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먹으려고 한 양고기와 내가 전에 뽀뽀한 새끼 양의 뭐가 다른가요?” <심슨네 가족들>의 리사 심슨이 식탁에서 ‘육식 거부’를 외치며 한 말이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나 또한 의문이 들었다. 나와 함께 사는 반려견들과 내가 먹던 ‘고기가 된’ 동물들은 무엇이 달랐던 걸까? 고통받아도 되는 동물과 사랑받아야 하는 동물이 나뉘어 있는 걸까? 그들은 같은 ‘동물’이지만, 그들이 사는 삶과 그 삶의 끝은 너무나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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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뽀하고 있는 양과, 고기가 된 양 ⓒ The Simpsons

피로 물든 방

 

오늘날 대부분의 고기는 공장식 축산의 과정을 통해서 식탁까지 오게 된다. 공장식 축산의 과정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는 자본의 원리에 의해 돌아간다. 동물들은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 많이, 죽지 않을 정도로 살을 찌우며 단지 ‘상품’으로 평생 이용당한다. 과밀한 사육장에 감금된 닭, 돼지, 소 등은 평생 햇볕 한 줌 볼 수 없으며, 호르몬제를 맞으며 자란다.

 

운이 나쁘면 태어나자마자 ‘수평아리라서’ 산채로 땅에 묻히고, 운이 좋다면 고통스러운 공간에서 일 년이 채 안 되는 삶을 ‘죽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한다. 그들의 고통과 쾌락의 존재 여부는 필요하지 않다.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참혹한’ 그들의 삶의 목적은 많은 이윤을 뽑아내는 상품이 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51723-2 오로지 고기가 되기 위해 삶을 살아가는 소들 ⓒ The Simpsons

 

공장식 축산의 존재조차 모를 때 고기는 나에게 ‘환상적인’ 음식이었다. 하지만 고기가 되기까지 동물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깨달았을 땐 ‘환장’할 것 같았다. 나 스스로 죄책감이 들고 역겨워서였다. 그렇게 ‘육식 거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채식을 하게 됐다. 하지만 채식은 순조롭기만 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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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닭고기는 나에게 ‘고기’로 보이지 않았다 ⓒ The Simpsons

 

육식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쩜 이렇게도 먹을 게 없는지.” 채식을 시작하고 생각했다. 첫 번째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줄어들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음식에 고기가 들어있었다. 피자, 햄버거, 냉면, 쌀국수, 알밥, 또띠아 등등. 이름에 ‘고기’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 않아도 대부분 음식에 고기가 들어가 있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집 안에 있어도, 집 밖에 있어도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고기 없이는 살 수 없는 걸까?  먹을게 줄어서 슬프다는 사실보다, 불필요하게 많은 동물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애통했다.

 

51723-4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거의 없다 ⓒ The Simpsons

 

두 번째, 사람들과의 관계가 조금 힘들어졌다. 채식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나는 그만큼 크고 작은 많은 회식자리에 참가하고 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기 힘든 마당에 모든 사람이 고기를 좋아하니, 참 어려웠다. 채식한다고 말하는 순간 구성원 모두가 당황하여 음식을 고르지 못할 것이 눈에 보여 어떻게 할지 모를 때가 생겼다.

 

‘이상하게’ 혹은 ‘별나게’ 보는 시선도 조금은 어려웠다. ‘인생은 마이웨이다’라는 생각으로 삶을 살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는 또 이상한 일을 벌이는구나’, ‘얼마나 가나 보자’하는 시선으로 볼 땐 나의 진지한 마음가짐을 무너뜨리려는 것 같아 어렵고 힘들었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런 어려움이 많은데 ‘왜 계속 채식을 하냐’고, ‘미련하다’고, ‘그래 봤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육식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 고기 없이 사는 것 자체는 어려움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나는 나의 이런 삶의 방식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동물을 살려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믿는다. 육식 거부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서 큰 영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가 알았겠는가? 나 또한 채식하게 될 줄 말이다.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노예무역, 국수주의전쟁 ··· 등을 최초로 반대하던 사람들도 처음에는 그들이 반대하는 악습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별난 사람이라는 비웃음을 받았다.”

 

지금은 별난 사람일지 모른다. 육식주의가 이렇게도 만연한 시대에 계속해서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로 믿는다. 미미할지도 모르는 나의 삶의 방식이 많은 동물에게 ‘해방’을 만끽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들을 구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도, 시혜적인 입장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기를 원할 뿐이다.

 

글. 엑스(kkingkkanga@gmail.com)
이미지. ⓒ < The simpsons >
 
[동물혐오] 기획. 엑스, 콘파냐, 이설, 김연희, 호빵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