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동시에 내 주변에선 찾을 수 없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정치는 일상이며, 일상 역시 정치입니다. 우리는 몇 번을 열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러시아의 민속 인형 마트료시카가, 일상을 파고들 때마다 마주치는 정치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의 단상들을 정치와 연결짓는 [마트료시카]라는 이름의 에세이를 연재하려 합니다.

 

2017년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결정됐다. 미혼 단신 노동자가 103만 원으로 한 달 생활이 가능하다며, 최저임금결정위원회 사용자 측은 끝없이 동결을 주장했다. 노동자 측이 제시한 최저임금 1만 원이 99.9%의 확률로 실현되지 못할 것을 직감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천의 자릿수가 6일 줄은 몰랐다. 내가 이토록 실망하는 것은, 알바생이 될 수밖에 없는 흔한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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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브스 뉴스 

 

강제로 나가는 돈은 많은데

 

나는 여자 대학생이며, 본가가 지방인지라 우리나라에서 물가가 가장 높은 서울에서 자취를 한다. 4년제 사립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비싼 등록금을 8번 내야 한다는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산정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장학재단은 우리 부모를 ‘금수저’로 취급하는 듯하다. 나는 서류와 다르게 금수저를 물지 못한 대학생이다. 애매한 소득분위 때문에 성적 장학금 외의 장학금은 받을 수 없게 되었으니 알바만이 살 길이다.

 

우리나라 대학생과 학부모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등록금을 낸다. 연세대∙고려대와 일본 게이오대, 미국 하버드대 간의 장학금 차감 후 실질등록금을 비교해보니,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액수가 1인당 GNP(국민총생산) 대비 가장 높았다. 쉽게 말해,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내고 대학을 다니는 셈이다. 2016년 전국 4년제 대학교의 대학 평균 등록금은 667만5천 원이고, 평균 874만 원을 내는 대학도 있다.

 

등록금을 낸다고 대학에 무사히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공립대 40개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20%이고 사립대 155개교는 17.4%다. 이화여대, 홍익대, 고려대, 경희대 등 많은 대학이 기숙사를 신축하려고 해도 월세∙하숙 장사가 안된다며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발이 묶이곤 한다. 기숙사에 입성해도 금액이 문제다. 우리 학교 기숙사는 4평도 안 되는 공간에 두 명이 사는데 월 38만 원의 금액을 요구하고 1일 3식을 강제했다. 나는 그럴 바에야 6평 원룸에 살면서 월 40만 원 내고 내가 밥 먹고 싶을 때 먹으면서 살고 있다. 의식주 중에 식(食), 주(住) 해결도 만만치 않다.

 

최저시급으로 최대시간 노동하기

 

미혼 단신 노동자이기도 한 나는 103만 원만 있어도 생활할 수 있게끔 알뜰하게 살아야 한다. 2017년 최저시급으로 한 달에 135만 2,230원을 벌 수 있다. 135만 원- ( 월세 40만 + 공과금 4만 + 한 끼 6,000원인 식사 세 끼만 먹어도 54만 + 인터넷 요금 1만 원 + 휴대폰 요금 3만 원) = 33만 원이 남는다. 이 돈으로, 병원비, 화장품값, 휴지, 생리대, 샴푸∙린스∙세제 등 생필품값, 가끔 먹는 간식 값, 문화생활비, 쇼핑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할 수 있다. 내가 학교를 안 다닌다면. 한 달 4주 주 5일 매일 8시간 일하고, 주휴수당 제대로 챙겨 받으면.

 

패스트푸드점이나 과외나 근로장학생이나 알바를 할 시간 자체가 없다. 체감 청년실업률이 34%인 시대에 나는 문과생이니 학점은 낮으면 안 되고, 몇 가지 대외활동도 병행하면서 공인 외국어 성적도 있어야 하고, 해외 경험도 해봐야 하고, 봉사 활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134만 원은커녕, 시급 6,740원으로 월 50만 원이라도 벌 만한 시간이 대학생에게 있단 말인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한 학기마다 휴학해서 4년제 대학교 8년 다니면 졸업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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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0원짜리 교재를 구입한 대학생 ⓒ 웹툰 ‘대학일기’

 

사람대우도 제대로 안 해주잖아

 

그렇다면 알바의 노동이 시간당 6,470원어치만 할까? 최저시급을 주는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한 적이 있다. 더 이상 적을 수 없는 시급은 노동강도가 아니라, 내가 그 금액의 사람으로 취급당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고객이 잘못 주문한 것도 내가 죄송하다고 말해야 했다. ‘고객’은 ‘고개 숙여 조아려야 하는 사람’의 줄임말임이 틀림없다. 유니폼은 위생을 이유로 반팔이어서, 종종 뜨거운 기름과 보온기구에 손과 팔을 데었다. 한겨울에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올 때는 추워서 뛰어다녔다. 

 

20대 여성 근로자는 일 말고도 칭찬으로 위장한 희롱에 시달려야 한다. “그쪽이 예뻐서 그러는 거예요.” 교내에 입점 가게에서 몇 달 일하자, 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선 내 얼굴 품평회가 열렸다. ‘△△ 알바 우리 학교라는데?’ ‘아, △△과? 걔 예쁘던데?’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예쁨.’ 내 알량한 시급은 네가 햄버거랑 콜라를 무사히 사 먹게 도와준 대가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 얼굴 품평 당하는 수고비가 포함될 여유는 없다. 

 

그리고, 그래도 알바를 그만둘 여유도 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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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상으로 품평회가 벌어졌다 ⓒ서강대학교 커뮤니티 ‘서담’

 

2016년을 살아가는 어느 대학생에게 지워진 현실의 무게에 비해, 주어지는 임금은 너무도 가볍다. 알바 중에 겪는 부당대우는 차치하고서라도, 6,470원은 뻔뻔하게도 적은 금액이다. 최저임금 천의 자리 숫자가 바뀌면, 친구들과 카페에서 음료를 사 먹으며 수다 떠는 일이 부담되지 않는다. 고향에 내려갈 때 기차푯값을 보고 큰맘 먹지 않아도 된다. ‘집에 두 번 다녀오는 차비가 보름 생활비를 넘네’라는 생각을 멀리할 수 있다. 하지만 6,470원은, 알바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을 최저인간으로 만든다.

 

글. 이설(yaliyalaj@gmail.com)

메인이미지. ⓒ웹툰 ‘대학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