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구파발 군경 합동 검문소에서 박모(55) 경위의 장난으로 故 박세원(21) 수경(당시 상경)은 왼쪽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다. 박 경위가 총을 겨눈 이유는 ‘나를 빼고 간식을 먹고 있어서’였다. 그는 총이 어떻게 장전되어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에 검찰은 직접적인 살해 의도가 없었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지난 1월 27일, 법원은 박 경위에게 징역 6년을 다시 선고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아닌 총기 관리 부주의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된 것이다, 그리고 수차례 의경들에게 총을 겨눈 경우가 종종 있었고 총기 교대와 실탄 장전 여부를 허위로 작성하였으므로 협박죄와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추가로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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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간담회

 

지난 4월 28일, 동국대학교에서 ‘구파발 총기 사태 유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故 박세원 수경의 부모님은 사건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연히 살인죄가 적용될 것으로 생각해서 1월 27일까지는 재판에 대한 서류를 한 장도 준비하지 않았다”면서 “장례를 치른 것을 지금도 후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경의 아버지는 “박 경위도 자식이 셋이 있다고 들었다. 나도 자식이 있는 사람으로서 박 경위가 모든 것을 인정하면 선처를 해주겠다고 했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박 경위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났다”며 “결국은 남의 귀한 자식을 죽여 놓고 부모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냐”며 분노했다.

 

구파발 총기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인 김상애 학우는 “이 사건이 박 경위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 장난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군인에게 쉽게 총을 겨눌 수 없도록 군 인권이 보장되었거나 총기 관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이야기했다.

 

사건 이후 어떤 것이 바뀌었냐는 한 학우의 질문에 박 수경의 아버지는 “당시 세원이랑 같이 근무했던 동료 의경이 사건 후유증 때문에 마포검문소로 근무지를 옮겼다. 그런데 그곳에서 또 경찰이 테이저건으로 장난을 쳤다. 그 친구가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하자 그 경찰관이 ‘너 가서 심리치료를 더 받아야겠구나’ 라고 말했다”며 사건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경위의 어머니는 “지금 버티고 있는 힘은 여러분들밖에 없다”며 세원이를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남겨진 의문

 

장난으로, 모르고 그랬다고 하기엔 이해가 되지 않는다.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박 경위는 총을 발사한 후 피해자가 쓰러지자 응급조치를 하는 대신 실린더 속 탄환을 전부 뺀 후 다시 넣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증거가 훼손되어 실탄이 발사된 이유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총기관리규정에 따라 총이 제대로 장전되어 있었다면 박 경위가 총을 쏘았을 때 공포탄이 발사되었어야 했다. 이 경우 피해자는 공포탄을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27년 경력의 베테랑 경찰인 박 경위는 ‘실탄은 물론 공포탄조차 발사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격발을 하였다’는 다소 아마추어 같은 발언을 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2심 두 번째 공판에서 박 경위는 허위공문서작성에 대해 항소를 함과 동시에 공포탄이 발사될 줄 알고 쏘았다고 진술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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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페이지 ‘동국대학교 철학과’

 

▲남겨진 사람들

 

사건 직후 피해자의 친구들은 학교에 분향소를 설치해 탄원서 서명을 받고 추모제를 열었다. 탄원서는 ‘박세원 학우의 국가유공자 인정과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서의 처벌’에 대한 것이었다. 사고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대규모의 추모제를 학교 밖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다 책임지겠다’는 말을 믿었던 피해자의 부모님은 혹시나 이것이 데모로 비쳐 사건 해결에 문제가 될까 봐 자제를 부탁했다. 결국 추모제는 학내에서 소규모로 열렸다.

 

사건이 잠잠해진 후 그들의 태도는 바뀌었다.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있으면 세원이 천도재를 지내겠다던 박 경위는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리고 총기 입·출고 기록을 관행적으로 작성한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허위공문서작성죄에 대해 항소를 했다.

 

故 박세원 학우의 추모제가 오는 5월 18일 저녁 6시 30분에 동국대학교에서, 다음 2심 3차 공판은 오는 6월 8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글. 호빵맨(slhs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