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장동민만이 아니라 그가 출연한 ‘코미디빅리그’의 한 코너가 문제가 됐다. 쟤 때문에 부모 갈라선 거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애 들어요.”, “저게 애비를 닮아서 여자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네. 너 동생 생겼단다, 서울에.” 등의 대사가 개그 소재로 쓰였다. 이혼가정 아동에 대한 조롱, 오래된 것은 버린다는 식의 노인 비하, 노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아이가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아동성추행적인 내용까지 담겨있었다.

 

나는 6살 이후로 부모님 두 분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그 사실 자체가 부끄러웠고 남들에게 숨기려고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괜찮아지긴 했지만, 그 상처를 완전히 극복한 건 꽤 최근의 일이다. 그런 나로서 말하는데, 내 상처가 개그 소재로 쓰여 ‘공식 석상’에서 소비되는 것을 목격하는 일은 전혀 즐겁지 않으며, 굉장히 불쾌한 일이다.

 

노인을 향해 ‘늙으면 버려져야지’라는 식의 개그를 하는 것도, 노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아동이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대 위와 뒤의 저들은 이혼가정의 아동이 아니고, 자신은 이제 쓸모없다는 생각에 우울해 하는 노인도 아니며, 어른 앞에서 성적으로 희화화되는 아동도 아니다. 그들은 소수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는 젊은 성인 남성일 뿐이다.

 

과거 논란에 대해 자숙하며 반성한다고 한 장동민. 그리고 지금, 도대체 그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과거 논란이 된 발언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이번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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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장동민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소수자

 

장동민이 시도하는 개그는 이혼부모 자녀, 아동, 노인 등 소수자에 대한 배제의 구조를 재생산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 자녀, 중산층 등의 요소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정상가족’이다. 하지만 부모가 있는 것도, 자녀가 있는 것도, 중산층인 것도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정상가족’은 당연하고 행복한 가족인 양 끊임없이 묘사된다. 그리고 그 허구엔 정상성과 권력이 주어진다. 그 틀에서 벗어나면 너무나도 쉽게 ‘비정상’이 되어버린다. 비단 여기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정상’들은 같은 방법으로 정상성과 권력을 획득한다.

 

부모가 없는 아이가 배제되고, 아이 없는 부부가 배제되고, 가난한 이들이 배제되고, 노인이 배제되고, 성소수자가 배제되고, 비혼자가 배제되고, 장애인이 배제된다. 그리고 그들은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논란이 일자 ‘코미디빅리그’를 연출하고 있는 박성재 PD는 사과의 말을 전하며 문제가 된 장면들은 재방송과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과와 함께 사족을 달았다. ‘논란이 된 상황은 전혀 의도된 게 아니며, 소재와 주제에 대한 논란은 모두 자신의 잘못이지 연기자들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장동민 측은 대본대로 한 것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 역시 연기자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덧붙여, 성추행을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사과문에서 ‘의도’나 ‘오해’라는 단어는 언제쯤 사라질까. 의도가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배제와 혐오는 이미 이뤄졌다. 또한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대본을 쓰고 연습까지 했던 연기자에게는 왜 잘못이 없나. 무대를 준비하며 그 개그 소재가 문제가 될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모두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동민이 이전에 말한 대로 정말 잘못했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의지가 있었다면 저런 저급한 개그를 방송에 들고나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진짜 중요한 건 도덕적 결벽성과 완전성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고,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도덕적 결벽성과 완전성이 아니라 자신이 잘못을 했을 때 그것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노력하는 자세다. 하지만 그러한 자세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나는 더 이상 장동민에게 일말의 기대조차도 하고 싶지 않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잖느냐” 식의 말일랑 꺼내지도 말라. ‘코미디빅리그’는 케이블 프로그램 시청률 조사 때마다 매번 상위권에 위치한다. 내가 보지 않는다고 해서 배제와 혐오의 재생산이 멈추는 건 아니다.

49997-13월 28일 조사자료 ⓒ 닐슨코리아 

 

나는 여전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비하를 일삼으며,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장동민이 더 이상 미디어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글. 김윤진 (polahm26@naver.com)

편집/교정. 콘파냐, 통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