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는 있지만, 마침표는 없다

 

지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2차 청문회 첫날, “강원식 증인. 1등 항해사로서 세월호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습니까. 주로 하신 일이 뭡니까, 세월호에서”, 특조위 장완익 위원이 강원식 세월호 1등 항해사에게 물었다. 강원식 씨가 대답했다. “1등 항해사였습니다” “그러니까 ‘1등 항해사’로서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묻는 겁니다. 1등 항해사라면 해야 할 역할이 있지 않습니까” 장 위원이 재차 물었다. 일등 항해사는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당직이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당직. 그의 역할은 그저 당직뿐이었을까. 법규상 1등 항해사는 선장이 없을 경우 배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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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21

 

청문회는 이렇게 증인석에 앉은 책임자들의 반성 없는 모습으로 일관됐다. 우리 사회에서는 처벌받아야 할 책임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넘어갔다.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518의 주범도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416의 책임자들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책임의 무게를 마땅히 져야 한다.

 

부모의 책임

  

책임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희생자들의 부모다. 단원고 희생자 학생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부모라는 이름으로 필사적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들은 못 해준 게 많은 내 아이가 왜 죽어야만 했는가를 밝히는 것이 자식 잃은 부모의 책임이라고 여기고 있다.

  

2차 청문회를 보며 가슴이 아팠던 것은 유가족 부모들이 AIS, VHF 등의 해상 시스템 용어, 세월호의 침몰 전 변침 방향, 각도 그리고 그것의 기록이 누락된 구간, 선박의 세세한 구조와 조타기의 타각 지시기 위치 등을 이해하며 듣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방청석에 앉아서 진실의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내려는 것. 증인석에 앉은 책임자들, 즉 증인들이 놓치는 단 한두 가지라도 찾으려 애쓰는 그 모습. 안산이라는 한 작은 마을의 부모들이 왜 저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가. 애통했다.

 

회피와 책임 전가와 거짓말로 무장한 증인들이 연출하는 뻔뻔한 장면들은 부모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니다. 2년 전 4월 16일, ‘전원구조’ 됐다는 그 보도가 나오는 그 순간부터 그리고 부모들이 팽목항에서, 진도체육관에서부터 꾸준히 봐온 모습이기에 내성이 생겼으리라. 괴로움에 부모들의 눈물이 떨어진 시점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 나올 때였다. 2년 전 대통령의 눈물과는 다른, 책임에 따르는 진정한 눈물이다.

 

 우리의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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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욱

 

진실을 규명해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내 아이의 죽음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만이 아니라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세월호는 침몰했지만, 우리 사회의 민낯은 수면으로 올라왔다. 직업의식의 부재와 업무 태만, 부정부패와 비리, 해피아, 비정규직,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의 부작용 등은 우리 사회가 가리고 있던 여러 치부들이다. 세월호 침몰은 우리 각자의 개인과 동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나의 일상은 이것과 관련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416세대라는 말은 이 책임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현재 명예 3학년 3반)의 시계는 고장 나서 멈춰있다. 시계가 언제부터 멈춰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시곗바늘은 똑같은 시와 분과 초를 턱턱 가리키며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책임감을 지니고 살아야 할 우리의 역할은 멈춰있는 이 시계를 돌리는 일이다. ‘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

 

* 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선박자동식별시스템),

선박의 위치, 속력, 제원, 화물의 종류 등 각종 정보를 자동으로 송수신한다.

 

* VHF(Very High Frequency, 초단파무선통신)

선박과 육상이 음성 통신을 할 수 있는 장치다. 통신 가능 거리는 약 80~200해리이며 해경과 관제센터, 선박, 비행기가 수신·청취할 수 있다.

  

글. 김연희(injournalyh@naver.com)

기획. 가오나시, 김연희, 샤미즈, 상습범, 압생트, 엑스, 이주형, 인디피그,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