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시위는 누군가에겐 어떤 미래적이고 희망적인 무언가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현장 사진과 함께 “저곳이 미래다”라는 갈채의 멘션이 쏟아지고, 현장에 대한 갖은 의미부여나, 그런 의미부여 따위 필요도 없다는 즉발적인 감상들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외부 단체의 개입을 거부하며 연대의식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이화인’으로 한데 어우러져 촛불하나를 노래하는 광경에선 어느 의미론 “오로지 이화인의 목소리”기에 분출될 수 있는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은 모두 이화고, 여성이며, 그로서 여성 집단에 쏟아진 모든 오해와 왜곡들을 깨부술 정도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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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애’는 강했다! ⓒ @Shadow_Pins

 

이화를 혐오하는 이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인터넷에선, (1)“이화여대생이 내 손등에 뜨거운 물 붓고 도망갔”다며 몇 년 전 돌아다니던 부상 사진을 증거랍시고 제시한 조작 글이 돌아다녔다. 꽤 영향력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폴리스 위키’는 해당 글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동조했고, 증거사진이 가짜임이 탄로 나자 그제야 “아니면 말고요”식으로 태도를 바꿨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장을 보도하는 한겨레 기사의 댓글엔 (2)“군 가산점 1점을 뺏기 위해 헌법재판소까지 갔던 이대생들답다”라는 말이 나왔고, 정의당 당원 게시판엔 (3)“(젊은 의경들이) 타오르는, 뜨거운 가슴을 어찌할 수가 없었나 보다. 이화여대생의 인기를 실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모 시사지 편집위원인 H는 점거농성 당시 페이스북에 (3)“나도 감금당해보고 싶다. 여대생들에게 캐어 받으며”라는 조롱을 적었고, 2만 명 가까운 팔로워를 가진 J는 (4)“무슨 일인진 전혀 모르지만, 아마 이대생들이 잘못했을 것이다”라며 시위에 참여한 이대생들을 “댄스댄스 레볼루션 중인 년들”로, 이대생 전체를 “이류 주제에 일류 대우 받고 살아온” “씨발년들”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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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편집 –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일련의 발언들은, (1) 허위 사실을 제보하여 여성 집단의 행위를 악의적으로 흠집 내려 한다는 점, (2) 관련 없는 사안을 이미 부정적으로 가치 판단한 채 그 행위주체마저 일반화하여 제시한다는 점, (3) 특정 사안(학내 투쟁)을 바라봄에 있어 사회적으로 구성된 (여성에 대한) 성 권력적 시선을 개입시킨다는 점, 그리고 (4) 부당하게 지워진, 능력 없고 생각 없으면서도 특권만을 바라는 ‘김치녀’ 이미지를 답습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여성혐오적이다.

 

‘이대’혐오와 여성혐오

 

대학가 남성들 사이에서 이화여대가 경험하는 조롱과 모욕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들은 자주 ‘학업 능력이 떨어지지만 부당하게 높은 대우를 받는’ 혹은 ‘여자들끼리 똥군기 잡고, 서로 질투하고 음모나 꾸미는’ ‘허영심 많고 부잣집에 시집가는 게 목표인’ 그도 아니면 ‘꼴페미 모임’ 등으로까지 묘사되곤 했다.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해 보자. 가령 남성 집단 내에서 미팅이나 소개팅 등의 대화 소재에 이대생들이 등장할 때, 왜곡된 이미지가 버무려지는 일은 흔하다. 이대생들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에 들어맞는 이기주의자로, 혹은 명품과 고학력만 좇아대는 ‘된장녀’ 이미지로, 심지어 종종 ‘자존심만 센 골 빈 페미니스트’ 같은 이상한 단어로까지 소비되는 것을 나는 개인적으로도 겪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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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나온 여자’라는 프레임은 강하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이대생들은 주변 대학생들의 성 욕구(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섹스에 대한 폭력적 열망)에 폭력적으로 노출당한다. 예로 지난달 혐오 발언 문제로 폐쇄 결정된 사이트 타임테이블에선 신촌 근방 소재 남자 대학생들이 이대를 ‘좆집’으로 표현하고 여대생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성폭력적 언사를 일삼아 왔다.

 

‘여성이기 때문에’ 사실과 관계없이 특정 이미지로 일반화되는 것. 일부의, 그것도 남에게 딱히 해를 끼치지 않는 소비행태가 심각한 결함으로 취급되는 것. 어떤 단어를 그 뜻조차 모르고 ‘골 빈’ 같은 악의적 수사와 함께 이미지화시키는 것. 그리고 여성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적 시선을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혹은 그런 생각을 무시하고) 향유하는 것 등을 우리는 총체적으로 여성혐오라고 부른다.

 

바로 이런 혐오의 맥락 위에서 시위에 참여한 이대생들은 빠짐없이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시위대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야 흔하지만, 이대(여성 집단)의 경우 거기에 더 특별한 필요성이 더해진다. 이미 언급한 ‘왜곡된 이미지’를 특정된 맨얼굴에 그대로 덮어씌우는 행위, 더불어 얼굴과 몸매에 쏟아지는 외모품평이나 성폭력적 조롱, 넘어서 실제로 성폭행을 행사하겠다는(혹은 하고 싶다는) 위협적 언사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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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 이대학보

 

당사자들이 경험적으로든 본능적으로든 느끼는 이 ‘여성혐오에 대한 공포감’은 이번 시위에서도 어김없이 현실이 됐다. 위에 나열한 ‘이대라는 공동체’에 퍼부어진 광범위 폭격 이외에도, 사진의 누군가를 가리키며 누가 예쁘다, 누가 못생겼다, 혹은 “저런 년들은 성폭행을 당해봐야 한다” “저기 가운데 XXX를 강간하고 싶다”는 식의 이야기까지 모두 실제로 쓰인 말이다.

 

혐오하는, 잘못된 사회

 

왜곡, 폭력, 혐오, 오해, 지레짐작, 조작, 품평, 욕망, 대상화. 다각도로 생산되는 폭력과 그에 대한 당사자 공포. 이화여자대학교에 쏟아지는 갖은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너무나 다양한 혐오의 실체를 우리에게 드러내 주고, 이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혐오하는 사회. 그래 우리 사회는 고작 이런 곳이다.

 

그래서 ‘이화인들의 연대’는 무척이나 이중적인 의미 양상으로 읽힌다. 그것은 우선 다양한 오해와 혐오의 시선을 뚫고 우리에게 왔다는 점에서 이미지화된 저항과 반격의 신호탄이다. 동시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표상되는, 우리 사회에 ‘공포스런 혐오가 존재’한다는, 그것이 누군가의 ‘눈(비판)과 입(발화)’을 완전히 파괴할지 모른다는 데에 대한 징후적 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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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bu_owl

 

우리는 끊임없이 여성들을 이름 붙이고, 왜곡하고, 혐오해왔다. 그것은 때때로 김치녀로, 된장녀로, 혹은 걸레나 창녀나 돼지 등의 이름으로 모습을 바꾸며 질기고 지루하게 유지돼왔다. 그것을 목도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이화의 이중의미는 통쾌하면서도 죄스러운 현장의 기록이다.

 

기사를 쓰기 위해 이대 출신 동료 기자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봤었다. 대화 끝에, “지금까지 너무 많이 당했”다고 진저리를 치는 그에게서 나는 멋쩍게 눈을 피했다. 그 “너무 많이” 속에 분명 숨어있을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였다. 내 부끄러운 눈과 입이 도처에 널린 이곳. 지금껏 이화는 이곳에서 무엇을 경험했는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언젠가의 시절부터 우리는 왜 이화를 혐오했는가?

 

[이화 梨花]

기획. 이설, 이켠켠, 인디피그, 참새

글. 인디피그(ghin28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