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핫’한 시대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을 맞닥뜨리게 된다. 의견들은 극과 극을 달리지만, 대부분은 글자의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여기, 텍스트가 아닌 시각예술의 모습으로 페미니즘을 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3월 중으로 페미니즘시각예술잡지 ‘소문자에프’의 창간호를 발간할 예정인 ‘소문자에프’의 기획자 세 명(미희, 채은, 혜원)을 인터뷰했다.

 

‘소문자에프’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f : 작년 여름부터 준비했어요.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콘텐츠들이 말도 안 되는 성(性) 대결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관련 콘텐츠의 종류도 한정적인 것 같고. 그러던 차에 ‘메갈리아’가 나왔어요. 메갈리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고 ‘미러링’의 취지에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러링이란 건 비출 대상이 없으면 지속할 수가 없잖아요. “미러링 다음 단계에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다 <소문자에프>를 기획했어요.

 

다들 원래부터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f 미희 : 어렸을 때부터 ‘여자애가 너무 드세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정규 교육과정이 사실 고정된 성 역할을 학습하는 장이잖아요. 거기에서 전 항상 ‘모난 돌’이었죠. 그 정도의 관심만 있다가 작년에 휴학하면서 다른 학교의 여성학 수업을 청강했어요. 그런 와중에 메갈리아가 생기고 하면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어요.

 

f 혜원 : 페미니즘에 관심은 있었지만, 저를 페미니스트로 규정한 건 인터넷상의 페미니즘 붐의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페미니즘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거든요.

 

f 채은 : 2년 전쯤에 우연히 여성학 강의를 들은 것을 계기로 관심을 가졌어요. 그런데 지금처럼 페미니즘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과 터놓고 이야기하게 된 건, 메갈리아를 포함해 인터넷상에서 일어난 페미니즘 붐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소문자에프’를 만들면서 구체적으로 정체화한 것도 있고요.

 

f 미희 : 저희 셋이 원래 과 친구이긴 했지만 페미니즘 이야기를 한 적은 없거든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 것 같아요.

 

 

48860-2

창간호의 카툰 ‘Hello V-Friends?’. ‘보지’를 형상화한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 소문자에프

 

잡지 이름인 ‘소문자에프’는 무슨 뜻인가요?

 

f : 페미니즘은 어쨌거나 ‘-ism’, ‘주의(主義)’잖아요. 표기할 때도 대문자를 써서 ‘Feminism’이라고 쓰고. 그런데 벨 훅스라는 페미니스트가 말하길, “페미니즘은 학문이자 운동이자 정신이자 인식론이고, 모든 실생활에 닿아있고 역사 속에서 변화하는 것이니까 대문자가 아니라 소문자로 표기해야 한다”라고 했어요. 그 말에 공감해서 거기서 따왔어요.

 

일반적인 잡지와는 다르게, 만들 때마다 함께할 멤버를 새로 모집하는 방식이라고 들었어요.

 

f : 저희는 ‘소문자에프’가 잡지라기보다는 다양한 페미니즘을 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해요. 사실 시작하면서 “’소문자에프’는 페미니즘 가운데 어떤 분파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페미니즘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페미니즘 안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있고, 그 다양성이 페미니즘의 강점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의미에서 고정 멤버를 받아서 하는 것보다 만들 때마다 다양한 목소리들을 모으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잡지에 실리는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f : 멤버가 어떤 작업을 하고 싶다 했을 때 그걸 된다/안 된다 판단하지는 않아요. 대신 코멘트를 해요. 그런 식으로 객원멤버들과 저희가 모든 작업을 콜라보로 진행했어요. 마치 합주처럼요. 오프라인에 모여서 작업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다른 멤버가 하는 작업 설명을 듣고 흥미가 생겨서 함께 한 경우도 있었어요. 각각 유럽과 한국에 있는 멤버가 콜라보하기도 했어요.

 

커버합성2

ⓒ 소문자에프

 

창간을 위해서 텀블벅으로 모금을 받았어요. 목표가 1,000만 원이었는데 116% 달성으로 마무리가 됐네요. 홍보는 어떤 방식으로 하셨나요?

 

f : 처음엔 메갈리아를 통해 홍보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홍보를 해야 할 때 메갈리아가 여러 사건들 때문에 많이 와해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1,000만 원 달성 못 할 줄 알고 ‘사비를 털어야 하나’, ‘적금을 깨야 하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모금이 잘 되었어요.

 

창간호의 주제가 ‘발화’예요. 어떤 의미인가요?

 

f : ‘소문자에프’ 잡지 자체와 페미니즘 전체로 보았을 때는 먼저 페미니즘에 관해서 입을 뗀다는 의미의 발화(發話)가 있어요. 입을 뗌으로써 피어나고(發花), 말하고 피워내는 자체가 페미니즘 운동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고(發火) 생각해서 ‘발화’라는 주제를 잡았어요. 개인적으로 들어가 보면, 페미니즘과 연관된 작업이 처음인 사람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페미니즘 작업을 처음 시작했다는 의미도 들어가 있어요.

 

48860-4

창간호의 목차 ⓒ 소문자에프

 

창간호에 실린 작품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나요?

 

f : 데이트폭력 생존자의 작품이 있어요. 이번 작업 구상을 할 때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저희가 첫판의 멤버들을 모집할 때 한 분씩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도 “하게 될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냥 끌려서 나와봤다”는 식으로 말씀하셨거든요. 작업하시면서 생각이 변화하고 위로받기도 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아서 가장 인상 깊었어요.

 

‘소문자에프’를 특별히 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독자층이 있나요?

 

f :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지만 잘 모르는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어쨌거나 페미니즘이 여성학이라는 학문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잡지를 통해서 재밌는 것으로 풀어놨으니까 <소문자에프>라는 창구를 통해서 페미니즘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48860-5

‘소문자에프’의 기획자 세 명. 왼쪽부터 채은, 미희, 혜원

 

‘소문자에프’라는 잡지를 내는 것 외에도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f : 우선 잡지를 여러 번 내다보면 작업물이 쌓일 테니 그 작업물로 전시를 해보는 걸 생각해보고 있어요.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해서 관련 굿즈를 팔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먼 미래에는 페미니즘으로 온리전(주로 서브컬처에서 같은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2차 창작물을 공유하거나 판매하는 행사)을 꼭 해보고 싶어요.

 

‘소문자에프’를 읽게 될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f :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고 관련 활동을 한 이후로 헤테로 남성으로부터 “나는 원래 페미니즘이 나쁜 건 줄 알았는데 너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라는 말을 들었어요. 이 말처럼 페미니즘에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주었으면 해요. 지금은 편견이 많아 페미니즘 관련 이야기는 아예 듣질 않는 분도 있잖아요. 저희 잡지를 보면서 학문이 아닌 일상의 영역에도 페미니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걸 계기로 페미니즘에 작은 관심이라도 가지게 되면 좋겠어요. “이게 페미니즘이야”가 아니라 “이것도 페미니즘이야”라고 말하고 싶어요.

 

특성이미지. ⓒ 소문자에프

글. 아레오(areoj@daum.net)

사진. 이켠켠(gikite9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