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생존’의 영역이다. #웹툰작가_지지_리뷰 여섯 번째는 ‘한국 여자의 일상’을 그린 [데명의 그림일기]와 [여탕보고서]다.

 

1. [데명의 그림일기] (데명/레진코믹스)

 

일상툰 밖 한국 여자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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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다 ⓒ데명

 

데명의 그림일기에는 유독 페미니즘적 에피소드가 많다. 90화까지 연재된 이 웹툰에는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하여 대중 다수를 상대로 하는 콘텐츠가 다룰 만한 거의 모든 종류의 이야기들이 조금씩 등장했다. “짧은 치마가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틀린’ 말에 대한 반박, 여성흡연자와 난임에 관한 이야기, 산부인과를 찾은 젊은 여성을 향한 부정적 시선, ‘여자가 하는 집밥’의 환상 등이 모두 데명의 그림일기라는 ‘일상툰’에서 다뤄졌다.

 

김자연 성우와 ‘메갈 티셔츠’가 논란의 중심이 됐을 때 웹툰은 휴재 중에 있었다. (지금도 휴재 중이다) 하지만 작가 데명은 트위터를 통해 #넥슨_보이콧, #김자연성우를_지지합니다 해시태그를 내걸며 직설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 구매를 인증했고, 서울메트로 광고 심의 논란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미쳤습니까”라는 코멘트를 덧붙였으며, 페미니즘 스피치 영상을 추천했다.

 

결과적으로 데명은 휴재 중임에도 불구, 메갈을 지지하는 웹툰 작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데명의 그림일기는 나무위키에서 “남성에게 부과되는 성 역할을 노골적으로 무시한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나무위키는 데명의 그림일기가 “현실에서 보기 힘든” 무개념들을 데려다놓고 작가 자신이 그들의 말에 반박하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데명의 그림일기가 ‘일상툰’이라는 사실, 바로 그 ‘일상툰’을 휴재하는 와중에도 데명이 꾸준히 이슈를 따라가며 의견을 덧붙였다는 사실은, 웹툰이 멈춰있는 동안에도 지속되어 왔을(그리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을) 그의 ‘삶’을 간과할 수 없게 한다. 데명을 메갈 작가로 규정한 나무위키는 “요리 잘하네, 시집을 갈 때가 됐다”, “애를 귀여워하는 걸 보니 애 낳을 때가 됐다” 등의 말을 듣는 것을 ‘비현실’과 ‘막장 드라마’의 영역에 욱여넣고 있지만, 데명을 비롯한 많은 젊은 여성들은 지금도 바로 그 비현실과 막장 드라마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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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명 트위터 캡처

 

“가상의 멍청이를 만들어내서 좋을 대로 조리돌림 한 뒤 뿌듯한 표정으로 만화를 마치는 일은 그만해줬으면 좋겠다”는 평가에 대해 데명은 직접 “좋겠다. 나도 내 만화에서 나오는 멍청이들이 가상의 멍청이로 보이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인상적인 대목이다. 말도 안 되는 여성혐오가 판을 치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상, 데명의 그림일기는 휴재가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페미니즘을 그려낼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2. [여탕보고서] (마일로/네이버)

 

아무것도 아닌 몸

 

학창시절 하복을 입을 때면, 나를 포함한 여학생들은 브래지어를 입었다는 사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끔 각별히 신경을 써야만 했다. 가슴을 옥죄는 갑갑한 속옷을 입고도 그 자국이 보이면 안 된다는 이유로 나시나 반팔을 챙겨 입은 채 더운 여름을 나야 했다. 브래지어의 흔적을 지우는 일은 귀찮고, 덥고, 이래저래 짜증 났지만 다들 그래야 한다고 말했기에 의문을 제기해본 적은 없었다.

 

여성의 몸은 언제나 규제돼 왔다. 얼핏 보기에 미디어는 여성의 몸을 신성화해 찬양하는 것 같지만 미디어에 의해 숭배되는 여성의 몸이란 대개 ‘젊은 여성의 아름다운 몸’이며, 그에 해당하지 않는 몸은 지워진다는 점에서 여성의 몸은 규제의 대상이라는 문장은 공고하다. 한마디로 여성의 몸은 섹슈얼할 것을 요구받거나, 섹슈얼하지 않을 것을 요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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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

 

마일로 작가의 웹툰 ‘여탕보고서’에는 여성의 벗은 몸들이 나온다. “금남의 공간이자 신비의 세계”인 여탕을 알려주겠다는 웹툰이니 당연하다. 대부분의 컷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은 ‘벗고’ 있다. 하지만 ‘여탕보고서’ 속 벗은 몸은 섹슈얼하게 소비되지 않는다. 웹툰 속 여성캐릭터라면 스토리의 전개와 무관하게 벗겨지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에서 벗은 몸이 그야말로 ‘떼거지’로 등장하면서도 야하지 않은 웹툰은 여탕보고서가 거의 유일하다.

 

섹슈얼하지 않은 여성의 벗은 몸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작가의 그림체일 것이다. 하지만 그림체만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어딘가 부족하다. ‘여탕’이라는 공간을 그리면서 그것이 야하지 않을 수 있는 까닭은, 그곳이 그야말로 여성들만의 공간이라는 데 있다. 여성을 섹슈얼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주체의 시선이 범접할 수 없는 곳에서 여성의 몸은 평가의 대상일 필요도, 섹스의 대상일 필요도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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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여탕이라고 다를 것 없다 ⓒ네이버 웹툰 댓글 캡처

 

학창시절로 돌아가서, 여학생들의 브래지어가 감춰져야 했던 이유는 그것이 남학생들로 하여금 ‘모종의 상상’을 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문제’는 여성의 몸을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려 하는 남성적 시선이었다. ‘여탕보고서’의 베스트댓글에서 아마도 남성일 한 독자는 “이제 투명인간 되면 뭐하고 싶냐는 질문에 여탕이라는 답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탕보고서’의 이야기 전개에서 벗은 몸은 부차적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테다. 이것은 여성의 일상을 다루는 코믹 웹툰이 남성 독자에게 줄 수 있는 페미니즘적 깨달음의 하나다.

 

글. 아레오(areoj@daum.net)

특성이미지. ⓒ데명, 마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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