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일만 찾아다녔다. 찾아다니고, 해부해서 먹어치웠다. 그러다 온갖 의미로 꽉 차서 숨이 막혔다. 좀 비우고 싶다. 그냥 막 걷고, 어디든 들어가고, 무엇이든 먹고 마시고 싶다. [다녀왔다고함]은 이런 발버둥의 기록이다.

 

신논현역 사평대로 사거리에는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가 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시간일 밤 9시, 이곳은 일을 시작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일 시작 전에 여기서 대기하다가 나가고, 다시 열두 시 반부터 일이 없어지기 시작하면 돌아와요. 투잡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마지막에 집 쪽으로 콜을 받아서 집에 들어가기도 하고. (…) 일은 밤 아홉 시부터 열두 시까지가 제일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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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사거리 호진 빌딩 4층에 있다 

 

쉼터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리운전 기사들이나 퀵서비스업 종사자다. 이들은 ‘이동노동자’라고 불린다. 업무가 주로 이동을 통해 이루어져 고정된 일터가 없다. 그래서 노동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특히 야간 업무가 대부분이라 대기시간은 지하철 역사 안과 편의점에서 보내야 한다. 서울특별시 노동정책과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서울지역 대리운전기사들은 △쉼터와 교통 편의 강화(48.8%) △적극 복지정책 (29%)△재정적인 구제제도(13.8%)를 서울시의 필요 정책으로 꼽았다.

 

휴(休)서울이동노동자 쉼터는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 시발점으로, 지난 3월 개소했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열고 있다. 쉼터가 위치한 강남역과 신논현역 인근은 대리운전기사들의 주 업무 지역이다. 이곳에서 손님의 호출을 기다리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셔틀을 탄다.

 

대리운전기사들이 모이는, 휴(休)서울이동노동자 쉼터

 

쉼터에 들어서면 휴대전화을 손에서 놓지 않는 기사들과 휴대전화 충천을 위한 긴 탁자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업무 호출을 받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손님의 요청이 애플리케이션에 뜨면 목적지와 가격을 확인한다. 목적지에서 다시 일이 있는지, 돌아올 수 있는 곳인지를 확인한다. 접수를 하면 업체와 연결되어 손님 전화번호가 뜬다. 대리운전기사 H 씨는 “휴대폰 충전은 우리에겐 군인의 총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업무가 시작하는 시간인지라 몇 명의 대리운전 기사님들은 호출을 받고 쉼터를 떠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마기, 커피포트, 건식 족욕기, 컴퓨터, 회의실, 직원이 상주하는 사무실 등이 있다. 쉼터 이용자들이 장시간 야간 노동과 걷기로 쌓인 피로를 풀거나 근로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야간 운전은 물론 도보로도 하루 평균 5~6km를 걷는다. 이렇게 피로가 누적되어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쉼터에서는 안마 시설을 구비하고 건강검진을 시행한다.  

 

쉼터는 호응이 좋은 편이다. 그동안은 업체 사무실이 있어도 공간이 부족하고, 아예 사무실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하루에 30~40명이 다녀간다. 새벽 3시 정도가 되면 쉼터는 휴식을 취하거나 셔틀 버스와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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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이용자들을 위한 각종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쉼터만 있으면 괜찮은 걸까?

 

현재 이동노동자 쉼터는 서울의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와 대구에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는 쉼터 두 군데만 있다. 이동 노동자를 위한 노동 복지는 시작 단계인 셈이다. 쉼터의 대리운전기사들은 쉼터로 인해 근로 여건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노동환경은 취약한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은 노동에서 여러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장시간의 운전과 도보로 건강이 악화되거나 사고에 노출되기 쉬움에도 업체에서는 4대 보험을 미적용하는 상황이다. 산재 보험 논의가 나오고 있기는 하나 지금은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자동차 보험만 적용되고 있다. 보험료와 대중교통 이용비, 식비가 별도로 지원되지 않아 수입이 불안정하기도 하다. 대리운전기사 K 씨는 명시적 수수료와 실제 경제적 부담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수수료는 20%이에요. 그런데 한 달 보험료 내고 차비 하고, 밥 한 끼 사 먹고. 이것저것 떼고 나면 10,000원을 벌어도 6,000원 정도만 받게 돼요.”

 

심야 교통은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택시비 등 교통비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실제 돌아갈 길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심야에 민간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긴 하는데 셔틀버스는 지금 불법이에요. 경찰이 단속을 나서면 운행을 안 해요. 운행을 안 해 버리면 우리는 아예 고립되어 버리거든요. 열두 시 넘어서 있는 교통수단이 가장 절실해요. 지금 N버스도 다니고 있긴 한데 노선도 한정적이고, 배차시간이 거의 한 시간이에요. 눈에 보이는 데서 놓쳐버리면 거의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해요.” “외곽 같은 데 가면 버스 있는 데까지 걸어야 하고, 대중교통 다 끊기면 하염없이 걷는 거죠”

 

“시장님에게 건의 좀 해줘.” 대리운전기사가 휴(休)서울이주노동자쉼터에 상주하는 서울노동권익센터 직원에게 이야기한다. 휴(休)서울이동노동자 쉼터는 노동자의 요구사항을 대신 전달하는 역할도 맡는다고 한다. 단어도 생소할 만큼 지금까지 노동 인권에서 배제되었던 이동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대표이미지. ⓒ 한국일보 

글. 가오나시(ay7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