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고백으로 소년은 페미니스트가 됐다. 페미니스트가 본 이곳은, 지옥이다.

 

1. 마늘오리 (웨이크 업 데드맨/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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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오리

 

소년, 페미니스트가 되다

 

“여캐를 의미 없이 훌렁훌렁 벗기”고, “여성을 갖기 위해 싸워대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던 만화가가 있었다. 블로그에서 교복 마니아임을 자처하고 만화 속 ‘여캐의 가슴 크기’로 독자 댓글과 소통하던 그의 모습은, 웹툰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남성놀이문화를 여실히 보여줬다.

 

업로드가 늦는 작가들에게 ‘올 때 비키니’를 외치고, 여성 캐릭터의 몸매를 품평하거나 가끔 나오는 ‘야한 장면’에 감사와 환호를 쏟아내는 웹툰 댓글 문화는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소위 서비스 컷이라 불리는 의도적인 노출은 물론 심지어 스토리상의 성폭력 장면에도 이 익살맞은 환호는 서슴없다.

 

‘철없는’ 이미지를 통해 감정적으로 당연시되는 이러한 남성문화는 사실 그 철없음(미성숙) 자체가 미화의 근거라는 점에서 다분히 소년적이다. 영원히 늙지 않고 살아가는 만화 속의 소년들처럼, 이 문화 또한 수년 동안이나 자라지 못했다. 마늘오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확실히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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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오리

 

그러나 2016년, 소년은 스스로 자신이 “여성혐오의 표본”임을 밝히고 여성혐오에 대한 고민과 고백을 만화로 그렸다.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를 넘어 적극적 공범으로 정체화하는 만화 속의 마늘오리는 이 치열한 페미니즘 시대에 특히나 인상적이며, 어떤 의미론 ‘기특한’ 느낌마저 든다.

 

문화 자체의 전제가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돼 있을 때, 문화 속 개인의 변화는 그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정도의 노력을 필요로 하고, 그것은 확실히 어렵다. 하여 어려움을 뚫고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이 기특할 수밖에.

 

고민을 통해 잘못을 깨닫고 그것을 고백해 낼 때, 아니 ‘그러려고 할 때’, 소년은 페미니스트가 된다. 시련과 성장 다음에 승리가 오는 법, 성장한 페미니스트 마늘오리의 다음 컷도 승리리라.

글. 인디피그(ghin2800@gmail.com)

 

 

2. 선우 훈 (데미지 오버 타임/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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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훈

페미니스트가 본 세상, 여기가 지옥이다

 

여기저기서 ‘헬조선’을 말한다. 노동 문제를 비롯한 각종 ‘헬조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은근하고도 강렬하게 바라는 게 있다면, 그 ‘헬조선’의 어떤 단면을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젠더 이슈다.

 

젠더 감수성에 따라 젠더 이슈를 바라보는 온도 차는 실로 어마무시하다. 인구 절반의 문제는 종종 ‘덜 중요한 문제’로 취급된다. 해일과도 같은 ‘더 중요한 문제’를 논하는 이들에 의해서다. 하지만, 선우훈은 달랐다.

 

올 초 다음에서 릴레이로 진행된 <15인 반전만화>의 <11화. 헬조선의 꿈>에서 그는 헬조선의 한 단면으로 성차별을 들이밀었다. 직장 내 차별, 경력 단절, 여성혐오, 성소수자 문제가 곳곳에 전시된다. 그가 그린 ‘차별적 세상’은 강자의 무지와 폭력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나는 싫지는 않은데 동성애자들이 이해해주라고 하는 것처럼 동성애자들도 자신들을 싫어하는 우리를 이해해야지”, “임신한 게 뭐가 자랑이라고. 허구헌날 치한 취급이나 받고 역차별 시대가 따로 없다”와 같은 대사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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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훈

 

호모포비아가 아니라면서 호모포비아적 발언을 내뱉는 것이나, ‘역차별’이라는 말 뒤에 숨어서 여성혐오를 일삼는 ‘자기분열적 강자’들이 도마 위에 오른다. 사회적 약자를 약자로 인정하지 못하는, 그래서, 자기가 하는 것이 폭력이자 혐오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 이들에게 남을 괴롭히지 못하는 저승은 지옥이다.

 

이미 작품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했던 작가가, 빗발치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제 스탠스를 바꾼 것은 아닙니다. 진짜/가짜 페미니즘을 나누는 것에 반대합니다”고 말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덧붙여 그가 언급한 ‘페미니즘은 좋은데…’로 시작하는 말은 <헬조선의 꿈>에서 그가 그린 ‘나는 (동성애자가) 싫지 않은데…’라는 어긋난 문장과 한 치의 다름이 없다. “실화 혹은 특정 단체/인물과 관련이 없다’던 웹툰은 여기서 현실이 됐다. 역시 헬조선은 헬조선이다.

글. 달래(sunmin5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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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달래, 샤미즈, 아레오, 인디피그

글. 달래, 인디피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