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_지지_리뷰 프로젝트의 두 번째 리뷰는 레진코믹스다. 명왕성 작가의 [내 학생이 싸이코패스일 리가 없어], 인디고 작가의 [히어로즈 플랜비], 그리고 그 둘이 만들어 내는 환상의 페미쇼! 퀴어든 페미든 재미만 보면 우리는 좋다.

 

1.[내 학생이 싸이코패스일 리가 없어] (명왕성/레진코믹스)

 

퀴어해도 괜찮아

 

배경은 고등학교. 주인공은 미모의 여선생과 잘생긴 남학생. 잘생긴 남학생이 여선생의 보건실에 들락날락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이 만화에 단연코 달달한 로맨스는 없다. 대신 ‘존잘러’(서브컬처의 2차 창작을 잘 하는 사람)인 여선생을 차지하기 위한 잘생긴 남학생과 귀여운 여학생의 경쟁 구도, 남자주인공과 똑같은 ‘여자’ 취향을 가진 – 그래서 종종 그의 여자친구를 빼앗기도 하는 – 그의 여동생, 코스프레에 심취한 체육 선생 등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내학싸’는 말하자면 서브컬처를 전면에 내세운 코믹학원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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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왕성

 

평범하지 않은 취향이 ‘디폴트’인 곳에서 그 안에 놓인 등장인물들은 현실의 평범한 질서를 뒤집는 전복적 주체가 된다. “딸 같아서 하는 말이야”라며 여학생에게 추근대는 남선생의 엉덩이를 만지며 “아빠 같아서 그러는데 좀 만져도 되죠?”하는 여성 캐릭터의 존재는, 만화 속에선 그저 웃고 넘어갈 통쾌한 장면의 하나지만, 현실로 옮겨졌을 땐 일종의 ‘미러링’이 된다. 게다가 그 여성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들이 종종 그녀의 오빠와 헷갈려할 정도로 ‘중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정적인 성별 질서를 뒤집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만화는 ‘퀴어’다. 서브컬처를 이야기하며 피해가기 어려운 동성애 코드를 편견 없이 차용한다는 점에서도 퀴어적이고(“남남이든 남녀든 여여든 보는 맛만 좋으면 그만인 법!”), 현실과 일반의 기준에선 충분히 이상하고도 남을 캐릭터들이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queer적이다. (영단어 ‘queer’의 뜻은 ‘별난’, ‘보통이 아닌’ 등이다) ‘셀프 권고사직’이라는 조롱에도 ‘내학싸’의 명왕성 작가가 트위터에서 #김자연성우를_지지합니다 해시태그를 내건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글. 아레오(areoj@daum.net)

 

 

2.[히어로즈 플랜비] (인디고/레진코믹스)

 

페미니즘과 플랜 “B”의 가능성

 

발랄한 힘이 있다. ‘별종(뮤턴트) 차별’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음습하게 쳐지지 않는다. [히어로즈 플랜비]의 이 발랄함은 아마도 히어로물의 서사 전개를 단지 이능력과 액션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특한 ‘플랜’에서 기인할 테다. 작품은 마치 어벤저스와 같은 히어로 집단물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중심의 소소한 서사는 오히려 틴에이저 성장 소설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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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고

 

해서 시원시원한 액션물이나, 히어로의 ‘남성적 간지’ 따위를 기대했다면 당신은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플랜비]의 진짜 재미는 다양한 능력자들이 인간적으로 꽁냥대는 귀여운 순간들에 있고, 굳이 ‘소년만화식 남자다움’을 어필하지 않고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있으며, 외려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별것 없는 캐릭터들의 오밀조밀한 심리묘사에 있다.

 

기존의 히어로/능력자물이 주로 과장된 허세(가령 시크하거나 쿨한 모종의 남성성을 강조하는 방식의)에 재미의 방점을 찍었다면, 플랜B는 그 허세를 무너뜨리고 무너진 자들끼리 ‘맞닿는 순간’, 그 민망하고 쑥스러우면서도 훈훈한 기류에 집중한다. 마치 풋내 나는 10대 서사처럼 말이다.

 

가령 쉼 없이 까칠 대는 캡틴은 그보다 더 덤벙거리다 창피를 당하기 일쑤고, 범상한 기운을 풍기며 등장한 ‘타임 패트롤’ 로우는 가끔 보여주는 시간 능력에도 불구 매번 허수아비취급이다. 동생의 몸에 들어간 언니 안티 레이디나, 멸망한 다른 세계에서 도망쳐온 바니 등 여성 캐릭터들이 던지는 주체성에 관한 고민은, 이런 허당 같은 남성들과의 대화 속에서 특히 더 심상찮아 지기도 한다.

 

그래서 뭐가 ‘페미니즘’이냐고? 남성문화를 전제한 기존의 ‘재미’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서사 전략이, 다양한 조합의 브로맨스를 통해 터뜨리는 남남 케미가, 꽃이 아닌 주체의 역할을 가진 여성 히어로들의 모습이 모두 젠더권력, ‘이성애 남성성’을 깨부수는 페미니즘적 가능성이다.

 

어쩌면 [히어로즈 플랜비]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플랜B’일지도 모르겠다. 만화적 전략이 그렇듯 페미니즘 또한 새로움을 모색하는 전략적 선택이니까.

 

글. 인디피그(ghin2800@gmail.com)

 

#웹툰작가_지지_리뷰 프로젝트

기획. 달래, 샤미즈, 아레오, 인디피그

글. 아레오. 인디피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