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들을 이분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한 이분법은 ‘배려’라는 가면을 쓰지만 때론 폭력이 되기도 한다. 장애인을 타자화하고 그들을 숫자로 분류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것이 그렇다. 우리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경계를 허무는 글을 쓰기로 했다.

 

“장애인이 어떻게 대학을 다닐 수 있겠습니까?” 

 

1970년, 장왕록 교수는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학과장 브루닉 신부를 찾아가 소아마비 장애인 딸이 시험이라도 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신부는 “무슨 그런 이상한 질문이 있습니까? 시험을 머리로 보지, 다리로 보나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시험을 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라고 답했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박사 과정까지 수료하고 교수가 되었다. 그가 바로, 수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으로 널리 알려진 장영희 교수다. 장애인이라고 시험조차 치를 수 없었던 1970년대였다. 지금 대한민국 대학교의 장애 학생 대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실태 조사

 

교육부는 작년 3월 17일에 국립특수교육원을 통해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는 3년마다 실시되며 그 결과는 이듬해 초에 발표된다. 2015년 3월에 발표된 자료는 2014년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총 368개 대학 중 22개교가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되었다. 5년 연속 최우수 대학교로 대구대학교가, 3년 연속 최우수로 서강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이 선정되었다. 개선 요망에 포함된 학교는 200개다. 최우수 대학이 전체의 6%를 차지한 데에 반해, 개선 요망 대학은 54.3%에 달했다. 개선 요망의 기준이 되는 점수는 65점 이하이다. 전체 종합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61.22점이다.

 

[callout title=”‘최우수’ 선정 대학” align=”left” link=”” linktarget=”_self” button_text=”Button text here” button_color=”” button_position=”right” border_color=”green” background_color=”” title_color=”” description_color=”” add_shadow=”no”]강남대학교, 경희대학교(서울), 고려대학교, 나사렛대학교, 단국대학교(죽전), 대구대학교(경산), 명지대학교(용인), 부산대학교, 서강대학교,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인문사회), 숙명여자대학교, 숭실대학교, 연세대학교, 우석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충남대학교, 충북대학교, 한국성서대학교, 한국복지대학교, 대구사이버대학교. [/callout]

 

우리 대학교도 장애지원센터쯤은 있거든?!

장애를 이유 삼아 각종 행사 및 활동 참여를 금하거나 비하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인 행동이다. 장애 교육복지의 핵심은 장애 학생이 교육 활동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 내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어야 한다(‘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0조).

국립특수교육원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1조를 바탕으로 편의제공 사항을 다음과 같이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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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대학교에 장애인 학생을 위한 리프트나 엘리베이터,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근로 장학생으로 모집된 장애 학생 수업 도우미는 필기 대필 및 강의실 간 이동을 도와준다. 시설과 도우미에 이어, 여러 가지 제도가 준비되어 있다. 수강신청 도움, 장애 학생 전용 좌석, 녹음.확대.스캔 자료 제공, 시험 시간 연장 및 대필 등이 그 예다. 그러나 기본적인 설비와 제도가 장애인을 위한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최우수’ 대학의 진짜 ‘최우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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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학은 장애인 교육복지 실태 조사에서 ‘우수’에 들지 못했다.

 

‘최우수’를 받은 대학은 장애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 인권 감수성을 고려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최우수 대학 22개 중 하나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고려대는 장애인 인권동아리를 통해 학내 장애인 처우에 관한 문제를 스스로 고발하며 개선해 나가고 있다. 문과 대학에 실제로 장애인 학생이 1명도 없다는 점을 말하며 휠체어를 놓는 퍼포먼스 등을 통해 문과 대학 내 엘리베이터 설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구대학교는 평가 제도가 도입된 2003년부터 5년 연속 최우수 대학에 선정되었다. 2000년에 전국 대학 최초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립해 수업 필기 및 생활 보조 도우미와 시험 대필 도우미 제도를 운용 중이다. 센터 설치에 이어 2012년에 전국 대학 최초의 장애학생 복지강령을 선포했다. 작년부터는 캠퍼스 전역에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는 지정좌석제를 도입하고 있어, 학기 초마다 자리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서 장애인 학생의 좌석 선정이 최우선 순위로 배려받는다. 강의계획서에는 ‘장애학생 지원사항’이 반드시 기재되어 있다. 장애 학생과 수업을 함께 듣고 필기를 도와주는 ‘다소니’로 활동하고 있는 이어진(22) 씨는 “함께 공부하는 학생으로 장애학우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공부도 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즐겁고 뿌듯하다.” 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밖에도 많은 대학교가 장애인을 위한 기본 제도에 학교마다 특성화된 갖가지 제도를 갖추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넓은 캠퍼스를 이동하는데 장애인 학생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전용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이용 학생의 수와 강의실 위치를 고려하여 선택적으로 지정해 운행한다. 연세대학교는 중앙도서관에 장애 학생을 위한 열람실과 전동책상 설비해두고, 전체 좌석의 1%를 장애인 전용석으로 지정해두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거동이 불편한 경우를 위해 도서관 자료 대출과 반납 배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전남대학교는 장애 학생을 위한 휴게실과 오르막길 통행로에 핸드레일과 보호 울타리를 설치했다.

다음 실태 평가인 2017년에는 보통 및 개선 요망의 평가를 받은 대학교의 이름도 공개된다. 그러나 단순히 지표로서 개선 요망을 피할 것이 아니라, 학내에 장애인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장애인 대학생에게는 머리로 하는 공부를 다리로, 몸으로 하게 만드는 사회의 장벽이 높기만 하다. 나보다 선택지가 적은 사람에게 기회를 먼저 주는 작은 행동은 그 어떤 최우수보다 우수하다.

* 이 기사는 국립특수교육원(www.nise.go.kr)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대표이미지. ⓒ 서울대 대학신문

글. 이설(yaliyala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