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요? 동물혐오와 육식이 당연시되는 세상에 의문을 던집니다. 고함20의 기획 [동물혐오], 시작해보겠습니다. 

 

올 한 해 가장 뜨거웠던 문제 중 하나를 꼽자면 역시 여성혐오일 겁니다. 여성에 대한 타자화, 대상화, 도구화. 그에 기반한 강력한 편견과 증오심. 여성혐오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여성 대상 증오범죄로 그 정점을 찍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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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할 이야기는 이게 아닙니다. 제가 일련의 여성혐오 담론을 접하며 겪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제 목표죠. 저는 여성혐오 문제에도 많은 관심이 있지만, 여성혐오란 개념어에서 ‘여성’이란 단어 대신 다양한 존재를 대입해보기도 합니다. ‘여성혐오’에서 ‘여성’을 대신해 ‘유색인종’이나 ‘장애인’을 넣어 보는 식으로요.

 

‘여성’혐오만?

 

‘유색인종’과 ‘장애인’에서 시작된 따옴표 안의 소수자는 점점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나갑니다. 지난가을 난민 문제가 터졌을 때는 우리나라의 ‘(불법)이주민’ 혐오 문제에 조금 관심을 가졌고 요즘은 ‘(비인간)동물’ 혐오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습니다. 바로 그 동물혐오. 아득한 단어 나열의 종착점이자 우리 기획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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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번식 공장 ⓒ SBS ‘동물농장’

 

‘동물혐오’란 표현이 낯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동물혐오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어이며 저희 [동물혐오] 기획팀에서 임시로 만든 개념이기 때문이죠. [동물혐오] 팀이 여성혐오란 개념어를 빌려 ‘동물혐오’란 단어를 쓴 이유는 여성혐오에 가해지는 대상화, 타자화, 도구화, 증오, 살해 등의 문제가 동물혐오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동물은 항상 예쁘거나 귀여워야 하며, 인간의 말을 듣지 않는 동물은 당연하다는 듯 교정 당하거나 죽임당하죠. 길거리를 누비는 동물들은 그들이 단지 동물이란 이유로 학대를 당하거나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명백한 혐오죠.

 

때론 좀 더 악랄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하지만 그 동물들을 소비하는 인간들에겐 비가시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어제 먹은 닭이 A4용지보다 작은 케이스에서 7주간 죽지 않을 만큼의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를 투약 당하며 자란 영계라는 것, 거세 수퇘지는 지혈약이 아까우니 피가 덜 나는 뭉툭한 가위로 거세를 시킨다는 것 등의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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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TA

 

물론 제가 여성혐오를 통해 동물혐오란 이야기를 꺼내는 게 누군가에겐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여성혐오 문제에 내재한 특수성을 비가시화할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저 역시 여성혐오 문제를 ‘인’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의 문제로 ‘퉁치려는’ 시도에 반대합니다. 여성혐오는 여성혐오만의 특수성이 반드시 존재하며 반드시 그 특수성을 고려하며 여성혐오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다만 저는 각각의 특수성을 고려하되 사안 별로 공유하는 문제의식과 그 문제의식을 해소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잔 이야길 하고 싶습니다. 위에서 말한 모든 소수자에 대한 대상화, 타자화, 도구화, 증오, 살해 문제가 동물에게도 적용되니 그 문제를 잊지 말자는 것이죠. 누군가의 말처럼, 한 가지만 기억하는 건 다른 것은 망각하겠단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을 어떻게 같은 차원에 놓고 이야기하느냐는 질문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저도 반문하고 싶습니다. 무엇이 다른가요. 지능의 차이? 이성의 차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니까?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 19세기, 20세기 여성 투표권 운동과 인종차별철폐 운동 때도 하던 이야기 아닌가요. ‘비이성적인 여성에겐 투표권을 주면 국가 발전에 해가 된다’나 ‘흑인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다’ 따위의 이야기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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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S FOR WOMEN! ⓒ 영화 ‘서프러제트’

 

실제로 동물은 인간보다 지적으로 열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존재의 지적능력에 따라 권리를 차등분배하는 건 한편으론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생명유지에 대한 권리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죠. 똑똑한 사람과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목숨을 유지할 권리는 둘의 지능지수와 상관없이 동일합니다. 

 

[동물혐오] 기획, 그래서 시작합니다

 

‘그래도..’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앞으로 진행될 저희의 기획 [동물혐오]를 눈여겨 봐주시기 바랍니다. 고함20의 [동물혐오]는 사회에 만연한 동물혐오를 고발할 것이고 그 면면을 분석해 그러한 현상이 왜 문제인지를 짚어볼 예정입니다. 좀 더 디테일하게 미디어, 법, 사회 영역에서 동물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차별과 그 차별이 낳은 동물혐오의 문제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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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물혐오] 기획팀은 동물혐오 이슈를 다루며 자발적으로 육식을 거부해 볼 예정입니다. 동물권을 논하는 우리가 육식을 하고 있다는 게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동물권 보장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비육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왜 ‘채식’이 아닌 ‘육식거부’란 표현을 쓰는지 궁금하신 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저흰 ‘풀을 먹겠다’가 아닌 ‘육식을 하지 않겠다’가 목표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신념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선 ‘채식’보단 ‘육식거부’란 표현이 더 적합한 것이죠

 

육식거부 도전기, 그리고 동물혐오. 이 글만으론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좀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으시거나 앞으로 나올 저희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곧 시작될 [동물혐오]를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특성이미지. ⓒ PETA

글. 콘파냐(gomgman32@naver.com)

기획. 김연희, 엑스, 이설, 호빵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