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남학생들의 카카오톡방 내 언어성폭력 사건이 논란이다. 카톡방에 속해 있던 한 학생의 내부고발로 언어성폭력을 담은 대화 내용이 대자보를 통해 알려졌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중이다. “카톡방에서 농담도 못 하냐”는 반응도 존재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가해 남학생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주류인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가해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고려대’가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려대는 이전에도 수차례 성폭행이나 성추행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는 점에서, “고려대가 또”라는 비판에 적합한 것처럼 보인다. ‘고려대’라는 학교 이름이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상황에서 ‘악마 고대생’ 사건, ‘고대 의대 성폭행’ 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왜 고려대는 이름 까고 시작하냐”

 

“고려대가 또”라는 비판에 일부 고려대생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러한 불만은 고려대생을 ‘싸잡아’ 욕하는 것에 대한 감정적 분노다. 분노는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련 글 댓글에서 어떤 고려대생은 “왜 우리 학교는 바로 이름을 까고 시작하는 건지”라며 ‘고려대’라는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불쾌해했다. 댓글에는 “연세대는 Y대로 표기되는데 고려대는 그렇지 않다”는 식의 불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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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일반화에 대한 더 노골적인 반응도 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들은 정경대와 경영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영대의 경우 징계 관련 규칙이 없어 경영대 소속 가해자에겐 징계를 내릴 수 없었다는 내용이 고발 대자보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두고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이번 사건은 경영대가 주체가 아니다”, “(가해자) 8명 중 6명이 소속된 학과는 한 번만 언급했으면서 2명 있는 경영대는 몇 번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이러한 의견들을 거칠게 요약하면 “내 명예가 실추됐다” 정도가 아닐까. 이들은 언론이 유독 고려대의 나쁜 사건은 학교 이름을 공개하고, 8명 중에 ‘고작 2명’이 경영대생인데 대자보엔 경영대가 더 강조되어 있(는 것 같)으니, 고려대에 다니는, 경영대 소속인 내 명예가 실추되었다 생각하며 기분 나빠하는 것이다.

 

고려대의 명예가 내 명예라는 믿음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났음에 기분 나빠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해당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 내 지인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어디까지나 사건은 내가 소속된 집단에서 발생한 것이지, 개인의 명예는 개인이 소속된 집단, 그것도 무려 수만 명이 동시에 적을 둔 대학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명예가 실추되었다” 식의 반응은 흔하다. 그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이 그들 자신의 명예가 ‘고려대’라는 이름에 있다고 믿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려대의 명예, 고려대 경영대의 명예가 곧 나의 명예이니 고려대를, 고려대 경영대를 싸잡아 욕하는 것에 화를 낼 수밖에 없다. 학교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자존감은 ‘고려대’라는 학교 이름 하나를 벗어나지 못하는 위태로운 자존감이다. 얕은 자존감 위에서 ‘학교 명예’를 운운하며 분노할 시간에 언어성폭력 사건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그들이 그렇게나 바라는 ‘고려대생의 명예’를 높이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글. 아레오(areoj@daum.net)

메인이미지. 고려대학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