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가 좌석차등제를 3월 3일부터 실시한다. 좌석 위치별로, 시간대별로 티켓값이 달라진다. 아이돌 연습생도 A~F까지 나누고, 노동자도 고성과자 저성과자로 나눠서 해고하는 마당에 그깟 영화 좌석 등급 나누는 게 무슨 대수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왠지 기분이 나빴다. ‘왠지 기분 나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기분 나쁜 이유1. 합리적인 척, 착한 척

 

얼핏 보면 합리적이다. 영화를 싸게 보고 싶으면 티켓을 싸게 살 수 있는 시간대와 좌석을 찾으면 된다. 게다가 영화와 자주 비교하는 뮤지컬과 연극은 이미 좌석차등제다.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영화도 좌석차등제를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CGV는 호락호락하게 남 좋은 일은 하지 않는다. 표를 참고하면 알 수 있다. 극장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좌석차등제로 값싸게 볼 수 있는 좌석은 목과 눈 건강을 포기해야 앉을 수 있는 앞 줄 뿐이다. 스탠다드 존의 좌석 가격은 이용하기 어려운 시간대만 낮아졌다. CGV는 사람들이 앉지 않는 자리의 가격은 낮추고, 사람들이 많이 앉는 좌석은 가격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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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좌석별 가격. 스탠다드존 기준 ⓒ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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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등급표. 영화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 Annnews

 

앞좌석이 영화 볼 때 불편한 자리라 가격을 낮췄고, 낮춘 가격을 상쇄하기 위해 다른 좌석의 가격을 높였다는 핑계는 듣는 사람의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든다.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뮤지컬과 연극의 좌석차등제와 CGV의 좌석차등제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 요즘 영화관은 어떤 곳에 앉아도 영화 감상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영화관은 좌석 제약이 큰 뮤지컬/연극처럼 좌석을 3등급으로 나눌 필요도 없고, (모두가 인정하는) 앞의 몇 줄을 빼고는 좌석 등급을 나눈 CGV의 기준도 모호하다. 다양화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목적은 수익 극대화다. 게다가 CGV에서 일하는 사람도 외우기 힘들 것 같은 모닝 / 브런치 / 데이라이트 / 프라임 / 문라이트 / 나이트 시간대 구별은 CGV의 목적이 ‘가격 다양화’ 가 아니라 ‘가격 다양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분 나쁜 이유2. 예매부터 느껴지는 열패감

 

이코노미 존으로 표를 사고 프라임 존으로 옮기는 사람을 막을 방법도 없는 허점 많은 제도지만, 기업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단지 ‘가격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가격을 안 올린 척한 게 기분 나빴던 거다.

 

그리고 그보다 더 기분 나쁜 점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영화를 한 달에 한두 번 보는 나도 CGV의 목적이 가격 다양화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소비자는 기업이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등급을 강제로 부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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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호구냐~ ⓒ오소마츠상

 

돈이 없어서 이코노미 존을 이용하든, 값싼 자리가 하나도 없어서 프라임 존을 이용하든 소비자는 등급을 선택해야 한다. 각자 어떤 사정이 있든 간에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는 특정 등급에 앉은 나의 모습이다. ‘나’는 기업의 절대 목표인 수익 극대화에 희생된다. 등급은 각자의 속사정을 지우고 등급에 있는 뉘앙스만 소비자에게 남긴다.

 

문화는 콘텐츠를 즐기는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티켓팅 과정에도 있다. 어떤 콘텐츠를 볼지 고민하고 어떤 시간대에 누구와 어떤 자리에서 볼지 고민하는 과정도 문화다. 다른 사람들이 이코노미 존에 앉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하지 않고 엔딩 크레딧을 느긋이 바라볼 수 있는 환경도 문화다. CGV는 문화와 문화를 즐기는 ‘나’를 지우고 그 자리에 등급을 매겼다. 차라리 가격을 올리는 게 나을 뻔했다.

 

글. 참새(gooook@naver.com)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