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의 죽음은 슬픔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분노와 공감을 만들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귀찮은 일이 된다. 25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그런 죽음들을 다뤘다. 아니 어쩌면, 죽음을 귀찮은 일로 치부할 그 누군가에 대해서도 다뤘다.

 

방송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자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의 원인을 파헤쳤다. 구의역, 성수역, 강남역 피해자 모두 스크린도어 고정문에서 사망했다.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광고회사인 유진메트로컴이 수리공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은 설계 도면을 제출하고 서울지하철공사와 22년 독점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지난 23일, 국회 세미나실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정연대’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모임이 주관하는 기업처벌법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기업을 처벌해야 하는 이유와 처벌의 방법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기업을 처벌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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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리즌의 책 <인재는 이제 그만>을 참고하여 정리

 

영국의 심리학자인 제임스 리즌이 제시한 조직유발사고의 발전단계를 보면, 중대재해 사고는 개인이 아닌 조직이 원인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작업장의 요인과 안전하지 못한 행동을 거쳐 개인 행위자의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안전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조직구조가 일상화되어있는 기업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토론에 참여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2012년에도 기업처벌과 관련한 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논의가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의 반박이 이어졌다고 한다. 경총은 일관되게 대기업을 변호해왔다. 대기업은 안전 매뉴얼이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일어난 산재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며 안전 관리자를 채용한다고 해도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뻔히 드러난 현실에 대해서도 “기업은 잘하고 있다”라며 산재 사망이 기업의 조직적인 범죄라는 인식을 부정한다면, 산재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을 처벌할 조항이 없다

 

현행법에 의하면, 기업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고 발생 자체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하고, 부수적인 이유로만 처벌하는 것이다. 한 예로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오로지 침몰하면서 생긴 기름유출 건에 대해서만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을 처벌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이사는 항소심 판결에서 고작 ‘징역 7년 및 200만 원’ 을 선고받았고 그 외 임직원들의 형량 또한 감경되기까지 했다. 사실 기업의 부주의로 사상자가 나타났을 때, 기업의 대표가 처벌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는 하다. 기껏해야 청해진해운, 삼풍백화점 사례가 대표적인데, 이는 너무나 많은 정황 증거들이 포착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피아, 정부의 재난 시스템 등 세월호를 둘러싸고 책임을 져야만 하는 사람들이 잔뜩 언급됐지만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것에 대한 합당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구의역 사고와 같이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한 경우에는 더 비참하다. 수리공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모든 원인이 원청업체에 있음에도 대부분의 경우 하청업체의 소장이나 대표만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문제 삼았던 하청업체인 은성psd는 그저 수리, 보수를 하는 업체였고, 원인은 원청업체의 무리한 요구,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도면이었는데, 이런 식의 처벌이 과연 합당한 건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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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의 모습

 

그렇다면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토론에 참여한 최정학 방송통신대 교수는 “사람이 아닌 법인에 책임을 부여하는 건 결국 예방을 위한 것”이라며 법안 제정의 목적을 정의했다. 조항이 있음에도 기업이 지키지 않는 이유는 효율성이 안전을 일방적으로 앞서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윤 동기를 상쇄하고도 남을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정학 교수는 그에 따라 기업처벌법안의 제5조가 이 법안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5조는 기업의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면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주가 된다.

 

몇 가지 지적할 만한 부분이야 당연히 있었다. 기업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 공무원까지 처벌하는 조항을 넣으려다 보니 말이 기업처벌법이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로 무게가 실린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실체 없는 괴물인 기업에 대해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구체화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시장논리만을 갖고 의심하는 사이 너무 많은 사고가 있었고 그 사고의 원인은 명백하게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거대한 그림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러난 사실은 이미 기업에 책임을 묻고 있다. 이제 기업이 답할 차례가 됐다. 이젠 정말 기업을 처벌해야 할 때다.

 

글. 샤미즈(ndhhdm90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