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는 1952년, 4일간 8,000명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다. 그 주범은 바로 스모그였다. 당시 런던은 석탄의 잦은 사용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했다. 그 때문에 한파가 몰아쳐 석탄난방의 양이 급격히 증가한 4일간 수천 명이 죽었으며, 이후에 죽은 인명 피해자와 죽진 않더라도 질환에 시달린 피해자를 고려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미세먼지 속의 우리

 

최근 우리나라는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미세먼지(PM 10)의 경우는 지난 4월 23일 서울에서 한 때 540㎍/㎥로 OECD 권장인 10㎍/㎥의 10배에 달했다. 4월 23일 서울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는 210㎍/㎥이었다. 환경부 홈페이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의 설명에 따르면 2015년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는 전국 26, 서울 23㎍/㎥로 OECD 권장치 10㎍/㎥, 주요 도시(도쿄 16, 런던 15㎍/㎥)보다 높았다.

 

OECD가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에서 밝힌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29.1㎍/㎥로 38개 국가 중 가장 높았으며 OECD 평균(14.05㎍/㎥)의 2배이기도 했다. 환경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5년 7월 기준으로 미세먼지 기준치 초과횟수는 40, 초미세먼지 기준치 초과횟수는 99회였다.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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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조선비즈  

 

환경부는 공식 사이트에서 밝힌 미세먼지 종합대책에서 1) 국내 배출원 감축 2) 미세먼지와 CO2를 함께 줄이는 신산업 육성 3) 주변국과 환경협력 4) 미세먼지 예, 경보체제 혁신 5) 전국민 참여, 서민부담 최소화의 해결책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21년에는 20㎍/㎥, 26년에는 18㎍/㎥로 단계적 개선한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공식 블로그에서 ‘10년 안에 유럽 도시만큼의 하늘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다양한 세부 정책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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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홈페이지

 

고등어 같은 소리하네

 

허나 최근 ‘집에서 굽는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보도자료를 냈던 환경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신뢰성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환경부는 2주가 지나 ‘실내 환기가 중요함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실외 미세먼지와 연관성은 밝혀진 바 없다’며 정정보도를 냈다.). 또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몇 년 전부터였다. 그동안은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이라고 회피하다가 화제가 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환경부가 정말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게 한다.

 

현재의 미세먼지 및 대기오염의 주원인은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약 50%를 차지하고,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와 경유 차량 등이 나머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5월 10일 발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충남지역 화력발전소가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에 28%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경유 차량이 미세먼지 배출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다른 선진국들 역시 경유 차량을 대표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대기오염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유 차량의 경우는 화물차량이나 낙후된 버스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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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는 아니야…  ⓒ만화 슬램덩크

 

결과적으로 미세먼지 대책은 1) 중국과의 긴밀한 협약 강화 2) 화력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3) 경유 차량을 포함한 전반적인 차량의 교통량 감소가 주축이 되어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기오염은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옥시 사태나 런던의 스모그 사태처럼 엄청난 사망자와 질병 피해를 만들 수 있다. 대기오염을 낮추는 일은 범지구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이산화탄소 감축과 같은 일환에 있기에 그 정책들은 하루빨리, 더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친환경으로 나아가는 런던

 

스모그 사태를 겪었던 런던은 그 이후 런던에어(London Air) 사이트를 통해 런던의 대기오염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2008년부터 디젤 차량과 같은 오염물질 배출 차량이 시내에 진입할 시 최대 40만 원까지 돈을 내야 하는 강력한 규제정책을 폈다. 또한, 새로 짓는 건축물들에 되도록 주차장을 넣지 않아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으며(그렇기에 런던에서는 개인용 주차장을 거래하는 일이 흔하다),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 사이에 1 ZONE(런던 시내)에 자가용을 끌고 출입할 경우 교통혼잡비를 내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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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최대의 번화가 옥스퍼드 스트리트. 일반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이 도로를 메우고 있다

 

건축물을 지을 때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정도를 ‘CSH LEVEL’로 관리하여(코드레벨 1~6까지 있으며, 6은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건물), CSH LEVEL이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보통 도시 지역 구청은 2~3이 기준이다). 런던은 이를 통해 모든 건축물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건축 자재의 평균환경오염량을 나타낸 ‘UK ECO POINT’, 제품의 생산-배송-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나타내게 한 ‘CARBON FOOTPRINT’ 제도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문제는 버스야, 바보야!

 

런던은 대표적인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도시로 꼽히기도 한다. 런던 시내에는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확립되어 많은 시민이 자전거를 통해 출퇴근하고 있다. 동시에 지하철 사용도 권장되고 있으며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로 시내의 자가용들도 친환경 자동차인 경우가 많다. 또한, 동유럽 국가들은 버스와 함께 트램이 대표적인 대중교통으로 이용되고 있다. 트램은 전용노선을 통해 전기로 움직이기에 버스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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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을 중심으로,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역일 경우 트램이 대중교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진은 프랑스

 

국내의 많은 버스는 1900년대에 생산된 노후 버스들이다. 이 버스들은 대기 환경을 해치는 주원인이다. 최근 서울시는 경유 버스들을 서울시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식의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정책은 버스를 교체하는 비용 지원이 없으면 시민의 피해로 돌아올 뿐이다. 단순히 ‘차량 제한’으로만 해결할 일이 아니라 차량 제한에 따라오는 강력한 재정적 지원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노후 버스 교체 및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로의 전환은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재정이 부족해 전폭적으로 바뀌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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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버스들은 대부분 노후 버스인 경우가 많다. 지역은 더 심하다 ⓒ전북신문

 

화력 대신 신재생이 필요해

 

화력발전소 대신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 <IMPACT BUSINESS REVIEW>의 기사 ‘미세먼지, 그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으로 전체 발전량의 38.9%가 석탄이고 석탄 전력 생산량은 전 세계 6위다. 과거 스모그 사태를 겪었던 런던의 주원인이 석탄임을 고려하면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는 빨리 교체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5년 말 1%였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스웨덴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이미 51.1%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했다. 최근 포르투갈은 4일간 석유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단순히 ‘국가 경제력’으로 회피할 수 없는 것은, STATISTA의 유럽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낮은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등이 20% 초반에 달했고 다른 국가들도 10%를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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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 신재생 에너지 비율 ⓒSTATISTA

 

 

대기오염 및 환경권의 문제는 가볍게 치부할 일이 아니다. 과거 경제발전 시대에는 ‘지금 그런 것이 중요할 때가 아니다’며 무시했지만,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력과 국력을 가진 국가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를 좌시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시민이 스스로 마스크를 쓰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훨씬 더 많은 정치인이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하며 지금보다 더 많은 논의와 정책에 대한 투자가 더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거로 안 죽는다’고 하지만, 그건 모르는 얘기다. ‘그러다 죽는다’.

 

참고

 
 

글. 감언이설(gchhg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