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과 함께 교복이 이슈였다. 정부에서 ‘교복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채널A에서 나왔고(링크), 매일경제, 아시아경제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교복 통일’ 이슈는 급속도로 SNS에 퍼져 김광진 국회의원은 교련복으로 회귀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사안을 짚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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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진 국회의원 트위터

교복 통일을 하자는 건가?
아니다. 10~20여 개의 표준 디자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에서 교복 통일을 추진 중이란 내용은 사실과 조금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10~20여 개의 교복 표준 디자인을 만들어 학교별로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내용이 ‘교복 단일화’로 잘못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었다.

 

“중장기 방안:교복 표준디자인제를 통해 학생 교복 시장에 경쟁 원리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중 일부다. 이 부분이 왜곡되어 ‘통일’로 보도되었다.

 

왜 교복 표준 디자인을 하자는 것인가?
학교주관구매제에 문제가 자꾸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서 제시한 교복 표준 디자인은 2015년부터 국공립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된 교복 구매 방식인 ‘학교 주관 구매제’와 관련이 깊다. 교복 가격을 잡기 위해 실시하게 된 학교 주관 구매제 방식에선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교복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단독으로 교복 업체를 선정한다. 문제는 학교에 선택되지 못한 교복업체가 편법을 통해 교복을 팔기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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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서 제시한 편법 판매 사례 [사진제공] 공정거래위원회

 

한 교복 업체는 학생들이 교복 구매 신청서에 ‘교복 물려입기’를 체크하면 학교에서 채택한 교복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사 교복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편법 행위로 인해 납품이 예정되었던 교복 업체는 재고가 발생하는 등, 매출에 손해를 입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공정위는 이를 시정하고자 재고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공정위는 입찰 절차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구매 수량을 모르는 상태에서 교복을 제작하게 되니까, 학생들이 구매할 물량을 먼저 조사하고 입찰을 실시하면 재고 부담이 줄지 않겠냐는 것이다. 공정위는 추가로 덧붙여서 중장기적으로 교복 표준 디자인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디자인이 달라 학교별로 나뉘어 있는 교복 시장을 통합하자는 것이다.

 

교복 시장이 개방적이게 바뀐다면 교복 가격이 낮춰질까?

 

다음은 공정위가 밝힌 교복 표준 디자인제의 효과다.

 

“각 교복디자인 별로 규모의 경제 원리가 적용될 수 있게 되면서 일반 소매점 및 온라인 등을 통해 교복 납품 및 구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됨.”

 

공정위는 표준 디자인을 도입하면 어디서든 교복 수요자와 교복 공급자가 만날 수 있어서 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교복을 인터넷에서 살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가격은 그다지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핸드폰을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시대지만 예나 지금이나 비싼 핸드폰은 여전히 비싸다.

 

규모의 경제는 대기업에 통용되는 원리다. 표준 디자인을 실시하게 되면 최대 수혜자는 아마도 엘리트, 아이비클럽, 스마트, 스쿨룩스 이 4사 교복브랜드일 것이다. 보도자료와 같은 날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인 <2015년 학생 교복시장 분석>에 따르면 4사를 제외한 교복 브랜드는 대부분 학교주관구매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주관구매제가 영세 교복업체엔 하나의 보호구역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표준 디자인이 도입되면 학교주관구매제는 없어진다. 학교별로 나누어져 있던 교복 시장이 하나로 묶이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브랜드 3사가 학교의 인원과 관계없이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교주관구매제를 통해 수익성을 감수하고 교복 제작을 하고 있던 영세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교복 표준 디자인은 결국 교복 소비자를 위한 방식이라기보단, 교복 사업자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다. 시행 초반에는 디자인 제작 비용 절감으로 가격 인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후엔 다시 예전과 같은 브랜드 위주의 교복 시장으로 회귀할지도 모른다.

 

 메인이미지: 영화 ‘피끓는 청춘’ 스틸컷

글. 농구선수(lovedarktem@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