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9일, 국회에서 보수 기독교계가 주최한 3당 대표 초청 기도회가 열렸다. 크리스천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이 참석했고, 김무성 대표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법, 인권 관련법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원하시는 대로 방침을 정하도록 할 것”이라며 동성애 ‘합법화’ 반대를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의 여성, 외국인, 성소수자를 가리지 않는 혐오 발언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박영선 비대위원 또한 이에 질세라 한마디 거들었다.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법, 이슬람과 인권 관련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특히 동성애 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며 “이런 법에 더불어민주당은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과 뜻을 같이한다”고 발언했다. 집권 여당의 대표최고위원과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뱉어내는 시대착오적인 동성애 혐오 발언이 암담하기 그지없다.

 

호모포비아와 ‘더불어’ 민주당

 

제1야당 중진의원의 동성애 혐오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하는듯한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정말 박영선 의원의 발언에서 떳떳할 수 있을까? 쉽게 긍정할 수 없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동성애 혐오 발언이 한두 번이 아녔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김진표 종교특위 위원장은 ‘동성애가 허용되지 않게 하겠다’고 발언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최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으며, ‘차별금지법안’과 ‘군형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서울시 인권헌장 제정을 추진하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놓고 보수 기독교계의 주장에 굴복했다. 그는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며 인권변호사 출신 시장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짓밟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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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은 지지할 수 없다’는 인권 시장 박원순 ⓒ 퀴어문화축제

 

‘사람’ 사는 세상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모든 의원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니다. 김광진, 은수미, 장하나 의원은 남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 6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였으며, 진선미 의원은 동성 커플 간에도 시민 결합이 허용되는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려고 시도했다.

 

이번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박영선 의원 또한 성별·장애·인종·종교·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발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이 발의했던 법안을 스스로 부정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뿐이다. 박영선 의원은 3월 1일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발언대에서 ‘소수정당’의 울분을 토해내며 새누리당의 독재를 막기 위해 자신들을 찍어달라고 발언했다. ‘소수’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던 박영선 의원이 사회적 ‘소수자’를 혐오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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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정당의 울분을 토해내지만,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 인권만은 안 된다고 하는 박영선 의원 ⓒ FACT TV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많은 시민이 박영선 의원의 동성애 혐오 발언을 비판하고 있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정권교체와 총선승리라는 ‘대승적 목표’ 앞에서 성소수자 인권과 같은 ‘사소한 것’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새누리당이라는 ‘절대 악’의 장기 집권을 막아내고 ‘더불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야당 지지자 모두가 협력해야 하지만, 성소수자 이슈에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그건 아마 득표에 하등 도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꿈꾸는 ‘사람’ 사는 세상에 성소수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

 

인권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이건 정치인이 아닌 정치꾼의 모습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대의를 위해서, 더 큰 악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 누군가의 인권을 희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해서는 안 된다. ‘일단 총선을 이기고 나서’, ‘일단 정권교체를 하고 난 뒤에’라는 말에 유권자는 속지 않는다. 왜 더불어민주당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두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그랬듯, 정치권은 늘 성소수자 혐오적 현실과 타협해 왔다. 그건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인권은 정치적 거래의 대상도, 뒤로 미뤄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성소수자를 위한 제대로 된 정강/정책도, 당 조직기구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하겠다는 ‘국민’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포함되는 것인지,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을 없애고자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노력할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박영선 의원의 동성애 혐오 발언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발언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글. 이주형(mangha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