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요? 동물혐오와 육식이 당연시되는 세상에 의문을 던집니다. 고함20의 기획 [동물혐오], 시작해보겠습니다. 

 

“뭐? 채식? 채식하면 영양 불균형해져! 건강 나빠지는 거 아니야?”

 

‘아,,응,,,그래,,,일찍 주글려구,,’ 정도로 대답하고 싶다만 그런 냉소 섞인 대답은 채식과 육식거부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편견만 강화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글에서는 채식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설명과 채식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기로 하겠다.

 

오해① 채식하면 영양 불균형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는 거 아니야?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일단 맞는 부분부터 이야기하자면 저 말처럼 동물성 식품을 끊는다면 제한적 식단으로 인해 영양 불균형 현상이 정말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엔 틀린 부분을 이야기해보겠다. 채식에 따른 영양 불균형으로 문제를 겪는 건 채식 요리의 재료가 한정적일 때의 이야기다. 동물성 식품을 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영양 불균형 현상은 다채로운 채식 재료를 섭취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

 

미국 앤드루 대학의 공중보건학 석사이자 유기화학 박사, 그리고 공인영양사이기도 한 윈스턴 크레이그(Winston Craig)는 자신의 글에서 ‘적합한 식품 선택을 통해 채식주의자는 자신의 식단에서 동물성 식품을 완벽히 제거할 수 있고, 영양적으로도 적합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51890-1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대체 식품은 찾을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대체 식품 항목은 PETA의 글을 참고

 

꼭 학술적인 부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 중에서는 보디빌딩이나 철인3종경기, 울트라 마라톤과 같은 극한 스포츠 종목에 참여하는 운동선수도 존재한다. 채식을 통해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모두 섭취하는 게 불가능했다면 비건 보디빌더나 비건 울트라 마라토너의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51890-2

비건 보디빌더(Torre Washington), 비건 듀애슬런, 철인3종경기 선수(Laura), 울트라 마라톤 선수(Aussie Vlad) ⓒ Great Vegan Athlets

 

 

오해② 채식 문제를 건강에 국한하지 말아 주세요!

 

무엇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동물성 식품과 이별한 것이 아님을 유념했으면 한다. 채식이나 비육식과 같이 어떠한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른 행동은 때로 자신의 행동 양식에 있어 비효율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때가 있다. 실제로 내가 비육식을 선택한 이후 겪을 영양 불균형은 고기를 먹으면 너무나 쉽게 해결될 문제이지만 나는 굳이 찾기도 힘든 대체 식재료를 찾아 나서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내가 구하기도 어려운 식재료를 찾음으로써 동물성 식품을 대체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다. 그게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자는 순결해야 해’, ‘애완동물은 말을 잘 들어야지’ 등의 발언은 분명 잘못된 발언이지만 너무나도 쉽게 유통되는 말이기도 하다. 혐오 현상은 혐오를 당연시하고 그것이 혐오임을 망각하는 순간 힘을 얻는다. 혐오 표현을 당연시 여길 때 각종 혐오는 더욱 만연해진다. 난 비가시화된 혐오를 가시화하는 길을, 그리고 혐오로 인해 피해를 받는 존재를 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정의 결과가 바로 육식거부다. 

 

51890-3

들고양이인 줄 알고 발로 찼다고 한다. 혐오 현상은 그것이 혐오인 것을 망각할 때 힘을 얻는다 ⓒ 동아일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물은 먹고, 신고, 입는다’ 식의 종차별주의가 만연한 동물혐오 사회에서 동물성 제품 사용을 거부하기로 한 대부분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채식을 택함으로써 올 비효율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이미 감내하기로 했다. 윤리적인 이유로 동물성 식품을 끊은 사람에겐 건강과 영양에 대한 문제는, 때론 너무나 부차적이다. 

 

오해③ 동물성 제품 ‘끊기’? 일단 ‘줄이기’부터 해보는 게 어떨까

 

방점을 ‘끊기’가 아니라 ‘줄이기’에 두고 싶다. 이 얘기를 할 때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자기 인식 없이는 금연에 성공할 수 없다’는 금연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떠올린다.

 

51890-4

“나는 극히 한정된 능력밖에 없는 하찮은 존재라는 자기 인식 없이는 금연에 성공할 수 없다. 요컨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며 (중략)”

 

(대부분의 경우) 우린 동물성 제품 끊기를 단번에 성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들이느냐에 따라 ‘줄이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음 지갑을 살 때는 가죽이 아닌 제품을 산다든지, 하루 한두 끼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든지의 방법으로. 이러한 행위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절대 작은 실천이 아니다. 오늘 하루 고기를 끊음으로써 난 온실가스 감축에, 전염병 예방에, 기절도 제대로 안 된 동물이 도살되는 것을 막는 데 일조했다. 

 

51890-5

‘나쁜 페미니스트 저자’ 록산 게이 ⓒ TED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인 록산 게이는 ‘모든 페미니스트가 완벽히 페미니즘적일 순 없’다며 우리 모두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나쁜 페미니스트가 될 것을 설파했다. 록산 게이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우린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나쁜 페미니스트라’도’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여성혐오 사회가 조금이나마 변화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어나야 할 것은 나쁜 페미니스트뿐만이 아니다. 동물혐오 사회를 좀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에겐 ‘나쁜 채식주의자’ 혹은 ‘나쁜 비육식주의자’도 필요하다. 그리고 언제든, 당신도 ‘나쁜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다. 

 

글. 콘파냐(gomgman32@naver.com)

[동물혐오] 기획. 김연희, 엑스, 이설, 콘파냐, 호빵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