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230,400초. 이번에 뽑힌 국회의원과 당신이 함께해야 할 시간입니다. 1억 초가 넘는 시간 동안 새로운 300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보내게 될 것이죠. 현재 4.13 총선 후보 중 이삼십대는 87명으로, 7%에 해당합니다. 과연 87명 중 몇 명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게다가 소수정당이라면요? 고함20은 소수정당에서 출마한 세 청년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들이 어떤 이유로 출마하게 되었는지, 국회에 들어간다면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126,230,400초를 함께할만한 후보인지를 살펴볼까요.

 

기본소득?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적으로, 매월, 정부가 지급하는 최저생활비(출처: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김주온은 바로 이 ‘기본소득’을 의제로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에서 4년째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리고 피선거권을 얻은 25세에 기본소득을 얘기하며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생경하게 들릴 수도 있는 기본소득에 제대로 꽂혀있는 김주온 후보를 녹색의 청년허브 숲 속 도서관에서 만났다. 기본소득이라는 한마디 말 속에는 김주온 후보가 꿈꾸는 사회에 대한 희망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고함20입니다.

 

안녕하세요, 녹색당 비례대표후보 3번으로 나온 김주온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사회 운동을 해오다가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무엇인가?

 

정치는 입문의 대상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고 모든 것이 정치가 아닌 것이 없어서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상에서의 정치에 대해서 인지하게 된 때는 고등학생 시절인 것 같다. 이번에 비례대표 후보로 나오게 된 이유는 기존에 활동해온 의제를 국회라는 장에서 입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해결하고 싶었고, 기존 정치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주제들을 국회 안에 집어넣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49945-3

 

“일상에서의 정치”라고 했는데 김주온 후보가 일상에서 만났던 정치의 모습이 궁금하다.

 

고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이 정치 선생님이셨는데, 민주주의에 대한 시야를 많이 틔워주셨다. 학급 회의를 진짜 많이 했는데, 예를 들면 시끄러운 반을 어떻게 조용히 시킬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토론했다. 가장 활발했던 회의는 단합대회 때 무슨 간식을 먹을지였고(웃음). 그때는 직접민주주의가 서로 감정 상할 수도 있고, 의견이 잘 모이지 않을 수도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을 경험해봤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기존의 학교에서는 그런 식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스스로 논의하고 해결하고 방법을 찾아갈 수 없다는 거다.

 

후보가 말하는 ‘정치’의 의미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청년’의 의미는 어떻게 규정하는가? 20~30대 전체를 동질적인 집단으로 묶어 간단하게 ‘청년’으로 호명할 수는 없지 않나. 

 

포괄적으로 얘기하자면 IMF 이후에 경제생활을 시작해, 기존 자원의 배분 없이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이 오직 소비뿐인 기묘한 세대다. IMF 이후 사회가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에 접어들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불안정 노동이 늘어나고, (청년들이) 사회에 일자리를 얻으려고 하는 순간에 이미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 수 있으면 희망을 느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기존 정당들이 청년들을 선거 때마다 일회용품처럼 사용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가 없었다.

 

‘청년’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보는가?

 

꼭 청년이어서 청년을 대변한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어쨌든 청년들이 국회, 지자체 등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리에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너무 소수이기 때문에 과다대표성을 띄게 되어 그 사람이 가진 개별 의제가 주목받기보다 뭘 하든지 그냥 청년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청년들이 정치에 쏟아져 들어가야 그사이에 차이가 드러날 수 있고 의제로 경합할 수 있게 된다.

 

기성세대는 오히려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20대 개새끼론, 그러니까 20대가 투표도 하지 않고 권리만 찾으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이 학내외의 민주주의, 불평등, 차별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또한 입시 이외에 다른 문제에 관해 관심 갖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다. 19살 때까지만 해도 정치에 관심 두지 말라고 하다가 갑자기 하루가 지나서 스무 살이 되면 왜 정치에 관심 두지 않냐고 욕하는 게 이상하다. 또 청년들을 위해 어떤 정책들이 정당에 있는지 알 수 있게 충분한 정보가 노출되어야 하는데, 지금 검색 포털이나 TV를 보면, 계파 투쟁, 공천 갈등, 후보 단일화 등 아저씨들 나와서 싸우는 것만 나온다.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나서 정치 참여의 문제를 청년 개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아저씨들”, 말한 대로 국회는 중장년층 남성이 중심인 것 같다. 그런 국회에 김주온 후보는 청년이자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진출하려고 한다. 김주온 후보는 그들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보일 수 있는가?

 

성평등기본법을 만들고 싶다. 여성혐오,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과 범죄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고, 경제적 불안정 때문에 쌓인 분노의 방향이 사회적 약자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과 범죄, 그리고 분노에 대한 방어막은 부족하다. 성평등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도 부재하다. 최근 선관위에서 투표를 독려한다며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내용의 광고를 만들어 충격을 받았다. 국민 세금을 갖고 그런 광고를 만들다니. 젠더 감수성이 너무나 낮다.

 

젠더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레인보우보트(성소수자유권자캠페인) 배지도 달고 있는데.

 

오늘 오전에 레인보우보트 기자회견에 다녀왔다(웃음). 여성, 성소수자에 대한 부분에서도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싶다.

 49945-2

 

민주주의 교육, 젠더 등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기본 소득에 꽂히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학년이 높아지면서 졸업할 때가 가까워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웃음), 페미니즘 세미나를 하다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여성에게 일 년에 오백 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얘기에 정말 공감했다. 기본소득은 여성의 빈곤 문제에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자립의 기반이자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소득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보려고 했다. 그래서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에 가입을 했는데 활동가가 없어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거다. 나는 이제 막 기본소득에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려고 하는데. 그런데 단체가 없어지면 안 되니까 공부도 하기 전에 활동가가 되었다. 제가 일단 하고 보는 그런 게 좀 있다(웃음).

 

#녹색당의_기본소득이란?

 

기본소득을 받으면 정말 좋겠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지 않은가? 증세문제도 엮어져 있고.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본소득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찬성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시장주의자들도 지금처럼 불황이 지속되고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 물가 상승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할 최소한의 여력도 없어서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봤자 팔 수가 없다고 한다. 시장 경제 자체가 붕괴할 지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에 대한 주장이 우파에서도 나오고 있다.

 

기본소득의 예를 들기 위해 유럽에 있는 복지 국가 얘기를 하면, 잘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반박한다. 하지만 복지 제도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구축했던 70~80년대 당시 유럽과,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을 비교하면 한국이 훨씬 잘 산다. 복지논쟁은 경제가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부를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 하는 합의의 문제고, 결국은 정치의 문제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결국 증세를 피해갈 수 없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큰 과제다. 단순히 세금을 더 내게 돼서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는 설득이 필요하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돌려주면서 신뢰를 얻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노동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채택했지만, 녹색당은 1단계에 청소년, 청년, 노인, 장애인, 농어민을 대상에게 먼저 지급하고, 2단계에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한다는 게 기본소득의 취지인데 대상을 한정하는 단계를 둔 이유는 무엇인가?

 

1단계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일부 예산 낭비만 줄이면 되어서 정말 어렵지 않다. 일부를 대상으로 시행하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1단계 대상에 속하는 청소년, 청년, 노인, 장애인, 농어민들은 지금까지 전체 복지의 총량을 늘리지 않고 취약한 집단끼리 우선순위를 다투게 하는 한국 복지 제도 아래서 가장 큰 피해를 받아왔다. 이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전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확대하자는 복지동맹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급 대상 집단 내에서는 선별 과정이 없기 때문에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이고, 개별적으로 지급된다는 기본 소득의 정신이 실현될 수 있다.

 

녹색당의 기본소득 제안이 노동당과 비교할 때 가지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까 말한 것처럼 기본소득을 실현할 수 있는 주체들이 연대해서 세력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있고, 노동당에서는 주로 자본 보유세를 얘기하는 데 비해 녹색당은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에서 훨씬 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보통은 기본소득 재원마련을 이야기할 때면 조세개혁을 얘기하는데, 녹색당은 조새개혁뿐 아니라 ‘생태세’도 준비하고 있다. 생태세 도입은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을 마련함과 동시에 환경과 에너지 분야의 문제까지 같이 해결할 수 있다.

 

또 노동당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책으로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것까지 합의되었다고 들었다. 녹색당에서 말하는 기본소득은 공유자원들에서 나오는 이윤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배당받아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렛대로서 기본소득을 보다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생태세는_뭐지?

 

후보는 기본 소득 40만 원을 받으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사실 활동가가 되기 이전에는 취미가 잡다하게 많은 사람이었다. 활동하면서부터 그런 것을 조금씩 줄이긴 했지만, 기본 소득을 받으면 연극 같은 것도 진지하게 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 실험적인 일도 하고 싶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기도 해서 대학원에 가서 독립 연구자로 살 때면 기본소득이 기반이 될 수 있을 거다. 활동가로 살 때도, 기본소득은 정말 중요하다. 저도 지역 출신으로 서울에 유학을 와 있는 셈인데 월세부터 등록금까지 부모님께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다른 인터뷰들을 봐도 그렇고 기본소득에 대해서 주로 얘기했는데 녹색당의 다른 핵심공약들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모두 지지한다. 저번에 기자회견을 열어서 동성결혼을 법제화한다는 공약을 발표했었다. 탈핵도 정말 시급한 문제이고 노후 원전은 정말 시한폭탄이라고 생각한다. 남한도 북한도 핵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살고 싶기도 하다, 동물에게 친절한 사회가 인간에게도 당연히 더 친절하고 다정한 공동체일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도 문제인데 한국은 세계에서 GMO 수입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한국 사람들은 김치, 마늘 먹고 더 건강하니 GMO 식품 먹어도 괜찮은 거냐(웃음).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다른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지렛대이자 최소한의 조건이다. 녹색당에서 2016년 총선에서 11개 공약을 발표했는데 모두 같이 가는 문제이고 상호보완적인 문제이다.

 

녹색당의 #동성결혼_법제화? #탈핵? #동물권?

 

49945-6

 

녹색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녹색당 강령을 읽고 반해서 가입했다. 무슨 강령을 읽고 가입하냐고 하는데, 한번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저 같은 당원들이 정말 많다. 신기할 만큼 모든 방면에서 평소에 생각해오던 가치나 신념하고 배치되는 점이 없었다. 나를 속이지 않아도 되는 정당이기 때문에 자기의 신념과 가치를 타협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게 해방감을 준다. 특히 요즘 같은 선거철에 집중적으로 거리에서 얘기하면서 그런 경험을 한다. 이럴 때 아니면 우리가 언제 평소에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걸면서 정책과 가치를 소개하고 하겠나. 선거는 돈 있는 사람들만의 축제가 아니다. 녹색당을 포함해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다른 소수정당들도 많은 시민과 만나며 자신들의 정책과 가치를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정당 소속으로서 비례대표가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화가 났다. 비례대표가 줄어든 것은 다른 의미도 있지만, 국회 입성이 힘든 여성과 청년 정치인이 줄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회가 여성, 청년을 비롯한 다양한 집단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녹색당은 전면비례대표제를 주장한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지지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이 선거제도 때문에 양당제가 굳어졌고 양당제하에서 정책이 하향 평준화, 보수화되고 있다. 다음 대선, 지방선거에서 선거제도 문제가 화두가 돼서 21대 총선에서는 전면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비례대표 중심으로 바뀐 제도가 됐으면 좋겠다. 비례대표 문제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해야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혹시, 정말 혹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계속 당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면서 기본소득 운동을 할 것이다. 이번에 선거운동을 하면서 전국을 다니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다. 지역에서 기본소득 간담회를 하면 수도권에서 기본소득 얘기할 때랑 다른 걸 느낀다. 좋은 정책 하나 알았다는 정도를 넘어서 ‘그럼 우리 지자체에 인구는 적고 예산은 많으니까 쓸데없는 건물 짓거나 중간 사업자한테 돌아가는 거 하지 말고 기본소득 주민 발의하자, 모임 만들어보자’라고 얘기하시는 걸 보면 정말 기분이 좋다. 또 지금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지금의 현장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기본소득 논문을 쓰고 싶다. 그러니까 활동도 계속, 공부도 계속할 것이다.

 

글. 진(bibigcoma@hanmail.net)

인터뷰. 진(bibigcoma@hanmail.net), 콘파냐(gomgman32@naver.com)

사진. 압생트(9fifty@naver.com)

인터뷰 기획. 감언이설, 농구선수, 진, 콘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