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군기 문화를 고발한 이시욱 씨는 최근 생각지 못한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예대에 재학 중인 그는 웹진 ‘트웬티’에 학내 군기 문화를 고발하는 글을 보냈고, 해당 글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이후 190회가 넘는 공유 수를 기록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해당 사안이 공론화되자 댓글 창에는 해당 학과의 재학생과 졸업생을 중심으로 고발자의 ‘평소 학교생활’을 논하는 글과 ‘원색적인 비난’의 내용이 달리기 시작했다.

 

고함20은 시욱 씨를 만나보았다. 그는 얼마 전에 본 TV 뉴스를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며칠 전에 뉴스를 보았다. 수년 전에 국세청에 내부 고발자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최근에는 그 내부 고발자가 비리를 저질렀단다. 내부고발을 한 사람이 결국 자신이 고발한 비리를 저지르게 되는 상황. ‘어차피 내부고발을 해봤자 개선이 없고 돌아오는 시선이 두려우니 타협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문제를 제기한 것. 그리고 이에 돌아오는 반응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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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트웬티’ 페이스북 페이지

 

 이런 현상에는 익명이 아닌 실명 기고도 역할을 한 것 같다.

 

 익명 기고를 하고자 했지만, 결국 나일 줄 알았을 거다. 그래서 실명 기고 한 것이고 이제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또한 익명으로 기고했다면 공론화가 안 될 것 같았다. 파급력이 없었을 거다.

 

 댓글 창의 내용은 보았나.

 

삭제된 것까지 합하면 더욱 많다. 잘못했지만, 우리 학교는 욕하지 말아 달라는 그런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허위가 있다면 무엇이 허위인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문제를 더 키운 것은 그런 태도가 아닐까.

  

 문제제기한 것이 군기 문화였다면 지금의 국면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내부 고발자를 향한 공격. 댓글 단 이들은 원래 안면이 있던 사람들인가.

 

그런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다.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 왜 이처럼 반응하는 것 같나.

 

나는 서울예대 연기과의 문화, 그것도 일부 문화에 대해 비판했다. 서울예대에 재학 중인 학생에 대한 비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자신이 부정당한 듯, 내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훼손’을 했다고 말한다. ‘서울예대 =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서울예대의 ‘문화’가 아닌 ‘자신’을 직접 공격했다고 생각해서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원색적인 비난 외에도 “학과에 대해 애정이 없다”는 말 또한 존재한다.

 

나도 3수, 4수 해서 들어간 학교다. 나도 고생해서 들어갔는데, 왜 잘 안 다니고 싶었겠는가. 내가 느끼기에 부당한 부분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된 것이다. 또한 반대로 생각하면,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더 좋게 바뀌었으면 하니까. 애정이 없는 사람은 학교가 망하던, 군기 문화가 있건 아니건 상관없지 않겠나.

 

대학입시 시험만 100번 넘게 봤다.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두려움도 느낀다. 다른 이들이 내 개인적인 감정까지 알아줄 수 없겠지만, 나도 정말 아쉽다. 그래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니까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시대도 바뀌었는데. 사실 대학을 나오면 좋지만, 나를 모두 소모해가며 까지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학생회 안에 규율부장이 있다. (규율부장이) 기합을 준다.”
      “나를 모두 소모해가며 까지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예전만큼 그렇지 않다’라는 의견도 보인다.

 

‘요새 애들 관등성명 힘들어해서 사회에 나와 어떻게 하려 하나? 지금은 천국이다’라는 사람도 있는데, 어찌 되었건 이건 폭력적 시선이다. 또한 ‘자기들은 더 힘든 것을 겪었으니 참으라’는 태도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방증이다. 그런 사고방식은 대화를 포기한 것이고, 그런 상황에선 신입생이 반감을 품어도 말할 수 없다. 

 

사실 서울예술대학 시절의 폭력 같은 것은 졸업한 방송인들이 자주 말하는 소재가 아닌가. 연예인들이 나와서 ‘저 선배에게 맞았다’ 이런 식으로.

 

맞다. ‘저는 XX선배님한테 이렇게 맞았어요.’ 헌데, 그들은 적게는 10년 많게는 20~30년 지나서 말을 하는 것이니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더불어서 예능이다 보니 초점이 그곳에 맞춰져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마냥 과거에 박제된 일인 것처럼.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지 않는가.

 

기고 글을 보니 기합과 폭력 같은 문화가 개별적이 아닌 제도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모이는 시간, 규율을 주는 사람, 이렇게 말이다.

 

학생회 안에 규율부장이 있다. 규율부장이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역할도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거고 기합도 준다.

 

이유는 무엇인가.

 

시간을 늦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뭐 여러 가지 있겠지만, ‘때 되면 한다’라는 느낌도 받는다.

 

단체로 모이는 일이 많은가.

 

아침 청소와 때때로 있는 행사에는 전원이 참석해야 한다. 그리고 출석 부장이 출석을 점검한다. 사람이 이토록 많은데(한 학년 130명) 어찌 제시간에 한 번에 모이는 게 쉽겠는가. 늦는 사람이 생기면 한 명당 모임 시간이 10분씩 당겨진다. 시간이 10분, 20분씩 앞당겨진다면 서로를 더 원망하게 되고. 이게 어찌 ‘화목함’을 위한 자리인가.

 

 상당히 제도적인 것 같다. 기고한 그 규율은 어떤 통로를 통해 전달받는가.

 

아예 신입생 때 가면 규율들이 쓰여 있는 표를 줬다. 정확히 기억나는 것만을 말하면, 서울예대 바깥에서 알던 관계일지라도 선배에게는 존댓말을 해야만 했다. 반바지도 금지고 휴대전화는 다 꺼야 한다. 여자는 항상 머리를 묶어야 하고, 장신구도 할 수 없다. 사실 이런 규칙들은 신입생들에게만 강요되었다. 댓글 중에 배우가 되기 위해서 이런 규율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선배들은 지키지 않는가.

 

  2학년이 된다면 그 순서가 뒤바뀌는 것인가.

 

맞다. 아침 청소는 무조건 신입생만 한다. 시간 약속 습관을 위해서라면 전학년이 나와야 하지 않는가. 또한 우리가 쓰는 공간은 우리가 청소한다는 것인데, 왜 신입생만 하는가. 사실 그런 규칙들이 빛 좋은 개살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기합을 받을 때도 있다. 

 

그렇게 당한다면, 왜 다른 서울예대 학생들은 해당 군기 문화를 보호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서울예대야’ 같은 것이 있다. ‘너희 한 명당 200명씩 입시생을 떨군 거야 자부심 가져도 돼’라는 식으로 집단의식을 고취하기도 한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의식이 만연하다. 거기에 더불어, 학교에서의 인맥이 학교 바깥에서도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문제 제기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주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했듯, 이런 생각이 든다. 대학을 나오면 좋겠지만, 나를 모두 소모해가며 까지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글. 압생트(9fif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