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선 피해자가 되는 것만큼 가해자가 되기도 쉽다. 어제 폭력을 당한 이가 오늘은 폭력을 가하고, 저곳에서 폭력을 가한 이가 이곳에선 폭력을 당한다. 다시 말해, 온전히 가해자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 가해자인 동시에 (과거에 혹은 다른 범주에서) 약자의 정체성을 함께 가진 이들의 존재는, 폭력에 대한 비판이 갈 곳을 잃게 한다. “내가 당사자인데”로 시작하는 고백을 마주한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머뭇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개그맨 장동민이 이혼 가정 자녀들을 개그 소재로 삼고, 그들을 조롱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한부모 가정 권익단체가 해당 개그맨들과 담당 제작진, 방송사 대표를 고소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개그맨 유상무가 연달아 SNS에 장동민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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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무 페이스북

 

절친의 쉴드도 면죄부를 줄 수 없다

 

유상무는 장동민의 발언을 감싸기 위해 자신도 한부모 가정이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부모 가정에 속하는 ‘약자’로서의 자신이, 한부모 가정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굴고 있다. 그러기에 (한부모 가정인) 내가 괜찮은데, (내가 힘들었을 땐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한부모 권익단체들이 왜 나서냐는 식으로 말한다.

 

물론, 유상무가 한부모 가정 당사자인 건 사실이다. 이는 그에게도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 가해졌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게 ‘유상무가 장동민 발언이 비하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다’라는 뜻은 아니다.

 

유상무의 쉴드는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한부모 가정에 속하는 개인과 친분이 있는 것과 한부모 가정이라는 집단을 비하하는 건 별개의 일이다. “에이즈충”이라고 말한 사람에게 성소수자 친구가 있다고 해서, 그의 비하적 발언을 가벼이 넘길 수는 없다. “장애인 같은 새끼”라고 말한 사람이 과거에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해서, 그의 혐오성 발언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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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무 페이스북

 

마찬가지다. 장동민과 유상무가 친분이 있건 없건, 그는 한부모 가정을 비하하는 말을 했고, 그 발언에 대해 비판받아 마땅하다. 장동민이 한부모 가정 아이들과의 모임에서 펜션 비를 내주었는지, 고기를 구워줬는지, 옷을 사줬는지도 상관없다. 그에게 도움받은 이들과는 별개로, 그의 비하 발언으로 또다시 특정 집단이 매도되었고, 수많은 이들이 불쾌감을 느끼거나 상처받았다. 아직 사회적 차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는 집단을 비하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그에게 도움받은 일부 당사자들이나, 그의 개그를 보고 웃었다는 일부 당사자들의 존재도 장동민의 발언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폭력을 옹호한 것도 폭력이다

 

유상무는 제가 아는 ‘절친 장동민’의 모습을 밝히며, 비판을 막는 방패로 사용하려 한 듯하다. 그래, 절친과의 우정은 지켰을지 모른다. 그러나 본질을 흐리는 쉴드를 드립처럼 쏟아내는 와중에 유상무가 알지 못한 건, 폭력을 옹호함으로써 그 역시 폭력에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유상무가 자신의 당사자성과 ‘약자’로서의 경험을 앞세운 건 장동민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함이었다. 당사자는 그 상황을, 그 경험을, 그 고통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당사자의 목소리는 당사자가 아닌 이들의 목소리보다 중요하며, 실제로 중요하게 다뤄진다. 당사자성이 가진 무게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나도 약자’라는 정체성을 명백한 폭력을 옹호하기 위해 사용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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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빅리그 캡쳐

 

자신의 당사자성만을 강조하고, 자신이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면 비판의 소지가 분명하다.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약자’의 정체성이, 가해자를 자유롭게 할 수는 없다. 어떤 이유에서건 타인에게 (물리적,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했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나도 너도 이 사실을 되뇌고, 또 되뇌었으면 좋겠다. ‘한때 약자였다’는 고백이 결과적으로 ‘악용’될 수 없게 말이다.

 

 

대표이미지. ⓒ LG 옵티머스뷰 옹달샘 영상 

글. 달래(sunmin53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