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대학가 술집 곳곳에서는 학교명, 학과명, 학번, 그리고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에프엠’이라고 불리는 자기소개의 방식 중 하나다. 주로 개강 초의 술자리에서 새내기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런 에프엠에 대해서는 그저 술자리의 재밌는 관례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에프엠은 그저 단순히 술자리의 재미라기에는 문제가 많으며, 다음의 네 가지 이유로 사라져야 한다.

 

첫째. 에프엠은 과거 군사문화의 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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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엠은 대학을 군대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 MBC

 

에프엠이 야전교범을 뜻하는 ‘Field Manual’의 약자에서 유래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야전교범은 군사교육의 원칙 등이 정리된 책을 일컫는다. 군사문화가 퍼져 있던 과거의 대학문화를 생각해 보면, 에프엠이 어떻게 대학 내에서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에프엠은 군사문화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프엠을 하는 당사자와 그것을 즐거워하며 지켜보는 주변인이 주로 후배와 선배 관계임을 생각하면 에프엠은 여전히 군사문화의 일부분이다. 군사문화가 뭐가 문제냐고? 개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은연중에 제약하니 당연히 문제다.

 

둘째. 말도 안 되는 버전의 에프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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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에서 특수교육과 학생들에게 장애인을 흉내낸 에프엠을 할 것을 요구했다 ⓒ MBC

 

3년 전인 2013년 3월, 모 대학 학생들이 미팅에서 만난 특수교육과 학생들에게 장애인을 흉내를 내는 버전의 에프엠인 ‘JM’을 강요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물론 당시 기성세대의 비난처럼 JM이 보편적이진 않다. 하지만 섹시한 행동을 하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AM(Adult Manual), 귀여운 행동을 하면서 하는 CM(Cute Manual) 등은 비교적 흔하다. 이렇듯 에프엠은 그 자체로도 문제가 있을뿐더러, 말도 안 되는 버전으로 파생되기까지 한다.

 

셋째. 모두가 에프엠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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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다 ⓒ 픽사

 

대학과 학과는 다양하지만 에프엠은 친밀하지 않은(종종 처음 보는) 수많은 타인 앞에서 큰 목소리로 재밌는 수식어를 붙여 자신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형식은 자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한다는 ‘자기소개’의 목적엔 매우 잘 부합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프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모두가 에프엠의 그러한 형식을 잘해낼 수 있는 성격인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재미라고는 하지만, 타인 앞에서 말을 잘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에프엠은 외향적이 않아도 될 이들에게조차 외향적일 것을 강요하는 일종의 폭력이다.

 

넷째. 에프엠은 학벌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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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엠도 소위 ‘좋은’ 대학 위주로 한다 ⓒ 다른 생각 

 

주장에 대한 공감의 여부를 떠나 여기까지 읽으면서 에프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 않았다면, 당신은 서울 소재의 주요 대학의 학생일 확률이 높다. 여기서 말하는 ‘주요’ 대학이란 사회가 흔히 말하는 ‘입시결과’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상위권에 있는 대학을 뜻한다. 사실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 소재의 대학이나 입시결과 기준 상위권이 아닌 대학에는 에프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학교 이름을 주변이 떠나가라 외치는 것 자체가 학벌주의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일부 대학생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이런데도 에프엠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스스로를 소개하기 위해서 억지로 쥐어짜낸 재미 위주의 ‘드립’이 서로를 알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에프엠, 이제 하지 말자.

 

글. 아레오(areoj@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