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세상?] “5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노래가 끝나면 기분이 이상했다. ‘5월’이 아니면 ‘우리들’이 사라질 것 같아서였다. 우리들 세상. 우리들 세상. 우리들 세상이라고? 나는 마침표를 빼고 물음표를 넣고 싶었다.

 

지나간 기억은 미화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득한 초등학생 때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꼭 밝지만은 않았다.

 

초등학교에서의 처음 기억은 이렇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많이 좋아하지도 않았고 편식이 심해 먹기 싫은 음식을 먹으면 헛구역질이 나왔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고 급식을 3일 동안이나 먹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운다는 이유 때문에 교무실에 끌려갔다. 그래서 그 이후엔 그냥 억지로 먹었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은 고려되지 않은 채 강제로 먹어야만 했다. 심지어 나는 물만 빼고 뱉어야 하는 미더덕도 남기면 혼이 난다는 강박에 매번 삼켜버렸었다.

 

급식은 여러 의미로 졸업할 때까지 나를 괴롭혔다. 5학년 때였다. 이제 막 사춘기가 온 남자애들은 여자애들보다 키가 커지고 힘이 세지기 시작했다. 남자애들은 무리 지어 다니며 여자애들을 심하게 괴롭혔다. 여자애들을 향해 이유 없이 욕을 했고 심한 장난을 치며 본인들끼리 웃었다. 게다가 메뉴에 따라 권력을 지니고 있던 급식대도 차지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급식을 여자아이들에게 몰아주고 본인들은 맛있는 메뉴만 골라 먹었다. 고학년이 될수록 급식을 다 먹지 않으면 벌을 받았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선생님에게 몰래 가 이 부당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큰 용기를 가지고 말한 학교폭력에 대한 고발이었지만 선생님은 웃으며 넘길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남자아이들이 알게 돼 나는 며칠간 정말로 맛없는 급식을 더 많이 다 먹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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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폭력에 대한 경험은 수없이 많다.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떠들거나 수학 익힘책 문제를 풀다가 두세 문제를 틀렸을 때 혹은 교과서를 놓고 왔을 때와 같은 사소한 잘못을 했을 때 나는 맞아야만 했다. 일상에서 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흔한 실수들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너무 ‘큰’ 잘못으로 느껴졌기에 나는 내가 당연히 ‘맞아야만 하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 이후로 수업을 즐거운 마음으로 들은 게 아니라 맞기 싫은 공포감에 수업에 집중했다. 

 

생각해 보아도 정당화되지 않는 이유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급식은 먹고 싶은 만큼 배식받지도 못하면서 남기면 안 됐는지, 잘 모르는 수학문제를 틀렸을 때는 왜 맞아야 했는지, 어른들도 할 수 있는 실수 때문에 왜 한 시간 내내 벌을 받아야만 했는지, 정말 그런 규칙과 벌들이 나에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실 교육적으로 도움이 됐기는커녕 이런 기억들은 나를 형성했고 여전히 나에게 아픈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지금도 음식을 남기면 큰 벌을 받는다는 생각이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으며, 사소한 잘못은 큰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선생님께서 ‘애들 싸움’으로 치부하여 넘어간 일로 인해 나는 남자아이들의 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어릴 때 잠깐 가졌던 남성혐오로까지 이어졌다. 어릴 때 겪은 폭력들이 보이지 않는 실체로 다가와 나에게 겁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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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잘못하는 실수들

 

어릴 때는 어른들이 행하는 모든 일이 어른이라는 이름의 ‘권위’ 하나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부할 수 없는 권위는, 특히 학교에서 선생님을 통해 부여되고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잘못할 리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냥 참고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의 생각은 결국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만든다.

 

인간은 모두 실수를 하고 모든 것을 잘하지 않는다. 어른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조차 실수를 하는 마당에 ‘더 좋은 어른’으로 키우겠다며 어른에게 들이대는 잣대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아이에게 들이대는 것은 때론 폭력이 될 수 있다. 또한 나이가 어떻든 각자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다. 이것은 내가 그 길을 겪어 왔다고 경시할 수 없다.

 

글. 엑스(kkingkkan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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