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공부합시다!

 

포털사이트에 ‘청년정책’을 검색하면 [대한민국 청년들의 일자리, 주거,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청년지원 정책]이라는 설명이 뜬다. 설명 아래로 검색결과는 끝없이 이어진다. 인턴, 청년수당, 고용 정책과 같은 말들로 메워진 화면을 보며 마우스의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청년정책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청년정책은 정말로 많다 ⓒ네이버 검색결과 캡처

 

그러니까, 청년정책은 정말로 많다. 논란 속에서도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청년수당 외에도 많은 청년정책들이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청년정책 못지않게 청년문제의 검색결과도 넘쳐 난다. 수많은 청년정책들은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주경필의 논문 <성인도래기(Emerging Adulthood)의 개념정립을 통한 국내 청년복지정책에 대한 소고>(2015)는 ‘성인도래기’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청년정책‘들’의 실패 원인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힌트를 참고하면, 수많은 청년정책들의 실패 이유는 “청년정책이 ‘청년’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만들어졌기 때문”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청년=가난하고 취업 못 하는 대학생?

 

기존의 청년정책이 말하는 ‘청년’은 누구인가.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만 19~29세’라는 조건을 걸었고, ‘청년수당’과 흔히 비교되는 성남시 ‘청년배당’의 대상이 되기 위해선 ‘만 19~24세’여야 한다. 학자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국가장학금’은 그야말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이를 나이로 바꾸면 20대 초‧중반이 청년에 해당할 것이다. 요컨대 청년을 묶어주는 기준은 주로 ‘나이’고, 그 나이의 기준은 정책마다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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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책이 상정하는 청년의 모습이란 이런 게 아닐까 ⓒ영화 ‘카트’

 

물론 나이만 청년이어선 안 된다. 청년정책의 대상이 되기 위해선 해당 정책이 정해놓은 청년의 나이에 포함되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야만 한다. 대학졸업 후 취업할 나이가 되었지만 취업하지 못하는 20대 후반, 비싼 등록금을 위해 아르바이트하느라 정신없는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이라야 청년정책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청년정책 담당자들은 청년을 ‘힘든 현실 때문에 꿈을 포기한 젊은이’로 일찌감치 정해두고, 그 위에 정책의 그림을 그리는 것만 같다.

 

청년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성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었다. 이들이 상정하는 ‘힘든 현실’은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을 말한다. 당연하게도 모든 청년이 경제적으로 힘든 것은 아니며, 정책을 만들기 위해 경제적으로 힘든 청년에 주목한다고 했을 때는 청년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도 천차만별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지금까지의 청년정책에선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가난한 20~30대 청년’이 취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청년정책의 ‘A to Z’였던 것이다. 기존의 청년정책에서 고함20이 [청년연구소]를 통해 지적한 바 있는 ‘청년 담론과 젠더의 교차’ 문제 같은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청소년과 성인 사이, 가능성의 시간

 

성인도래기는 청소년기와 성인기 사이 어디쯤 놓여 있는 개념이다. 청소년기를 지나 20대 초반이 되면 성인기에 접어든다고 생각되던 과거와 달리, 산업사회가 진행되면서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에 진입할 때까지의 공백 기간이 생겨났고, 성인도래기는 이 공백기를 설명한다. 성인도래기가 나타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났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통적으로 성인기의 역할로 간주하던 결혼과 육아를 시작하는 시기가 과거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인도래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의 인간발달 시기는 더 이상 전통적으로 정의된 청소년기와 성인기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독특성”을 보이게 된다. 성인도래기는 서구에서 시작된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평균 초혼 나이 역시 남녀 모두 30세를 넘겼기 때문이다.

 

성인도래기가 가지는 특성은 다양하지만, 앞서 말한 수많은 청년정책들의 실패와 연관 지을 수 있는 성인도래기의 특성은 그것이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긍정적인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지금까지 가능성의 시기는 주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의 특성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성인도래기는 청소년기와 비교해 볼 때 가능성 측면에서 훨씬 더 구체적”이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은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갈 것을 요구받으며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 시기를 지나 대학생이 되거나 취업한 사람들을, 우리는 성인도래기를 지나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대학입시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게 될 확률이 높다. 부모와 학교에 의해 금지되던 연애가 가능해지는 것도 이 시기다. 경제활동을 통해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기도 한다. 이전까지는 하지 못했던 폭넓은 경험을 통해 다방면의 변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청년은 안쓰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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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동정하지 마세요 ⓒMBC ‘무한도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정책은 지금껏 청년이 가진 긍정적인 ‘가능성’ 대신 부정적 특성에만 집중해왔다. 청년은 과도기에 놓인 경제적 약자였으므로 그들을 위한 정책이 일자리와 주거 주변을 맴돈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성인도래기 개념이 말해주듯, 청년이 언제나 불쌍한 약자인 것은 아니다. 부모와 학교의 간섭 아래 놓여있던 단일한 청소년은, 성인도래기를 지나며 다양한 갈래의 청년으로 나뉘게 된다.

 

청년정책이 청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거칠게 말해 청년의 다양한 갈래에 눈감았기 때문이다. 비-당사자의 시선으로 청년을 상정하고 그들이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들이미는 식의 정책이 성공적일 수 없음은 자명하다. 들이미는 것마저 충분치 않았으므로 더더욱 그렇다. (이것은 굳이 ‘청년’정책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성세대가 챙겨줘야 할 안쓰러운 청년상에서 벗어난 청년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청년정책이야말로 성인도래기를 지나는 청년의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아레오(areoj@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