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는 있지만, 마침표는 없다

 

얼마 전 진도에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사업이 완료되었다. 팽목항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이곳에는 은행나무 300여 그루를 비롯해 ‘기억의 벽’이 마련되어 있다. 기억의 벽에는 희생자와 실종자의 이름 등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15일에는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해돋이극장에서 세월호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뉴안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안산시립합창단, 416가족합창단이 채우는 공연은 무료로 진행된다. 이처럼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사람도, 그 방식도 더욱 다양해지고 풍성해졌다.

이처럼 추모의 방식과 영역은 다양해졌다. 조용히 광화문 광장을, 팽목항을, 416기억저장소를 다녀오는 이들과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길을 걷다 그런 걸 발견하면 또 생각나고, 떠올린다. 그리고 과거를 반성하는 것이 아닌, 현재를 반성하게 된다. 일상에서의 추모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떠올려보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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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플래닛

 

추모는커녕 반성조차 하지 않는 이들

 

추모의 성숙한 발전과는 별개로, 얼마 전에는 2차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열렸다. 여전히 반성이 없는 곳에서는 반성이 없고, 일부 국회의원은 진상규명에 나서기는커녕 방조와 피해자 모독을 이어갔다. 그러한 발언이 버젓이 공개되고 기록되었음에도 20대 총선에 후보등록을 하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뻔뻔함에 치가 떨리다 못해 화가 난다. 당당한 태도로 세월호 사건 이후 시민운동을 번잡한 소란 정도로 취급하는 이들은 사과하는 척조차도 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세월호 사건을 나와 무관한 사건이라 생각할지언정, 그것을 굳이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심리는 무엇일까 싶다. 만약 반성과 대책이 필요한 국가적 사건을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어정쩡하게 덮고자 큰소리치는 것이라면, 그들은 무례하다 못해 무식한 것이다.

 

추모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가끔 세월호 사건 이후 피로를 느낀다는 사람을 본다. 그러나 피로의 원인은 후자이지 전자가 될 수 없다. 전자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마음을 열고 추모할 수 있게, 그리고 더욱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공연, 전시 등의 형태로 기억을 기록한다. 일상에서 작은 단위로 추모하고 되새길 수 있게 책으로, 작은 표시로 추모하며 그 어느 형태도 당신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거나 침범하지 않는다. 대신 자발적인 참여와 마음을 유도하고, 오히려 정중히 호소하는 것은 이쪽이다.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 그 원인은 후자다. 일상을 피로하게 만드는 건 흐지부지 넘기려는 이들의 큰 소리고, 반성하고 해결하지 않아 아직도 질질 끌고 있는 문제들이다. 피로를 느끼는 이들이 지적하고 그만 좀 하라고 해야 할 사람은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가끔 사람들은 전자를 향해 화살을 돌린다. 후자가 만든 프레임에 생각 없이 넘어가는 일도 있고, 아무래도 후자의 목소리가 더 크다 보니 ‘그래, 그런 것 같아’라고 동조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일상에서 문화생활 하듯, 공연을 보고 책을 읽으면서도 추모할 수 있는 것을 괜히 ‘크고 힘든 무언가’로 생각하게 만드는 권력의 태도는 여전히 너무나도 크고 뻔뻔하다. 세월호 이후 계속 노란 리본을 달고 그 의미를 되새기자는 것 자체는 중요한 것이며, 결코 누군가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피로를 가져오는 것은 국가의 대처와 이후의 태도이지 결코 추모의 자세가 아니다.

 

곧 2주기가 다가온다. 아마 국가 권력은 올해에도 나의 작은 추모를, 내가 추모하는 내 사적 영역을 침범하고 들어와 물대포든 진압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히며 그것을 만천하에 전시할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나의 작은 무언가는 큰 무언가가 된다. 총선 직후에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결과에 따라 행사를 대하는 권력의 태도가 바뀔지도 모른다. 어느 한쪽을 응원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투표 또한 추모의 한 방법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글. 블럭(blucshak@gmail.com)

기획. 가오나시, 김연희, 샤미즈, 상습범, 압생트, 엑스, 이주형, 인디피그,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