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ning! ‘성’이 아닌 ‘폭력’에 NO를 외친다. [포르NO그라피]

 

지난 7일 공개된 남자아이돌그룹 NCT127의 데뷔곡 ‘소방차’ 뮤직비디오는 아동 성폭행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자아이의 얼굴에 물총을 쏘는 것을 비롯해 여러 메타포와 미쟝센에 의해 집단 성폭행, 소아 성폭행을 의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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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에서 흔히 쓰이는 클리셰. 굳이 여성의 얼굴에 물을 쏟는 장면을 클로즈업해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 ‘소방차’ 뮤직비디오 캡처

 

뮤직비디오는 한 여자아이의 생애 주기를 보여주며 전개되고, NCT127멤버들은 줄곧 여성의 얼굴을 조준해 물을 뿌린다. 그 후 성장 과정의 여자아이 모습(유년기, 청소년기 순으로)이 차례로 화면에 클로즈업된다. 이때 여자의 표정이 웃는 얼굴이었다는 점 또한 비판받았다. 성폭행 피해자에게 흔히 가해지는 “너도 즐긴 거 아니냐”는 논리의 연출이라는 것이다. 뮤직비디오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또 다른 아이에게 NCT127멤버들이 다가가는 것으로 끝난다. 이는 새로운 피해 아동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가 구축한 네버랜드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달리, SM엔터(이하 SM) 측은 뮤비에 대한 해석과 해명문을 게재했다. NCT127멤버들을, 주인공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구해주는 ‘수호천사’로 설정했다고. 아주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다. 그동안 SM이 아이돌 시장에서 공급해온 어떤 이미지는 ‘수호천사’와 맞닿는 부분이 있었다. SM보이그룹은 소녀 팬이든 누나 팬이든 전 연령대의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피터 팬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남자 아이돌은 피터 팬이 화자인 듯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걸그룹은 순수한 소녀 웬디를 복제하는 느낌이었다.

 

애니메이션 ‘피터 팬’의 주인공 웬디는 12살의 어느 날, 동생들과 방을 따로 쓰라는 아빠의 잔소리를 듣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날 밤 피터 팬은 그녀와 동생들을 네버랜드로 데려간다. 하지만 모든 성장담이 그렇듯 웬디는 곧 어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간다. 이때도 피터 팬은 그녀가 무사히 집에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히어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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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터 팬>, <피터 팬2-리턴 투 네버랜드>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피터 팬2’에서는 어른이 된 웬디와 여전히 소년의 얼굴을 한 피터 팬이 재회한다. 시간이 지나도 나를 온전히 기억해줄 예전 모습 그대로의 친구. 언제든 나를 지루한 현실에서 재밌는 세상으로 구해줄 친구. SM은 이러한 피터 팬 판타지를 아이돌의 노래에 투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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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의 miracle 가사 중 일부 ⓒ올레뮤직

 

슈퍼주니어의 ‘miracle’ 가사처럼 은근하게 드러나던 피터 팬 판타지는 대놓고 누나 팬을 타깃으로 한 샤이니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거쳐 엑소라는 그룹의 ‘피터 팬’이라는 곡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듯 했다. 비단 보이그룹 뿐만이 아니다. f(x)의 ‘when i’m alone’이나 레드벨벳의 ‘행복’은 피터 팬을 기다리는 소녀, 즉 웬디의 입장에서 쓰였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현재, SM은 NCT127의 컨셉 또한 피터 팬 판타지의 연장선이라는 뉘앙스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피터 팬은 죽었다

 

그동안 SM이 구축한 네버랜드 세계관이 얼마나 견고하며 수많은 팬층을 이끌었는지는 굳이 덕후가 아니어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 ‘전략’이 잘못된 방식으로 연출됐다. SM은 주인공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그녀를 구해주는 ‘수호천사’로 NCT127의 역할을 명명했지만, 여자가 도대체 무슨 ‘위험’에 처한 건지는 눈이 빠져라 화면을 쳐다보고 캡처를 하고 살펴봐야만 알 수 있다. 정말 방점이 수호천사에 찍혀있는 거라면, 이 뮤직비디오를 찍은 카메라는 너무 많은 것을 축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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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와 청소년기의 소녀에게 물을 뿌리는 이유는 화재위험 때문이라고 하지만 화재위험이라기엔 불씨가 너무 작았고 화면에 잘 비추어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물은 꼭 불이 아닌 얼굴에 뿌린다 ⓒ 소방차 뮤직비디오 캡처

 

백번 양보해서 아동 성폭행과 트라우마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라든지, 피터 팬 판타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고 포장을 해도 이런 식의 연출은 영화 귀향의 포르노적 연출과 별다를 바가 느껴지지 않는다. 가사는 또 어떤가. “애써서 빼는 척은 곤란해/ 흔들리는 내 달궈진/ just hold up 자꾸 밀면 다쳐” 음란마귀 렌즈를 빼고 봐도 피터팬이나 수호천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기존 SM 곡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잡는 게 훨씬 ‘피터팬’스러울 거다 .

 

그동안의 소아성애 논란과 관련하여

 

아이돌의 소아성애 컨셉이 화두에 오를 때, 그 중심에는 늘 걸그룹이나 여성 뮤지션이 있었다. 논란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그들은 어쩌면 필요(혹은 역할) 이상으로 비난받기도 했고, 그래서 걸그룹의 성 상품화에 대해서는 늘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걸그룹의 경우와 NCT127의 경우는 그 층위가 다르다.

 

NCT127은 이미 사회의 기득권층에 있는 젠더 세력 중에서도 다수의 여성팬을 거느린 남자 연예인이다. 이들은 또 다른 여성을 대상화하는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다. 걸그룹이 테니스 스커트류의 옷을 입고 자신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아동의 모습을 연출할 때, 보이그룹은 여성 혐오적 가사, 성폭행을 연상케 하는 연출 등으로 젠더 폭력을 일으킨다. 이들이 절대 같은 층위에 놓여 동정표를 받을 수 없는 이유다.

 

SM이 또 한 번 만들고자 했던 네버랜드는 어쩐지 황량하다. 현실에 지친 웬디를 위로해주는 피터 팬은 없었다. SM이 해명문에서 밝힌 수호천사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텍스트 속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엔 아동 성폭행 논란만 남았다. 새롭게 구축한 SM식 판타지는 아름답지 않았다.

 

글. 샤미즈(ndhhdm9019@naver.com)

특성이미지. NCT127 ‘소방차’ 뮤직비디오 캡처

[포르NO그라피] 기획. 샤미즈, 이켠켠, 인디피그,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