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담론을 긴 줄글로 표현하는 대신 마치 지인과 대화하는듯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매체가 있다. 독자들은 사이트에 접속한 후 ‘대화의 주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을 수 있다. 성소수자를 낯선 존재가 아닌 내 주변의 누군가라고 가정하며 얻은 발상이라고 한다. 프리즈미의 제작자 세 명(나희, 준희, 영훈)을 만나 기획의도와 과정, 궁금한 것, 그리고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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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을 하듯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Prismy

 

프리즈미의 이름과 로고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성소수자 하면 무지개나 스펙트럼을 많이 떠올리잖아요. 이 콘텐츠를 통해 성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스펙트럼이 수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프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끝에 -my는 부르기 쉽고 귀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붙였어요. 로고의 프리즘과 무지개 색상도 같은 의미에요.

 

성소수자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부터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기 위해 모인 건 아니에요. 프리즈미는 두 번째 프로젝트고 첫 번째는 정치와 관련된 프로젝트였어요. 두번째 주제인 프리즈미는 오히려 형식을 먼저 정하고 시작했어요. 대화 형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와 닿게 할 수 있는 주제가 뭐가 있을까 했는데 그때 마침 미 연방법원의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되면서 쟁점이 되고 있었고 저희도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주제라서 선택을 했죠.

 

대화 형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스터디를 했을 때 콜롬비아 대학에서 나온 페이퍼를 살펴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거기에 나오는 것들이 너무 사례 위주이기도 하고 좀 딱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서 그걸 한 번 훑은 다음에 각자가 좋아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사례를 가져왔어요.  그 사례들에서 뽑은 공통점이 내용 면에서는 사회적 이슈, 형식 면에서는 과정에 의한 설득이었거든요. 대화 형식을 통해서 과정에 의한 설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대화가 만들어지는데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일단 우리끼리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중심으로 질문을 만들어요. 그다음에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 등을 통해 인터뷰이를 섭외합니다. 인터뷰이에 맞춰 질문에 약간 수정을 하며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어요. 그다음 다양한 인터뷰를 질문과 이야기별로 쪼개고 대주제를 찾아요. 그걸 대화체로 읽기 쉽게 정리하고 보조자료를 추가합니다.

 

사용자들에게 질문 사항을 받기도 하던데, 그걸 반영하지는 않는 건가요?

 

‘질문’ 코너는 저희가 봤던 콘텐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넣은 거에요. 해당 콘텐츠는 저희처럼 대화형식이 아니라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는데, 마지막에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질문 자체가 콘텐츠의 제작으로 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궁금한 걸 글로 써보면 성소수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길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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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미의 제작자들. 왼쪽부터 준희, 나희. 다른 한 명인 영훈과는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리즈미를 어떤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나요?

 

프리즈미에 나온 얘기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면 좋겠어요. 사실 독자층을 정해놓고 제작한 프로그램이 아니지만 만들고 보니 윤곽이 나오는 것 같아요. 성소수자들을 지지하지만 정작 지식이나 논리, 그들의 생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보기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물론 꼭 정보가 많아야 그들을 지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아는 게 많아지면 더 옳은 방식으로 지지할 수 있다고 봐요

 

프리즈미에서 소개한 생소한 개념(젠더퀴어, 무성애자. 에이섹슈얼. 퀘스쳐너리)들이 있는데 그분들도 만나보신 건가요?

 

아니요. 앞서 말했듯 저희는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를 통해 인터뷰이를 섭외했기 때문에 그렇게 다양한 분들을 만나보지는 못했어요. 인터뷰이 분들이 에이섹슈얼, 퀘스처너리등의 개념에 관해 얘기해 주셨죠.

 

프리즈미 콘텐츠 내용에 대해 질문해 보겠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라는 영화가 레즈비언의 인식을 정형화시킨다는 대화 내용이 있었는데, 비슷한 사례(문화 콘텐츠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정형화시키는)가 또 있었나요?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게이 하면 홍석천의 이미지를 떠올려요. 사실 저도 인터뷰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이 약간은 있었는데 막상 만나보니까 홍석천과 같은 스테레오타입이 아닌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매체에서는 홍석천이라는 인물이 게이의 대표적 인물로 소비되죠. 홍석천 외의 캐릭터가 없잖아요. 예술영화에서야 찾을 수 있겠지만, 대중매체에 나오는 캐릭터는 정형화돼 있어요.

 

인터뷰이 중 한 분은 한국의 퀴어영화, 그중 게이를 다룬 영화는 너무 성적인 측면에만 국한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성애자들의 사랑처럼 스토리, 캐릭터 등에 집중하거나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의 특징을 갖고 오면 좋을 텐데 베드신만 부각하는 것이 그분들의 사랑을 반영한 건 아니라면서 아쉬워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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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무지개 프로필에 대한 생각 ⓒ Prismy

 

페이스북 무지개 프로필 이야기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해 쿨해보이려고 하는 게 불편하단 말이 나왔는데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 심지어 호모포비아들이 무지개 프로필을 사용할 때 거부감이 든다고 하셨어요. 패션아이템처럼 된다고 해야 하나? 당사자들이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으면서 취하기 쉬운 것만 선택하는 모습이 싫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거로 생각합니다.

 

계획에 대해 질문을 해볼게요. 앞으로 어떤 주제에 관해 대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가요?

 

주제보다 한 대화의 답변 내용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들면 완성도가 높아질 거로 생각해요. 인터뷰이의 풀을 넓히는 과정도 필요하고요. 대부분 20대 대학생들로, 성소수자로서 자기 생각과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데 적극적인 분들이었어요. 반면 성소수자 분 중 이런 인터뷰를 꺼리시는 분들도 있으신데, 그분들의 이야기도 반영해야 성소수자 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전반적으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그런 분들은 인터뷰를 잘 안 해주시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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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있다 ⓒ Prismy

 

마지막으로, 프리즈미 외에 각자 계획하고 있는 성소수자 관련 활동은 없나요?

 

미디어 작업을 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큰 주제는 미래 사회에 대한 비판인데 저는 그 중 성의 이분법을 깨트릴 수 있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남자다움’, ‘여자다움’이라는 말로 누군가의 성정체성을 가두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부분을 다뤄보려고 해요. 어찌 보면 성소수자 문제와도 닿아 있잖아요. 만약 구체화 시킨다면 프리즈미 같은 사이트가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작할 생각이에요.

 

사이트 링크: http://www.prismy.net

대표이미지 ⓒ Prismy

글. 사미즈(ndhhdm90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