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자 수도권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은, 어설프게나마 독립을 시작했다.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고 부모님과 살면서 나 역시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했다. 아지트같이 아늑한 장소, 무언가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그러던 중 찾은 대전아트시네마는 멀리 떨어진 섬처럼 이질적이었다. 문화 공간이 발달하지 못한 지방에서 예술 영화를 상영해주는 공간이 있다는 것. 공간의 내부가 시간 여행이나 한 듯 현재의 영화관과 많이 다르다는 점이 이유다.

 

49892-1

대전아트시네마 내부 모습

1층엔 다방 2층엔 가발 가게 3층에 영화관이 있는 건물

 

오랜만에 찾아간 대전아트시네마는 변한 게 없었다. 대형극장처럼 아이맥스 관을 만든다거나 상영관을 늘린다거나 새로운 잡화 매점이 들어섰다거나 하지 않았다.

 

대전아트시네마는 백화점이나 마트 내부에 있는 영화관이 아니었다. 여느 영화관이 그렇듯 카페나 프렌차이즈 음식점도 주변에 없었다. 영화 시작 전까지 둘러볼 수 있는 쇼핑센터나 서점도 없다. 작은 3층짜리 상가에 있는, 상영관 하나를 둔 작은 공간이었다.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다른 손님은 “영화관이 특이하네요” 라고 했고 카운터를 보던 사장님은 “옛날 영화관이라 그래요” 라고 했다.

 

영화관의 모든 것은 정말 옛날식이었다. 팝콘과 콜라 대신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사 마실 수 있었고 상영료는 내가 발걸음을 한 2012년부터 내내 7천 원에 머물러 있었다. 영화 한 편당 도장 하나씩을 찍어주는 쿠폰도 유효했다. 구겨진 채 지갑에 들어있던 쿠폰에 고양이 얼굴 모양 도장을 찍었다.

 

49892-2

영화 한 편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쿠폰

어쨌든 쉽게 만날 수 없는 영화들

 

대전아트시네마는 카페나 페이스북을 통해 일주일 치의 상영일정표를 공지한다. 관객들은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에 맞춰 찾아가면 된다.

 

어떤 영화가 독립 영화고 어떤 영화를 예술 영화로 불러야 할지도 몰랐던 새내기 때, 나는 이곳을 이렇게 소개하고 다녔다. “대형 극장에서 못 보는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곳”

 

영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게, 지방의 영화관들은 서울만큼 다양한 영화를 상영해주지 않는다. 2012년 당시, 보통의 영화관에선 보기 힘든 ‘두 개의 문’과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를 모두 아트시네마에서 봤다.

 

시네마테크

 

한쪽에는 시네마테크 후원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귀가 써진 판넬이 있다. 시네마테크는 아트시네마를 관통하는 정체성이다. 본래 30년대 프랑스에 설립된 최대 규모의 영화 자료실인 시네마테크는 자본 문제 때문에 일반 극장에 상영되지 못하는 영화들을 상영해주고 영화 발전 운동과 토론을 하는 장소였다. 영화 보관소이자 상영관의 의미, 그리고 공부를 하는 장소로서 시네마테크 바람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의 한국영상자료원과 서울아트시네마도 이에 속한다.

 

49892-3

주로 이곳에 행사 포스터를 붙여 놓는다

기대와 걱정이 섞인 영화관

 

대전아트시네마는 영화와 여타 문화 활동을 접목한 모임이나 행사를 해온 바가 있다. 대전 선화동에 있는 계룡 문고와는 ‘붐붐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영화 관련 서적을 계룡 문고에서도 판매하고 대전아트시네마에도 비치해 두는 방식이었다. 몇 년 전까지는 인문학 카페를 통해 철학과 영화 공부를 병행하는 모임을 한 적이 있다.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전아트시네마의 운영자는 문화 예술에 관한 관심으로 대전에 영화관을 지었고 이제 10년이 되어간다고 했다. 고전 영화를 공부하고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자는 목적으로 개관했지만 그 길이 안정적이지는 않았다. 독립영화관이 안고 갈 자금문제도 있지만, 관객들의 발걸음이 적어 늘 어렵다고 한다.

 

지역 극장에서는 영화에 대한 선택권이 충분치 않다. 보고 싶은 영화를 대형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건 비일비재하다. 설령 있다고 해도 상영시간이 25, 26시 정도라면 선택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흔히 다양성 영화라는 것을 보기 위해선 네이버나 IPTV에 업로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내가 가진 영화에 대한 시간은 서울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었다. 지역의 영화 팬들은 늘 그런 소외감을 느꼈다. 때문에 대전의 영화팬들은 대전아트시네마가 지역 소극장이 생존한 긍정적 사례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글. 샤미즈(ndhhdm90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