상을 치웠다. 5시부터 10시까지 일을 했는데 식당에서 4시간 일하는 알바생의 밥은 없었다. 홀에서 같이 일하는 이모는 상을 치우다 꼭 손님들이 먹다 남긴 고기를 한 접씩 주워 드셨다. “너도 먹어봐. 이걸 왜 남기고 가니” 이모는 남이 먹던 음식을 너무 자연스럽게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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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밥은 좀 잘 챙겨주세요 ⓒ알바천국

 

모르는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은 더러울 수 있고 그걸 먹는 행동은 수치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더럽고 수치스러운 건 종업원이 손님이 먹던 음식을 먹게 하는 환경이었다. 일은 고됐고 일을 하려면 뭔가를 먹어야 했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적은 알바생에게는 식사 시간대가 알바시간에 걸쳐 있어도 노동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밥이 없었다. 

 

#내 시급보다 비싸신 음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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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K툰 – 개드립만화

 

20살, 서울 ‘o’동에 위치한 백화점의 푸드코트에서 평일 주5일 알바를 했다. 학교를 다시면서 주5일 마감조 저녁알바를 하려면 학교수업은 오후 4시 전으로 몰아서 들어야 했다, 몰린 수업에 점심을 제대로 챙겨 먹을 여유가 없었고 종일 굶다가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면 식사 시간은 휴게 시간에 포함돼 시급은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당시 푸드코트의 웬만한 음식은 내 시급보다 비쌌다. 시급을 받는 것보다 시급보다 비싼 음식 님을 먹는 게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드코트 음식 님이 내 시급보다 비싸니 음식 님이라 할 수밖에. 

 

#나도 남이 먹던 음식을 먹었다

  

21살, 돌잔치 서빙 알바를 했다. 식사시간과 식대는 따로 없었다.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홀에 남아 있는 음식이 있으면 식사시간이 있었다. 뷔페식이라 음식은 더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누가 먹다 남긴 거였고 이미 차게 식은 음식이었다. 그나마 그거라도 먹으면 다행이다. 남은 음식이 없으면 알바생들의 식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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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는 잔반처리기계가 아닙니다..

 

#쉰밥은 먹을 수가 없었다

 

23살. 한식뷔페에서 평일 오전 알바를 했다. 휴학하고 오픈조로 일을 시작했다. 아침 7시 반까지 유니폼을 갖춰 입고 머리 손질을 마치고 홀에 나와서 일을 시작했다. 출근해야 일러 아침은 못 먹는 경우가 허다했다. 끝나는 시간은 오후 3시였고 오후 3시까지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식사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밥 시간이 없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식사시간을 해피밀(happy meal)이라고 부르는데 해피할 수가 없다. 이곳 직원들이 먹는 밥은 쉰내가 나고 그마저도 부족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운운하던 사장님은 가족에게도 쉰밥을 줄까. 

 

누가 나를 못 먹게 해

 

한국의 알바는 알바끼리도 급이 있다. 텃세를 부리는 것은 기본이며 때론 매뉴얼과 직위를 이용해 점장이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권력으로 잡히는 암묵의 질서는 인격에 수치심을 준다. 특히 이 질서가 먹는 것과 관련될 때 그 수치심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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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할 때 먹는 밥은 눈칫밥. 진짜 서럽네 ⓒ알바몬

 

#같은 알바가 못 먹게 해

 

푸드코트에서 일할 때, 하루는 미고랭이 먹고 싶었다. 면과 숙주와 고기가 간장에 볶아진 맛이 좋았다. 보통 손님들은 미고랭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고기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소고기가 들어간 미고랭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요리사 알바는 “너는 직원이니까 닭고기 먹어”라며 닭고기 미고랭을 줬다. 직원들은 원가가 싼 닭고기만 줄 수 있단다. 그런데 점장님 미고랭에 담긴 소고기는 뭘까. 보통 요리사 알바는 같은 알바 사이에서도 ‘갑’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

 

#점장이 못 먹게 해

 

사내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 기업은 오전마다 직원들에게 간식을 제공한다. 간식바구니는 카페에 있다. 나도 간식을 몇 개 집어왔다. 기업 직원들은 카페 알바생이 간식을 몇 개 가져간다고 아무 신경 쓰지 않았다. 간식이 항상 많이 남기도 했다. 그런데 카페 매니저는 카페 알바생들이 간식을 먹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간식을 가져가는 알바생을 불러 혼내기까지 했다.

 

4년 동안 못 먹으며 알바를 한 곳은 식당, 뷔페, 푸드코트, 카페였다. 음식은 차고 넘쳤다. 그런데 알바들을 위한 몫은 없었다. 알바를 하면서 4년 동안 맘속으로 소리쳤다. ‘이 뭐 같은 세상,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은 좀 챙겨줘라’

 

*이 기사는 세 인터뷰이의 경험담을 재구성했습니다. 

대표이미지. ⓒ 알바몬

글. 김연희(injournaly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