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일만 찾아다녔다. 찾아다니고, 해부해서 먹어치웠다. 그러다 온갖 의미로 꽉 차서 숨이 막혔다. 좀 비우고 싶다. 그냥 막 걷고, 어디든 들어가고, 무엇이든 먹고 마시고 싶다. [다녀왔다고함]은 이런 발버둥의 기록이다.
 
무더운 여름. 방학을 한 지도 어느덧 3주가 가까워 오고, 돌아보니 딱히 한 것 없는 시간들. 집에서 “좀 일찍 일어나라”는 잔소리를 시작할 즈음, 무언가 생산적인 것으로 방학의 하루를 채워보자 마음먹었다. 그건 전시회에 가는 것이었다! 물론 예술에 대한 지식이나 교양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전시회에 갈 자유는 누구나 있는 것이니까! 인터넷으로 급하게 몇 가지 전시회를 찾았다. 그리고 호기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 <연애의 온도>와 <봄여름가을겨울을 걷다> 전시가 목표였다. 부암동을 가본 일이 있었던가-하며 긴 시간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에 내렸다. 교보생명 앞 출구로 나오면 3~4가지의 버스가 부암동 서울미술관으로 날 데려다준다. 석파정 정거장에 내리면 바로 반대편.
 
더운 날이었다. 얼마나 더웠냐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몇 분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땀이 흘렀다. 아침 뉴스에서는 오늘이 올해 들어 가장 덥다고 이야기하는 날이었고, 조금만 걷자면 몸이 물과 소금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날이었다. 후덥지근한 버스에서 그래도 설렘으로 바깥풍경을 쳐다보았다. 경복궁역을 지나 처음 보는 동네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언덕을 지나는 길이 신기했다. 그렇게 닿은 서울미술관의 분위기는, 무언가 이상했다. 그때부터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월요일은 휴관일입니다”
 51683-1아 그렇구나
 
맞다. 그렇다. 그렇구나. 월요일은 쉬는구나. 그렇지. 사람은 쉬어야지. 나는 바보인가보다. 문득 홈페이지를 뒤졌던 생각이 났다. 무심코 지나쳤던 운영시간이라는 글자가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분명히 ‘월요일은 휴관입니다’라는 말도 있었겠지. 경기도민으로서 2시간 가까이 걸려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그 글자만 봤어도 이 고생은 안 했을 텐데. 더위를 피해 피시방에서 오버워치를 했어도 벌써 몇 판이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황망히 주변을 걸었다. 옆에는 해외 관광객들이 좋아할 것 같은 상점이 있다. 들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30분 안에 다시 타면 환승이니까…”라며 버스를 탔다. 
 
근데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수는 없다. ‘월요일은 휴관입니다’라는 글자를 보기 위해, 부암동이라는 동네에 처음 와봤다는 이유 하나로, 오늘이 얼마나 더운 날인지 확인했다는 뿌듯함만으로 왕복 4시간을 쓰긴 너무 아까웠다. 마침, 버스는 다음 정류장이 ‘윤동주 문학관’임을 알려주었다. 그래, 난 윤동주 시인을 참 좋아했더랬지. 그러나 윤동주문학관도, 그마저도, 월요일에는 쉬었다. 어쩔 수 없다. 계속 내려가자.
 
불과 20여 분 정도 전에 설렘으로 올라왔던 언덕길을 내려가며,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를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그래도 20대가 된 지도 어언 몇 년이 지났고, 살면서 전시회를 아예 안 가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는 나는 누구일까. 늦게나마 ‘부암동에 맛집이 많다던데 맛집이나 가볼까…!’ 생각했지만 이미 버스는 경복궁역. 3번이나 왔다 갔다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날이 시원했다면 발걸음을 옮겼겠지만, 오늘은 덥다. 일단 광화문에서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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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으로 가는 길은 파란불. 여긴 월요일도 연다
 
내리려고 서 있는 버스 뒷문에 홍보문구가 보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획전시’.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이름과 기획전시라는 단어만 봤다. 그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광화문에 있다지? 가보자! 광화문을 지나는 수많은 외국인과 의경들을 뒤로 한 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갔다. 최근 표절 논란에 휩싸인 문구가 커다랗게 박혀있다. 그런데 처음과 비슷한 느낌. 오가는 사람이 없고 건물은 불이 꺼진 것만 같다. 불길하다. 예전에 급하게 화장실을 갈 일이 있어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입구에 입간판이 보인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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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도 쉬는구나
 
월요일은 휴관이구나. 그럼 세종대왕님 동상 아래 세종이야기를 가자. 세종이야기는 충무공이야기와 함께 있다. 몇 년 전 처음 생겼을 즈음 가본 일이 있다. 재밌는 게 꽤 많았는데 그땐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일단 시원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여기도 월요일은 휴관이구나. 주말에 못 쉬니까 월요일에 쉬어야지. 절대로 그분들의 휴일을 방해할 생각은 없다. 챙기지 못한 내 잘못이다. 사실 화가 나거나 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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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야기도 월요일엔 쉰다
 
아, 그렇지. 이 주변에는 서울역사박물관도 있다. <불도저 시장 김현옥, 도시는 선이다>라는 전시를 한다는 얘기도 봤었다. 꽤나 흥미로워 보였었다. 나는 길치지만, 무료 전시회를 보러 자주 갔던 곳이라 가는 길도 알고 있다. 작렬하는 태양을 온몸에 받으며 걸어갔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불안했다. 아니야. 평일 낮에 이걸 보러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그런데 사람이 들어가는 게 아닌가. 옳다구나. 여기는 맞다. 여기는 월요일에도 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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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니야 
 
아니었다. 여기도 월요일은 쉰다. 그런데 사람들이 들어가는 걸 내 눈으로 봤기에 나도 들어갔다. 로비의 기념품 상점만 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쉬고 있다. “휴관일인 월요일에 전시를 보러온 것 같은 저 친구는 뭐지”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쯤 되면, 지쳐서 별 감흥도 들지 않는다. 터덜터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래. 시청으로 가자. 시청의 새 건물 8층에선 전시가 늘 열리고 있다. 지하 시민청에서도 전시를 한다. 내 기억엔 그랬다. 너무 더워서 버스를 탈까 했는데 바로 가는 노선도 없다. 떠돌아다니는 동안 환승 시간도 지났을 것 같아 걷기로 한다. 두 정거장 거리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가 1,250원이 찍히는 걸 보면 너무 힘들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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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많이 걸었다
 
시청은 멀었다. 원래 이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다행히 시민청은 지하도와 연결되어 있어서 가는 길에 더위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예술이 있는 날’ 포스터가 보인다. 역시! 시민청은 날 버리지 않았어! 라고 기뻐했지만 목요일이다. 월요일보단 목요일이 예술에 가까운 날이지, 하고 날 다독였다. 어차피 이걸 기대한 게 아니라 전시를 보러온 거니까. 그 전시가 뭐일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더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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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자. 예술은 월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이다
 
들어가니 정말 전시도 있다! 게다가 시민들이 직접 찍은 한강 사진전이라고 한다.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사진전. 감사히 전시를 구경했다. 백미는 “누워서 한강을 보세요!”. 공기가 들어간 기묘한 침대에 감사히 누웠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눕는 법을 몰라서 몇 번 땅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다행히 이곳에 전시를 보러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한참을 누워서 한강을 봤다. 눈을 감으면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 이렇게 눕기 위해 난 그렇게 한참을 땡볕에 돌아다닌 거야. ‘공기침대’는 내가 조금 움직일 때마다 나를 땅바닥에 굴려 떨어뜨릴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꼼짝 말고 그대로 누워 휴식을 취했다. 고마워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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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도 즐길 수 있는 천국. 다만 날 자꾸 떨어뜨렸다 
 
영상이 몇 차례 바뀔 동안, 흐르는 강물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그래도 이제는 일어나야지 싶었다. 내게는 아직 봐야 할 전시가 남아있다(그게 뭔진 모르지만). 문제는, 공기침대를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것. 옆으로 움직이면 굴러떨어진다. 몸을 일으키려니 일어나지지 않았다. 너무 파묻혀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지쳐서 그런가. 5분을 ‘조금 더 인간답게’ 탈출하려고 낑낑거렸다. 그러다가 자괴감을 맛보고는 그냥 침대가 바라는 대로 옆으로 구르기로 했다. 다행히 바닥에 구르는 소리가 크지 않다. 그래. 이곳은 나뿐이니까 괜찮아. 여기 바닥이 더러워 봐야 얼마나 더럽겠어. 게다가 이미 몇 번 굴렀는걸. 기분 좋게 전시를 관람하고, 꿀 같은 휴식도 취했겠다. 기운이 났다. 서울시청 8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여기도 전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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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전시였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예술이었다. 총 4개의 전시물은 시민들이 참여해서 꾸미고 발전시키는 형태였다. 신기했다. 장바구니에 여러 물건을 담아서, 예술작품에 걸어놓거나 달아놓거나 내 마음대로 하면 된다. 그렇게 예술작품은 변하고, 다시 새로운 예술작품이 된다. 어린아이들이 이것저것을 만지고 늘어놓으며 놀고 있었다. 예술은 이런 것이로구나. 예술을 어려운 것으로만 여긴 나를 반성해본다. 공기침대도 내게는 예술이었는걸. 전시를 잘 구경하고 시청 1층으로 내려왔다. 문득 배고파졌다. 목도 무척 말랐다. 허기와 갈증을 달래자며 밖으로 나섰다. 월요일은 예술인도 쉬어야 한다. 그래도 난 만족하는 하루였다. 다만 부디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월요일에는 전시를 보러 가지 말자.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기자가 가보려고 했던 것들. 안타깝게도, 보지 못해서 내용은 잘 모른다.
 
부암동 서울미술관(월요일은 쉰다!). 입장료 성인 10,000원. 대학생 8,000원. 입장하면 여러 전시를 모두 볼 수 있다.
<연애의 온도> 2016. 04. 20~2016. 07. 31
<봄여름가을겨울을 걷다> 2015. 10. 16~2016. 07. 31 
 
윤동주문학관(월요일은 쉰다!). 입장료 무료, 종로구 창의문 옆에 위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월요일은 쉰다!) 입장료 무료.
현재는(7월 15일) 특별 전시가 없고 상설 전시만 있다. 버스에서 본 홍보문구는 옛날 것이었다.
 
세종이야기, 충무공이야기(월요일은 쉰다!). 입장료 무료. 광화문 광장 지하에 위치.
 
서울역사박물관(월요일은 쉰다!). 입장료 무료. 경희궁 옆에 위치.
<불도저시장 김현옥, 도시는 선이다> 2016. 07. 01~2016. 08. 21
 
 
*기자가 본 것들.
 
서울 시민청. 입장료 무료. 서울시청 지하에 위치.
<제3회 도시사진전, 한강의 재발견> 2016. 07. 05~2016. 07. 16
 
서울 시청 하늘광장 갤러리. 입장료 무료. 서울시청 8층.
<사물을 읽다> 2016. 07. 11~2016. 08. 26
 
 
글, 사진. 감언이설(gchhg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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