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독립언론 고급찌라시가 정간을 선언했다. 2012년에 창간하여 평택 제3캠퍼스 밀실 추진을 폭로하는 등 굵직한 보도를 낸 독립 언론이 정간을 결정하기까지 마주했던 고민이 궁금했다. 독립언론 고급찌라시의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 정간한 이유에 대해서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교가 간섭하는 걸 피하고자 독립언론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급찌라시와 성대신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학교로부터 자유로운가, 자유롭지 않은가 아닐까요. 취재, 편집, 발행, 배부까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성대신문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 자세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발행인 총장과 주간 교수를 두고 신문을 만드는 것과 ‘익명’을 써서까지 일체의 간섭을 피해 언론을 꾸려나가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익명이면 취재가 가능한가요?

 

익명으로 활동하기에 원칙적으로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취재해요. 인터뷰가 필요할 때는 주로 SNS를 이용하여 인터뷰를 요청하고, 인터뷰이에게 양해를 구한 뒤 대면인터뷰 대신 서면인터뷰나 전화번호 노출을 피하고자 공중전화 인터뷰를 합니다. 공식적인 행사에는 ‘기자’가 아닌 ‘학생’으로 참여하고요. 사진조차 찍기 어려워 현장 사진이 있는 독자 학우에게 사진을 요청한 적도 있어요.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학교의 모든 커뮤니티를 샅샅이 모니터링하여 정보를 캐냅니다. 기자는 손과 발이 게으르면 안 된다고들 하는데, 고찌는 손이 방정이어서 고생은 해봤지만(?) 발이 바쁠 기회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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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찌라시 창간문 ⓒ고급찌라시

 

운영비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비를 마련하셨나요?

 

모든 비용은 기본적으로 기자들의 사비와 소정의 후원금으로 충당했어요. 고찌에 관심이 많으신 독자분들과 은퇴 기자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인쇄비, 배부비(대자보 작성을 위한 펜과 종이, 타카심 등), 기타부대비용에 주로 사용했죠.

 

쓴 기사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지난 학기 선거 관련 보도가 기억에 남아요. 동영상 형식으로 페이스북에 게재했어요. 반응이 상당히 좋았어요. 선거 상황을 보며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모두 다 하고 있었는데, 분 단위로 정보가 갱신되고 갈등의 사실관계가 복잡해져서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게다가 시험 기간과 사건이 겹쳐 상황적으로도 여유가 없었고요. 기자 몇이 편집장의 자취방에 모여 급하게 사건을 타임라인을 따라 정리하고 사건 경위와 갈등 관계를 파악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장르에서도 패러디된 적이 있던 ‘히틀러의 분노’ 동영상으로 한 명이 스크립트를 짜고, 한 명이 영상을 편집했죠.

 

 

동영상은 페이스북 ‘좋아요’는 900개, 공유는 200개 이상 받는 등 상당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고급찌라시

 

지난 학기만 해도 이렇게 열정적이었는데 정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인력난이었어요. 인원이 적다 보니 매번 재정적인 압박을 받았고 기사작성에도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지난 2학기는 다행히도 많은 분이 후원해주셔서 경제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을 했지만, 여전히 기사를 쓸 사람이 적다는 것이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선거특집호인 27호(2015년 2학기 발행)의 경우 이런저런 사정으로 기자 두 명이 기사 작성, 편집, 배부까지 해야 했고요. 결국, 지속가능성은 조직의 재생산 능력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인력난이 생긴 이유가 있나요?

 

사실 <고급찌라시>가 겪었던 많은 어려움은 직간접적으로 ‘익명성’과 관련이 깊습니다. 적지 않은 수의 대학독립언론이 있지만 철저히 익명성을 지키는 언론은 극히 소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익명성은 학교나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피하게 해준 방패의 역할도 했지만, 반대로 익명성으로 인한 한계 지점도 매우 명확합니다.

 

익명성이 인력난의 이유다?

 

네. 익명성은 조직의 확장에 큰 장애물이었어요. <고급찌라시>는 스스로의 만족감, 구성원 간의 유대 외에는 활동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소정의 회비를 내야 하는 구조죠. 이러한 구조는 신입 기자 지원에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밖에서 보면 누가 어떻게 활동하는 조직인지, <고찌>에 참여하게 되면 무엇을 얻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니 접근하기 어려운 조직이었죠.

 

인력난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없었나요?

 

학내 언론은 학업, 군대, 휴학, 졸업 때문에 사람이 드나드는 회전율이 높아요. 활동을 쭉 이어나가는 사람에게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죠. 기자 개인을 ‘갈아 넣는’식으로 매달 신문이 채워지고 고혈을 짜내 조직을 유지했습니다. 있던 사람들도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죠. 이에 한계를 느껴 4년 차에 접어들었던 올해 초에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누가 들어와도 시스템을 통해 <고찌>와 <고찌> 내부 문화와 목표, 저널리즘을 빠르게 학습하여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고, 그 누가 나간다고 해도 시스템이 있으므로 튼튼하게 버틸 수 있는 조직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 시작으로 200쪽에 달하는 책을 자체 집필하여 공부했습니다. 학생사회의 구조 역사, 고찌의 역사 목표 시스템 학습, 기사 쓰기 연습 등의 내용이 담긴 커리큘럼을 짜서 2박 3일간의 자체적인 역량강화캠프를 실시했어요.

 

그렇게 최소한의 시스템은 갖췄지만, 정작 신입 기자가 부족했습니다.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인원으로 계속 활동을 이어나갔으나, 결국 올해는 기사 작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조차 담보할 수 없었고, 정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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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찌라시가 활동하는 방식 ⓒ고급찌라시

 

‘고급찌라시’는 방학에는 휴간하네요. 이번 방학은 지난 방학들과 조금 달랐을 것 같습니다. 방학 동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나요?

 

보통 방학 때는 다음 학기 발행을 준비하고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스터디를 진행하지만 이번 방학을 할 때쯤에는 구성원의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정간)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정간을 결정하고 활동 정리를 하기 위해 올해 1월에 회의하게 되었고, 이견 없이 정간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폐간이 아니라 정간입니다.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재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정간으로 재발행의 여지를 둔 건 사실이에요. 그동안의 주요 자료들을 2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써서 정리해 두었고, 재발행을 위한 기반들도 남겨 두었습니다. 그러나 올 한 해 <고급찌라시>가 많은 관심을 받았던 중에도 신입 기자 지원은 거의 없었기에, 재발행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요. 설사 다수의 신입 기자가 들어온다 해도, 앞선 4년간 추구했던 <고찌>의 저널리즘을 공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구성원들과 온고지신하여 재발행의 구심점이 될 선배 기자가 남아있을지 의문이고요. 정간에 모두가 합의하게 된 까닭은 그런 구심점 역할을 장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재발행 가능성은 작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약 없는 정간’이라는 표현은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쓴 표현입니다.

 

독립언론을 운영하고 있거나 만들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어느 시점에서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묻게 될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력과 재정문제와 같이 조직의 종속과 관련된 진부한 문제 말고 ‘독립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나’와 ‘우리’의 목표와 지향점에 대한 의문이 문득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자신과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세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조직은 구성원 개인에게도 건강한 에너지를 주지 못하는 조직이거니와 언론체 전체로 보았을 때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부디 고찌를 잘 참고하시어 오래오래 해먹으시길(?) 바랍니다.

 

대표이미지 : 고급찌라시(http://hqzzirasi.tistory.com/276)

인터뷰. 참새(gooo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