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지 만 5년이 지났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이 폭발했고 방사능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사망자, 행방불명자는 1만8천 여명이고 17만 명에 이르는 피난민이 발생했다. 직접적인 피해액만 수백 조 원으로 추산되는 원전 사고다.

 

한국은 옆 나라에서 일어난 사고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한국지리 시간에 배운 원자력 발전은 상당히 안전했다. 교과서에서는 원자력이 풍력, 태양력과 함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다고 나와 있었다. 문제점으로 꼽힌 건 원자력발전소를 식히느라 해수온도를 높인다는 점 정도? 발전단가가 싸서 경제적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덧붙었다. 여러모로 가성비 좋은 에너지원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발전소의 위치와 이름이 매치되지 않았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데 고리 원자력발전소였고 경주시에 있는데 월성 원자력발전소였다. 지명이긴 한 것 같은데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다. 외워야 했는데 안 외워지니까 더 이상하게 여겨졌다.

 

원자력발전소, 그렇게 안전한 거면 왜?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고리’는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리’였고 월성은 경주로 이름이 바뀌기 전 지명이었다. 군 이름이 바뀌었는데 소속 기관명이 같이 바뀌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만 ‘리’를 지명으로 삼은 건 더욱 당혹스럽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리’를 따서 이름으로 지은 건 스케일이 작은 네이밍이다.

 

인구가 적은 소도시 위주로 지어지고 있다는 점도 흔히 지적되곤 하는 문제다. 현재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인 도시는 전남 영광, 경북 울진, 경주, 부산 기장군이다. 전기 소비량은 대도시가 월등한데 지역 소도시 위주로 발전소가 지어진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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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원전 반대 시위 중인 모습 / ⓒ한겨레

 

이것만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영어 번역은 ‘Nuclear power plant’다. 사실 정확한 번역은 핵 발전소여야 옳다. 구글에서 Atomic(원자력) power plant라고 치면 Nuclear power plant로 바뀌어 검색된다. ‘핵’ 에너지가 안전하다면 굳이 안전해보이는 ‘원자력’이란 이름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복잡한 관계 속에 피어나는 원전

 

원자력발전소는 늘어나고 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16년 1월말 기준 24기(고리 1호기 2017년 가동중단 예정)가 운영 중에 있고 4기가 더 건설 중에 있다. 여기에 추가로 건설 예정 중인 게 6기다. 주민투표의 반대에도 원자력 발전소를 강행하고 있는 영덕 천지원전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삼척도 여전히 원전 예정구역으로 되어 있고 2029년까지 2기를 더 짓겠다고 하니 현재 24기가 13년이 지나 2029년이 되면 35기로, 45% 늘어난다.

 

원전 건설 증가 및 유지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적인 추세와 관련되어 있다. 지난해 6월, 대한민국은 메르스로 모든 이슈가 집중되고 있었을 때,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BAU(온실가스배출전망) 기준 37%까지 감축하겠다는 온실가스감축안을 유엔에 제출했다. 온실가스감축안은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파리기후협약에 앞서 147개국이 제출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공약으로 제시한 37%가 선진국을 기준으로 보면 낮은 수치이지만 예상했던 감축안보단 높았기 때문에 산업계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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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기후협약에서 기조연설 중인 박근혜 대통령 / ⓒ연합뉴스

 

정부는 37%를 어떻게 감축하려고 할까?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정부의 온실가스감축과 원자력발전소 건설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90%다”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산업계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선택은 원자력발전이다.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도 적고 발전단가도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정부 입장에선 원자력발전소가 최적의 선택지인 것이다.

 

문제는 원자력발전으로 전기를 싸게 공급하게 되면 전체적인 전기사용량도 늘어나 결국 원자력발전을 제외한 발전량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처장은 “결과적으로는 원전을 더 짓더라도 화력발전량도 늘어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돌려막기도 아니고…

 

온실가스 감축안 제출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인 대책이다.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국가 간의 경각심이고 합의인 것이다. 이걸 한국에서는 방사능 위험 감수로 돌려막는다. 원전시대로 가자고 온실가스를 감축하자고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방사능 위험 감수도 국민 모두가 균등하게 감당하지 않는다. 양이원영 처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원전 부지 선택에 있어 얼마나 소도시인지, 원전 보상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역조건인지가 고려된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 지반이 튼튼한지만 고려되는 것은 아니란 거다. 원전부지 예정 지역인 삼척시와 영덕군은 모두 전국 시군별 인구 순위 최하위권에 해당한다.

 

발전단가가 싸다는 것에서도 다시 생각해볼 논점이다. 한국은 한 번도 핵폐기물 처리를 해본 적 없다. 핵폐기물 처리비용이 얼마나 될지는 의견이 분분하고 발전소 해체비용도 얼마일지 확실하지 않다. 무엇보다 한번 사고 나면 끝장인데 사고등급 레벨7 규모만 벌써 두 번째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30년이 지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5년 전 일어났다. 원전이 안전하다면 당당하게, 그렇지 않다면 줄여야 옳다.

 

글. 농구선수(lovedarktem@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