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IS와 마찬가지인 메갈리아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메갈은 여자 일베다”

 

“메갈리아 옹호는 페미니즘이 아닌 페미나치고, 남성혐오다”

 

말들이 쏟아진다. 넥슨의 김자연 성우 해고, 웹툰 작가들의 ‘김자연 지지 선언’, 진보 정당들의 여성-노동 논평, ‘#내가_메갈리안이다’ 운동 등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반응이다. 반응은, 거세다.

 

티셔츠 인증을 지지한 웹툰 작가들에겐 별점 테러와 불매운동, 검열 찬성 운동 등이 쏟아졌고, 그 불길은 현재 동인 서브컬처계까지 퍼져나갔다. 정의당은 빗발치는 탈당 항의에 결국 논평을 철회했다. 이것은 거의 분노에 가깝다. “어떻게 남성 혐오집단인 메갈리아의 활동을 지지할 수 있느냐?” 지금껏 있어온 ‘혐오세력에 대한 공격’ 중 어떤 것도 이렇게 폭발적인 분노(특히 남성 집단의)를 끌어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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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문제가 된 티셔츠 인증 ⓒ 김자연 트위터

 

우습게도, 정작 그 최악이라는 메갈리아(미러링)를 탄생시킨 심각한 수준의 여성혐오에도 이런 분노는 없었다. 적어도 메갈리아 생성 이전에는 말이다. 여기서 ‘심각한 수준의 여성혐오’란 성폭행범이나 일베회원의 그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해온 일반인들에 의한 일상의 여성혐오를 말하는 거다.

 

좆린이, 애비충같은 미러링 단어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미 ‘로린이’같은 단어, 혹은 어린 여성을 섹스 오브젝트로 표현한 창작물들이 인터넷에 차고 넘치고 있었다. ‘엠창’으로 표상되는 여성혐오-패륜적 비속어들도 일상적인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엠생(엠창인생)’같은 자기비하 개그가 유행하던 걸 생각해 보라.

 

심지어 ‘애비충’이 패륜적인 도덕파괴를 감행하면서도 ‘가족주의적 방어에 대한 페미니즘적 타격’이라는 최소한의 의의를 가진 반면, 우리가 익히 사용해온 여혐패륜은 남성문화 속 낄낄거림 하나로 그 모든 비윤리를 정당화해 왔다. 도대체 무엇이 더 심한가?

 

대결구도식 논의를 펼치려는 건 아니다. 이런 식의 반박이 소모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페미니즘 ≠ 메갈리아4 = 메갈리아 = 워마드 = 페미나치 = 일베 = IS = 나치” 정도의 등호 공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상황에선 더더욱 말이다. 하고 싶은 건 차라리 저 기묘한 공식을 해체하는 것이다.

 

메갈리아는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메갈리아는 페미니즘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메갈리아는 아니다. 메갈리아는 오히려 페미니즘을 망치고 있다.” 등의 이야기가 많다. 사실 메갈리아를 페미나치 따위의 용어로 재정의하고 그것을 악마화하려는 노력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꾸준히 이루어진 작업이다. “메갈 = 일베”라는 공식도 여기서 나온다.

 

물론 ‘메갈’ 등장 이전 페미니즘 자체에 쏟아진 저 비슷한 모욕들을 상기한다면 이런 반응들은 어쩌면 코미디에 가깝다. 그러나 메갈리아를 비롯해 넓은 범위의 페미니즘 세력에 대한 공격으로서 이러한 작업은 확실히 유효하다. “메갈 = 악마”라는 전제를 통해 그들은 페미니즘적 발언에 대응해 “메갈이냐?”라는 강력한 무기(검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검열적 질문 앞에서 상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가령 “메갈리아는 악마가 아니다”를 주장하는 순간 어떤 논리를 제시하든 그는 “역시 메갈리아네”라는 대답에 얻어맞게 된다. 반대로 “나는 메갈리아가 아니다”를 전략적으로 차용하는 순간 그는 이미 설계된 판 안으로 빨려 들어가야 한다. 이 경우 그는 상대방이 원하는 ‘올바른 페미니즘’만을 추구해야 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경우 ‘올바른, 진정한 페미니즘’은 실체조차 모호한 개념일 뿐이다. (기득권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수준의 진보가 과연 가능한가?) 결국,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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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갈리아

 

그러나 여기엔 아주 명백한 맹점이 있다. 메갈 OUT을 부르짖는 누군가의 눈엔 그들이 갑작스레 남성을 혐오하고 싶어 모인 불가사의 집단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들은 명확한 발생원인(메르스 갤러리의 여성혐오로 터진 분노)과 목표를 가진 집단이다. 놀랍게도 그들의 목표는 남성 박멸 같은 게 아니다. 그동안 있어온 여성혐오에 대한 분노의 표출, 즉 그(혐오)에 대한 감정적 복수, 혹은 이성적 반격, 제도적 변혁 또는 그러한 행위들에 대한 물질적 지원 등이 모두 그들의 목적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소라넷 폐쇄 운동을 비롯해 몰카 및 리벤지 포르노 제작/유통에 대한 문제제기, 성폭력 피해자 책임론 반대, 강간약물 거래, 사용 실태 가시화, 데이트 강간, 몰카, 여아낙태 반대 포스트잇 프로젝트, 각종 여성단체 후원 등등. 메갈리아 및 그들의 문제 제기를 지지하는 단체의 활동들이다. 노력의 전제는? 놀랍게도 페미니즘이다. 메갈리아가 곧 페미니즘이고 페미니즘이 곧 메갈리아는 아닐지언정,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아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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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20의 포스트잇 프로젝트 관련 기사

 

그러니까, 그 누구도 쉽게 ‘페미니즘 ≠ 메갈리아’라는 부등호를 세울 순 없다. 아니 이건 애초에 등호 부등호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당신은 방법의 문제, 언어폭력, 미러링이라는 도구 상의 문제(그 가치나 효과에 대한)를 다분히 ‘페미니즘적인’ 논의를 통해 제기할 수 있다. 과격한 방식의 언어에 느끼는 불편함도, 안다. 메갈리아 내부에 존재하는 ‘재미로 남혐하는 사람’? 있을 수 있다.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부등호의 증거가 될 수 없다. 그건 오히려 당신이 페미니즘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증거다. 언젠가 썼던 말을 인용하겠다.

 

“애초에 그들은 우리의 ‘혐오가 낳은’ 커뮤니티일 뿐, 누군가의 기대처럼 ‘충분히 도덕적이고 투철하며 효과적이면서도 남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무슨 신적인 투쟁주체도 아니다. 중요한 대목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혐오에 대면할 때야말로 메갈리아는 진정 패배할 수 있다.”

 

안티 메갈리아, 공식의 오류

 

넥슨 사태 이후 쏟아지는 ‘메갈 반대’ 목소리의 또 다른 맹점은, “혐오집단 메갈리아의 배제와 올바른 페미니즘의 추구”를 외치면서도 메갈리아와 그 관련 집단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는 웹사이트 메갈리아의 방식(미러링을 통한 폭력적 언어의 구사)을 버리고 좀 더 대중 친화적이며 온건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집단이다. 아마 누군가 운운하는 ‘올바른 페미니즘’에 가장 가까운 형태가 아닐까? 더군다나 메갈리아에 대한 이런 부분적 지지/연대는 비단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포함한 메갈리아4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보 논객 진중권은 27일 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나도 메갈리안이다”를 외쳤다. 헌데 그야말로 진중권식으로 시원하게 버무려진 그의 논지는 이미 무수히 나온 얘기기도 하다.

 

“메갈의 ‘미러링’이 그저 일베만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일베는 큰 문제가 아니다. 메갈리안들이 설마 사회에서 아예 내놓은 애들 때문에 저러겠는가?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일베와 다르다고 굳게 믿는 남자들이 일상에서 밥 먹듯 저지르는 성차별적 언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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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 논란에 뛰어든 진중권 ⓒ 네이버

 

여성혐오의 주체, 미러링의 대상. 메갈로 표상되는 ‘분노’를 불러일으킨 건 일베가 아니라 이 사회 자체에 눌러앉은 차별의식이라는 것이다. 그 비슷한 논지의 다른 글들도 우리는 여러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메오후’, ‘메퇘지’ 등의 단어로 ‘메갈’을 비하하고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는 자들의 오류는 바로 여기서도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정말 그들 모두가 “뚱뚱하고 못생겨서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여 불만만 많은 반사회적 여성”들일까?

 

비슷한 오류는 끝없이 줄을 선다. 이미 전성기가 지나고 활발한 활동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웹사이트 메갈리아를 어떤 거대한 배후세력으로 상정하고 헛손질을 하는 상황하며, 어떤 미러링이 진짜 일어난 사건인 줄 착각하여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는(혹은 그걸 알면서도 실제인 것처럼 조작해 선전하는) 이들도 허다하다. 해당 미러링에 대해 가치 판단하기 이전에, 기묘한 일이다. 밖에서 보면 그들은 ‘실제적 위협’이 없는 미러링에 어떻게든 공포를 느끼고 충격을 받고 싶어 하는 마조히즘적 작업에 몰두하는 것 같다.

 

심지어 “부동액을 타 먹였다”는 한 문장에 의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미디어가 동요하기 전에, 수없이 많은 약물 강간, 수면 상태 강간, ‘초대남’에 의한 집단 강간 사건에 대한 고발들은 접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으며, 몇백 명의 ‘일반 남성’이 강간 약물을 구매하고 후기까지 남긴다는 기사는 크게 논란이 되지도 못했다. 실제로 소라넷 폐지 운동 당시 해당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며 강간 모의, 초대남 모집 등을 실시간으로 경찰에 신고하던 이들은 “경찰은 결국 움직이지 않았다”며 좌절하기도 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아직 실제 정황이 밝혀지지 않은” (마치 부동액 게시글과 같은) 수많은 인터넷 정크 게시물들까지는 갈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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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액 사건은 소위 ‘물뽕’이라 불리며 버젓이 유통되는 이 강간 약물의 미러링이었다 ⓒ 스포츠경향

 

‘메갈리아엔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은

 

긴말 돌아서 했다. 말하는 건 간단하다. 혹 당신이 ‘나치 같은’ 메갈리아에 동의할 수 없고, 그들이 하는 것이 올바른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믿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들이 주장하듯) 정의를 사랑하고 성 혐오를 물리치고 싶은 ‘일반인’이라면, 언어의 폭력성이나 운동의 과격성을 걱정함에도 궁극적인 인권상장을 바라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모순을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체 이 땅에서 누가 ‘올바른 페미니즘’을 그렇게 열심히 펼쳐온 걸까? 예의 ‘정의로운 일반인’들이 정말로 정의로운 혐오 반대자였다면, 정말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그래서 그 “페미니즘”을 말해오던 한국 여성의 전화 같은 단체를 두고 “왜 여성의 전화만 있나요? 남성의 전화는요?”하는 따위의 웃지도 못할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지 않았다면, P2P 사이트에 소라넷 발 ‘국산’ 야동이 성행하지 않았다면, 고려대, 서울대 카톡방과 같은 수많은 ‘혐오’ 카톡방들이 좀 더 일찍 문제시 되었다면, 메갈리아는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정하자. 지금껏 우리들의 기저에 페미니즘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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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페이지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그래서 “메갈리아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작금의 말들은, 사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페미니즘을 지지할 생각 따윈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적어도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최소한, 정말 최소한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지금 ‘메갈’에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그것만은 안돼’라고 몰아붙였을지 모를 그 페미니즘 자체에 대해서 말이다. 당신이 정말 메갈리아에만 동의할 수 없는 것인지를 말이다.

 

글. 인디피그(ghin28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