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리뷰는 네이버의 문택수 작가와 기맹기 작가다. 읽자.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응, 그거 역차별 아니야.

 

1. [우리들은 푸르다] (문택수/네이버)

 

메갈만 싫은 거라고?

 

문택수 작가는 7월 20일 김자연 성우 해고 사건에 대해 “‘부당해고라서 생각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건가”라는 트윗을 올렸다. 해당 트윗은 5000번 넘게 알티됐다. 덕분에 문택수 작가는 나무위키 ‘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논란/각계 반응’의 성우를 지지하는 만화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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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 문택수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보름 전쯤 올라온 [‘우리들은 푸르다’ 281화-지킴벨 논란]을 보면 해당 트윗은 문택수 작가의 평소 가치관을 아주 잘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팬티만 입은 채 블라우스 냄새를 맡은 남학생 캐릭터가 교내 성추행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킴벨’이 “남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나 “여자를 배려해달라는 뜻이냐”는 한 남학생의 말에 “배려고 자시고”라고 답하는 교사의 모습은 답답하고 모순된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통쾌하게 반박해낸다.

 

281화의 베스트댓글엔 ‘역시 택수 작가님이 이런 거 진짜 잘 찌르는 듯’, ‘특유의 풍자 너무 좋아요’ 등 작가의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그것을 잘 표현했다는 식의 긍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문택수 작가의 지지 트윗 후 업로드된 가장 최근의 284화의 베스트댓글에 ‘이럴 때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고 말하는 건가’, ‘우리들은 쿵쾅이다’(메갈을 비난할 때 쓰이는 ‘쿵쾅’을 원제와 합한 말) 등 김자연 성우를 지지한 것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가의 가치관과 만화는 변함이 없는데, 사건을 기점으로 독자의 반응만 180도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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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웹툰 캡처

 

사건 발생 전까지는 9.5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던 ‘우리들은 푸르다’의 별점은 6점대로 떨어졌다. 명백히 보이콧의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지지 선언 이전에 올라온 281화 지킴벨 논란의 별점이 여전히 9.3이라는 사실은, 알기 쉽게 표현된 페미니즘적 에피소드엔 박수를 보내면서도 ‘메갈’과 연관되는 순간 조건반사처럼 치를 떠는 ‘일부’ 웹툰 독자들의 모순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그리고 이 모순은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메갈을 비난하는 것이다”는 주장의 모순과도 일맥상통한다.

글. 아레오(areoj@daum.net)

 

2. [내 ID는 강남미인] (기맹기/네이버)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처음 ‘내 ID는 강남미인’이란 제목을 보았을 땐 여혐 만화가 또 나온 건가, 싶었다. 지금까지 ‘강남미인’을 키워드로 한 콘텐츠 대다수가 여성의 성형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에 익숙했던 탓이다. 주인공 강미래가 다른 여성들의 얼굴에 점수를 매기는 모습이나, 이른바 ‘불여시’를 연상시키는 ‘자연미인’ 현수아가 주요 악역으로 설정된 모습을 보고 역시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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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미인’ 강미래 ⓒ 기맹기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내 ID는 강남미인’은 성형과 외모지상주의를 둘러싼 복잡한 논의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히 ‘강남미인’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딱 한 군데만 해서 될 얼굴이 아닌” 주인공 강미래는 여러 번의 성형 끝에 “조금 티가 나는 형태로” 예뻐진다. 그는 외모지상주의에 상처받은 피해자인 동시에, 외모지상주의를 내면화하여 자신과 타인의 외모를 끊임없이 평가하는 가해자에 자리한다.

 

‘강남미인’으로 상징되는 성형혐오는 강미래가 끊임없이 마주해왔고,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다. 못생긴 얼굴은 못생겼다고, 성형한 티가 나는 얼굴은 티가 난다고 욕을 먹는다. 예뻐지고 싶어서 성형을 했지만, 성형은 또 다른 외모 평가의 잣대가 되어 개인을 억압한다.

 

한편, 남자주인공 도경석은 외모지상주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타인의 외모에 크게 관심을 두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그는 강미래에게 ‘강남미인’이라고 욕하는 것을 비판(“남 생긴 걸로 뒤에서 씹는 것들이 더 한심해”)하는 동시에, 외모지상주의를 내면화한 강미래를 비판(“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건 찌질한 마인드”)한다. 강미래는 도경석의 말을 듣고 반성한다. 외모지상주의를 내면화한 자신 역시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폭력을 일삼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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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맹기

 

하지만 강미래는 “나 완전 한심하고 찌질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살아온)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라며 억울함을 드러낸다. 그건 외모지상주의를 내면화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 속의 개인이 뱉어내는 정당한 자기변호다. 이를 통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를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로 독자의 시선을 옮긴다.

 

더 나아가, ‘내 ID는 강남미인’은 보다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향수 매거진 CEO 나혜성은 자신을 부러워하는 강미래에게 “예쁜 건 힘이 맞아요. 그런데 그 힘 누가 원하기 때문에 주어진 힘일까요?”라고 묻는다. ‘누가, 왜, 예쁨에 권력을 주는가’란 물음에는 이면의 권력구조를 건드리는 여성주의적 관점이 묻어난다. ‘내 ID는 강남미인’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웹툰 속으로 옮겨왔기 때문에, 그 물음은 웹툰 밖 세상을 향한다. 예쁨이 권력이 되게 만든 세상, 그리하여 억압의 굴레에 여성을 가둔 세상 말이다.

글. 달래(sunmin5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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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달래, 샤미즈, 아레오, 인디피그

글. 달래. 아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