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일만 찾아다녔다. 찾아다니고, 해부해서 먹어치웠다. 그러다 온갖 의미로 꽉 차서 숨이 막혔다. 좀 비우고 싶다. 그냥 막 걷고, 어디든 들어가고, 무엇이든 먹고 마시고 싶다. [다녀왔다고함]은 이런 발버둥의 기록이다

 

그날은 딱 소풍을 가고 싶은 날이었다. 날이 좋아 볕도 좋고 부는 바람도 살랑이던 그런 날, 그냥 귀가하기에 너무 아쉬운 날이었다. 넉넉한 마음을 지닌 사람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 허물없는 수다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게다가 주말 저녁이었다.

49683-1우야 식당은 단 하나의 식탁을 만들어 드립니다 ⓒ우야 식당

 

‘토요일 6시까지 오세요’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미로 같은 골목에서 건물의 지번을 찾으며 헤매고 있을 때, 우야 식당을 찾을 수 있던 것은 바로 된장국 냄새 덕분이었다. 냄새로 집을 찾다니. 웃음이 나왔다. 된장국은 4일 전에 미리 주문해둔 것이다. 우야 식당에는 메뉴판이 없다. 우야 식당은 먹고 싶은 음식을 미리 말하면 만들어 주는 집밥 식당이다. 된장국은 나의 그리운 ‘집밥’ 메뉴다. 코의 세포를 자극하는 된장국 냄새를 따라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돌아간 순간 우야네 집이 나왔다. ‘아 도착했구나.’ 초인종이 없어 문을 두드렸다. “똑똑.” “왈왈왈왈왈왈왈왈.” 이곳이 우야 식당임을 두 번째로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강아지 두 마리의 짖음 덕분이었다. 강아지 두 마리를 어르는 소리가 들리고 우야가 문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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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식당개 야코’ 트위터 계정으로 우야 식당 소식을 알 수 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식당 이름 ‘우야’는 주인의 별명이다. 우야는 인사를 하고 내 가방을 받아 다른 방에 뒀다. 그리고 바로 싱크대 앞으로 갔다. 집안 가득 메운 된장국 냄새와 분주한 우야의 뒷모습. 총총 양배추 채를 내는 칼 소리. 냄새와 움직임, 소리가 어우러진 조화가 “당신을 기다렸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음식이 나와요” 하고 건네는 자체의 인사말이었다. 나는 식탁 앞에 앉았다.

 

주택들이 모여 있는 한 골목에 자리 잡은 우야 식당은 식당주인장 우야의 집이다. 식당이라고 부르지만 식당처럼 꾸며져 있지는 않다. 반지하에 방 2개. 화장실 1개, 베란다, 일체형의 부엌과 거실 구조로 자리 잡은 보통의 집이다. 하지만 보통의 집이라기에는 특별하다. 원하는 음식을 말하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단 하나의 밥상이 차려지고 생일상이 차려지는 식당이다.

 

“밥 많아요. 두 번 드세요. 국에 소고기 넣었어요. 소고기 골라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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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는 흰 밥을 꾹꾹 담은 밥그릇을 건넸다. 식탁에는 부탁한 된장국보다 더 많은 음식이 차려졌다. 된장국, 흰밥, 조기구이, 양배추 스팸 볶음, 깻잎지, 김치찌개. 어느 가정집에나 있을 법한 접시에 담긴 음식들. 맛은 아주 좋았다.

 

우야는 지금 집으로 2년 전에 이사를 왔다. 우야 식당은 1년 전 시작했다. 우야는 밥을 짓는 것을 좋아했고 요리를 즐겼다. 하지만 자취를 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엔 재료비가 많이 들고 매일 바깥음식을 사 먹기에도 식비가 많이 들었다. 이사 온 집은 넓었고 또래들과 집에서 밥을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야 식당을 시작했다.

 

“정말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나요?” “네, 그럼요.”

 

우야 식당 초기에는 그와 구면인 사람들이 손님으로 찾아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야와 모르는 사람도 밥을 먹으러 왔다. 한번은 출장을 간다고 우야에게 아내의 생일상을 부탁한 손님도 있었다. 혼자 가면 어색하고 민망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밥을 먹으며 잠시 공유하는 그의 사적인 공간에는 다양한 놀 거리가 있다. 만화책, 게임기, 타로카드 그리고 무엇보다 우야와 나누는 대화들과 우야 식당 개 야코의 부산스러움이공간에 익숙하게 해준다.

 

우야는 마을, 미디어, 교육, 라디오 진행, 성소수자 모임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동을 한다. 그는 우야 식당의 주인 말고도 기획자, 교육자, 창작자, 연구자의 삶을 살고 있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그가 하는 모든 것을 잘하며 살고 싶고 좋은 어른인 동시에 좋은 청년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성소수자로 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밥 한 끼를 같이 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함께 먹는 공간의 분위기와 나누는 대화와 상대와 맺은 인연이 밥의 맛에 녹아 목구멍을 넘어간다. 우야 식당에서는 속 편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후식으로 복숭아 아이스티와 초콜릿이 나왔다. 참 잘 먹고 나왔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주의. 우야 식당 개 야코는 밀당을 굉장히 잘합니다.
아, 밥값 계산은 만원의 행복이라 만원입니다.

 

대표이미지 ⓒ우야 식당

글. 김연희(injournaly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