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네요.”

길거리에서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지나가던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 물었다. 청소년 퀴어 기획을 설명하자 그는 의아해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문제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말. 그 말에 담긴 건 무관심과 무지였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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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가르치는 무채색의 세상

 

차별은 무관심과 무지를 먹고 자라난다. 혐오뿐 아니라 무관심도 가해다. 하지만 많은 학교가 성소수자에 무관심하다. 취재하면서 만난 청소년들에게 “학교에서 성소수자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안 해요.”였다.

 

국가인권위에서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성적 소수자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교육을 받은 이들 중 38.5%는 ‘성적 소수자가 있다는 것만 배웠고 존중이나 차별 같은 내용은 배우지 않았다’고 답했고, 13.5%는 ‘성적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내용’을 배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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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올바르게 교육하는 경우보다,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차별적 교육을 행하는 경우가 더 많은 셈이다. 우리가 취재한 기독교 학교인 D고교의 경우, 윤리 시간이 아닌 종교 시간에 성소수자 교육을 한다. 동성애는 죄라느니, 동성애자는 문란하며 에이즈에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교육’된다.

 

“종교 시간에 목사님이 동성애에 대해 안 좋게 말하셨어요. 다른 선생님들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는 게 맞다고 가르치세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게이 영상 보여주고 되게 나쁘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게이가 에이즈 걸리고 불법 유흥하는 내용이었어요.”

 

이건 교육이 아니라 ‘혐오’의 전시다. 우리가 퀴어 퍼레이드에서 만난 혐오세력의 주장이, 교실에서 선생님들의 입을 통해 되풀이되고 있었다.

 

성소수자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의 자세

 

교육학자 마이클 애플은 학교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교육함으로써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재생산한다고 지적한다. 이성애자만 OK인 게 한국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성적 지향성에 따라 사람을 차별한다. 교사가 그러한 소수자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이성애 담론 유지에 가담하는 것이다.

 

신경희와 강미옥이 발표한 <성소수자에 대한 예비교사의 인식변화 연구>는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교사를 유형화할 토대를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어떤 예비교사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을 인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중지시키는 것이 교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소수자가 겪는 억압과 차별을 인지했음에도 그것에 저항하는 것은 거부한 이들도 있었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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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선암여고 탐정단>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다른 나라에서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어도 유교적으로 효와 예 등을 생각하고 동방예의지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르다 생각된다.” – <성소수자에 대한 예비교사의 인식변화 연구> 中

“하나님은 남자는 남자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 놓으셨고 여자에게는 여자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 놓으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남자는 남자로서 살아가는 삶을 살아야 하고 여자는 여자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가르쳐주고 인도해주는 것 그리고 정체성 확립에도 교사가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성소수자에 대한 예비교사의 인식변화 연구> 中

 

논문에서 찾을 수 있는 ‘무채색 학교’의 실마리는 ‘무관심’과 ‘혐오’였다. 저들은 그것이 가해인 줄 모를 것이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침묵하거나, 그것을 병리적으로 보고 차별을 일삼는 와중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고립된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만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 사람들은) 당사자가 주변에 있다는 생각을 안 한다”며 “상처받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교사로부터 호모포비아적 발언을 들은 경우도 있어서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무채색에서 무지개색으로

 

세상은 무채색이다. 그렇다고 학교마저 무채색이라면, 차별을 재생산할 뿐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힘들지만, 학교 하나, 교실 하나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적어도 학교와 교사가 나서서 교실을 무채색으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에는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바른 생활’부터 중학교의 ‘도덕’, 고등학교의 ‘윤리’까지, 학교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라고 가르친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말라고. 교과서에 나온 더불어 사는 세상은 이성애자끼리만 더불어 사는 세상인가. 약자와는 더불어 살 수 없는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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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산다는 것은 ‘다름’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키가 크든 작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다양한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 학교 다닐 때 도덕 교과서는 뻔하고 지루하다고 친구들과 불평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뻔하고 지루했던 건, 너무 당연한 소리였기 때문이다.“다양한 성적 지향을 존중하라”는 말도 그렇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 그러니 더불어 사는 인간상을 추구하는 학교는, 무채색이 아니라 무지개색으로.

 

 

 

기획. 달래. 릴리슈슈. 상습범. 진

글. 달래(sunmin53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