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JOY. 흥을 깨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혐오와 반성평등적 컨텐츠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 흥을 깨지 않으면 계속해서 번식할 것이다. 페미니즘은 KILLJOY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단 한 번도 성평등한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킬-조이] 연재를 통해 마음껏 고함20이 느낀 불편함을 말하고 설치며 흥을 깰 예정이다.

  

“쟤 진짜 이상한 애야. 평소에 좀 수상하다 했어”

 

흔히 사용하는 뒷담화 패턴이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 와서도 이런 패턴으로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뒷담화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진 않다. 다만 이런 식의 화법은 낙인 찍기나 검열의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화려하게 생긴, 명품백 든 여성은 직업여성?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다나는 강아지를 유기한 여성과 싸운 이야기를 했다. 한 여성이 다나가 운영하는 애견카페 앞에 강아지 네 마리를 택배박스에 담아 유기했다. 다나는 강아지들을 치료한 후 다른 사람에게 입양 보냈다.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는 듯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성이 강아지를 돌려달라며 전화로 따져댔다. 여기까지만 얘기했다면 문제 될 건 없었다. 책임감 없이 동물을 유기하고 남의 돈으로 치료를 끝내자 돌려달라고 큰소리치는 건 뻔뻔한 행동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나는 그 여성의 화려한 외모와 명품백 이야기를 하며 그녀가 ‘직업여성’ 같았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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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스타

 

직업여성. 다나가 의도한 바에 따르면 성판매 여성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국어사전에는 직업여성을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라 명명되어 있으며 포털사이트에 직업여성을 검색하면 ‘직업여성 에이즈’ 따위의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명품백과 화려한 외모만으로도 어떤 이는 ‘직업여성’이 된다. 그런 섣부른 판단을 하는 기저에, 개념 없는 여성에게는 성적수치심을 줘도 된다는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성판매 여성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동물을 유기하는 개념 없는 여성이 알고 보니 ‘그런 사람’이었다는 서사에서 성판매 여성은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의 위치에 놓인다.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동물을 유기하는 무개념의 이미지까지 덮어씌우는 꼴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여성들이 받아야 할 교훈 또한 뻔하다. ‘명품백을 들고 다니면 직업여성으로 보이겠구나’, ‘성형해서 화려한 외모를 갖게 되면 그런 오해를 사겠구나’, ‘나쁜 짓을 하면 직업여성으로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겠구나’, ‘아니 그전에 직업여성이란 굉장히 천하고 나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직업여성이라는 단어의 폭력성

 

성판매 여성에 대해 다나라는 방송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설명이 더 필요 없어 보인다. 물론 성판매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이 글에서 종용하지 않겠다. 하지만 직업여성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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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한 여성이 3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로 1,200만원을 벌었다는 글을 게시했다. 댓글엔 불순한 의심의 글이 판을 쳤다 ⓒ 페이스북 캡쳐

 

성판매 외의 직업을 가진 여성들에게 ‘직업여성’이라는 단어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성의 직업=성매매’로 한정되기 때문에 폭력적이다. 여성이 외제 차를 인증하는 사진이나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는 글을 올리면 사람들은 당장 유흥업부터 떠올린다. 남자라면 능력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만한 인증 글에 여자는 온갖 성희롱을 당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한편 성판매 여성에게 직업여성이란 단어는 “넌 순수하게 연인과 섹스하는 여성과 다르다” 라고 하는 폭력적 뉘앙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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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프리티 랩스타

 

누구나 여성혐오자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여성이든, 얼마나 쿨하든

 

난 이제 미디어에 나타나는 쿨한 언니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졌다. 걸크러쉬 열풍을 일으켰던 제시도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여자들은 잘해줘도 소용없어요” 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다나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방송 내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센 언니’ 로 스스로를 어필했다. 그녀가 SM이란 회사에서 작사 활동을 했던 곡을 봐도 개념녀이자 센 언니의 일침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룹 f(x)의 ‘여우 같은 내 친구’라는 곡의 가사가 그렇다. 실제 자신의 친구를 디스한 거라며 가사를 쓴 결과가 ‘남자 많이 만나는 여자 깎아내리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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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스타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스타이미지를 얻자고 다른 여성들을 깎아내리고, 남성 중심적 사고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난 사람을 정의롭고 쿨한 언니라 칭하는 게 옳은 건지는 모르겠다. 다나는 여타 방송인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여혐 발언을 했다. 그건 정의로운 게 아니다.

 

글. 샤미즈(ndhhdm90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