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한 일간지 기자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내게 2030의 투표율 상승, ‘N포세대’의 분노가 새누리당 참패와 여소야대로 나타난 20대 총선의 결과를 이끌었다는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을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몇 가지 이야기했지만, 직감적으로 내가 기자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결국 그 매체에서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이 야권 승리를 견인했다는 요지의 기사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 통화에서 내가 한 코멘트는 전혀 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해당 매체뿐 아니라 수많은 기성 언론에서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을 주목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은 야권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또한 이 부실한 논리로 ‘2030의 승리’ 따위를 논하는 기성언론의 프레임은 게으르고 비판받을 여지가 많은 담론이다.

 

20대 총선 투표율, 지난 대선/총선에 대입해 보니

 

2030의 투표율 상승이 야권 승리를 견인했다는 분석은 19대 총선과 20대 총선, 두 번의 투표율과 두 번의 선거결과까지 네 개의 변수만을 고려한 아주 단순한 논리다.

 

1. 젊은 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19대 총선(20대 41.5%, 30대 45.5%)에서 여권이 승리했다.
2. 젊은 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20대 총선(20대 49.4%, 30대 49.5%)에서 야권이 승리했다.
3.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젊은 층의 투표 반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다른 식의 비교를 통해서 곧바로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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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더 자세한 분석표는 이 글의 맨 아래에 덧붙였다. <참고1>)

 

위의 표는 이번 20대 총선의 연령대별 투표율을 2012년 18대 대선의 자료에 대입해 만든 가상 재대결의 결과다. 총 선거인 수와 연령대별 선거인 비율은 선관위의 공식 자료를 사용했고, 두 후보의 연령대별 득표율은 공식 자료를 구할 수 있는 게 없어 지상파 3사 출구조사 자료를 사용했다. 연령대별 투표율만을 18대 대선 자료에서 20대 총선 자료로 교체한 것이다.

 

젊은 층이 많이 투표했다는 이번 선거의 연령대별 투표율을 대입했는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가 51.75%를 얻어 당선된다. 4년 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얻었던 51.6%의 득표율과 거의 일치한다.

 

(이는 20대 총선의 젊은 층 투표율이 19대 총선에 비해서는 5~8% 올랐지만, 18대 대선에 비해서는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18대 대선의 세대 간 투표율 격차는 이번 총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18대 대선의 연령별 투표율은 20대 초반 71.1%, 후반 65.7%, 30대 초반 67.7%, 후반 72.3%이었고, 50, 60대는 각각 82%, 80.9%이었다.)

 

이 가상 재대결에서는 연령대별 선거인 수에 4년 전 자료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한국의 유권자 인구구조가 점점 더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상 재대결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더욱더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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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더 자세한 분석표는 이 글의 맨 아래에 덧붙였다. <참고2>)

 

연령대별 투표율 변수만을 변경해 가상 재대결을 시행해 보면, 18대 대선뿐만 아니라 19대 총선의 경우에도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온다. 실제 당시 비례대표 득표율은 새누리당 42.80%, 민주통합당 36.45%, 통합진보당 10.30% 등이었다. 가상 재대결 결과를 보면 격차는 줄어들지만, 실제 결과와 아주 큰 차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상의 가상 재대결 결과들은 2030세대의 투표율 증가가 이번 선거의 결과와 맺는 상관관계가 생각보다 약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최소한 언론들이 떠들고 있듯이 ‘젊은 층의 높은 투표율’이 ‘야권 승리’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가리키는 근거다.

 

이번 20대 총선의 비례대표 득표율은 새누리당 33.50%, 더불어민주당 25.54%, 국민의당 26.74%, 정의당 7.23% 등이다. 앞서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의 가상 재대결 결과와 큰 차이가 있다. 연령대별 투표율을 다 동일하게 놓았는데, 18대 대선과 19대 총선 가상 재대결 결과는 여당의 승리로 나오고, 20대 총선의 선거 결과는 야당의 압승으로 나온다.

 

즉, 이번 선거 결과의 핵심적인 원인을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 N포 세대의 분노 같은 데서 찾는 것은 아주 헛다리를 짚는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선거 결과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이라기보다는, 그냥 ‘보고 싶은 대로 쓰는’ 게으른 인상비평에 가깝다. 이번 선거 결과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연령대별 투표율이 아니라, ‘정당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당연히 먼저 살펴봐야 한다.

 

선거 끝나자마자 세대론? 2012년의 교훈 잊었나

 

앞에서 야권의 승리의 주요한 원인은 젊은 층 투표율 상승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지만, 어쨌든 많은 기성매체들은 젊은 층 투표율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 대학원생인 20대 지인은 자신의 지도교수에게 “젊은 층이 많이 투표해주어 이렇게 좋은 선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이것이 아직도 기성 언론 혹은 야당 지지자들이 ‘20대 개새끼론’ 관점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예쁜 여성들이 찬양받는 것이 오히려 ‘여성혐오’의 증거가 될 수 있듯이, ‘투표장에 나간 20대’를 특별히 찬양하는 것도 ‘20대 개새끼론’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선거에서 야당이 이겼으니 20대에게 화살이 돌아오지 않을 뿐, 만약 야당이 졌다면 ‘투표 안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투표 안 하는 20대들’을 비난하는 ‘20대 개새끼론’이 펼쳐졌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여전히 20대와 3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그렇기에 패배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악마화하기 좋은 ‘먹잇감’으로 충분하다.

 

(야권이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 후보들을 대거 당선시킨 호남 유권자들을 향해 ‘호남 개새끼론’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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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실제로 선거 당일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20대가 투표장에 별로 안 보인다는 식의 증언을 하는 누리꾼들이 줄을 이었다. 경향신문 페이스북 관리자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은 모든 유권자에게 투표하라는 말 대신, 20대가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20대 한정 투표 권유’ 글을 올렸다.

 

사실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더 많은 ‘다른 세대 유권자들’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현재 20대 인구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적은 탓에, 연령대별 투표율 잠정치와 연령대별 선거인 수를 곱해 투표를 하지 않은 인원을 계산해보면 20대가 340만 명, 30대 380만 명, 40대 413만 명으로 예상된다.

 

계속해서 20대의 투표 문제를 지적하며 ‘꼰대질’을 하거나, 20대를 타자화시키는 것에서만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도 야권 지지자들이나 야당 성향 언론은 젊은 층이 야당 지지율이 높으니 젊은 층이 많이 투표하고 중장년층이 적게 투표하도록 이끌면 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단순한 셈법 말고는 가지고 있는 선거 전략이 없는 것처럼 구는 것 같다.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이 2012년의 교훈을 이미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점점 더 초고령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젊은 층 유권자만을 공략하는 그런 세대정치 선거전략은 무조건 야당에게 더 불리하다. 201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에서 나온 첫 자기반성이 ‘너무 젊은 유권자들에게만 집중했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거 전부터 우리가 20대, 30대 투표해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고 열심히 떠들어 젊은 층 투표율이 5~8% 정도 올랐고, 그래서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했다는 식의 논리는 간결하지만 그냥 기성세대의 자기만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으른 논리다. 오히려 성급하게 ‘젊은 세대의 분노가 승리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떠들어봐야 세대갈등을 부추기면서 중장년층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으므로 그러한 해석은 가능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게 전략적으로도 옳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증가한 것 맞지만

 

19대 총선에 비해 젊은 층 투표율이 5~8% 증가한 것은 맞다. 또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게 나쁘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투표율 상승이라는 현상이 긍정적인 신호라면 이것은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이 야당에게 유리해서인 것도, 정치에 관심 없던 무식한 젊은 층이 그래도 투표는 하기 시작해서인 것도 아니다. 투표를 하냐 하지 않느냐는 무식함과 유식함을 가르는 경계도 무개념과 개념을 가르는 경계도 아니다.

 

다만 특정한 계층의 낮은 투표율은 그 계층이 갖는 정치 효능감이 낮다는 것, 그 계층이 정치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할 뿐이다. 젊은 층의 투표율 증가가 반가운 것은, 젊은 층이 정치 효능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프랑스 대학생 투표율이 높다고? 그런데 말입니다)

 

젊은 층의 투표율과 야당 선거 결과 사이의 연관검색어 관계는 깨져야만 한다. 앞서 언급했듯 젊은 층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다. 또한, 젊은 층도 미래에는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성향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또 반대로, 중장년층도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성향이 높아질 수도 있다.

 

선거는 결국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더 얻어오는 문제다. 그리고 그 유권자들은 청년, 노인, 전라도 사람, 경상도 사람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정치인들이든 지지자들이든 기성언론들이든 유권자들을 연령대별로 쪼개 계산기 두드리는 일은 이제 그만두고,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 매력적인 가치와 비전을 이야기하는 일에 집중하시길 바란다.

 

글.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

 

 

참고1. 20대 총선 연령대별 투표율(출구조사 잠정치)을 사용한 18대 대선 가상 재대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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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2. 20대 총선 연령대별 투표율(출구조사 잠정치)을 사용한 19대 총선 가상 재대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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