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 사무실 바로 옆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 사무실이 있는데, 날씨가 더워진 이후로는 미닫이문을 살짝 밀어서 사무실 끝부분을 터놓은 채로 지내고 있다. 고함20 사무실에는 없는, 청정넷 사무실의 벽걸이형 에어컨이 만들어내는 냉기를 감사히 나눠 쓰고 있다.

 

요즘 청정넷 상근자들은 자는 시간 빼고는 계속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빠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서울청년의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막, 올해 청년의회의 본격적인 일정이 8월 6일에서 7일까지 1박 2일에 걸쳐 진행된 ‘2016 서울청년의회 청년의원 위촉캠프’로 시작되었다. 100명에 가까운 청년들이 서울시에 제안하고 요구할 정책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서울혁신파크(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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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청정넷 홈페이지는 청정넷을 청년들이 모여 ‘청년문제’를 함께 확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펼치는 사회참여의 장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싶은 청년들을 만나고 함께 대화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청정넷의 일이다. 서울시 정책으로 시행 3년 차를 맞은 ‘희망두배청년통장’, 그리고 ‘청년수당’으로만 축소되어서 불리곤 하는 ‘2020 서울청년보장’ 등이 청정넷 상근자들이 수많은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냈던 그동안의 작품들이다.

 

‘청년 이기주의’가 아니다

 

20대, 청년 문제를 이야기하는 소위 ‘당사자 언론’의 일원으로써 서울청년의회를 지켜보는 심정에는 사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청년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청년들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 상황들을 확인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크게 기대되는 지점이다. 정치, 정책을 비롯한 공공 영역에서 참여할 권리를 배제당하고 있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퍼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청년의회의 성공을 응원하게 된다.

 

다만 청년들이 모여서 사회에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상황 그 자체가 마치 청년들이 자신들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청년들이 실제로 다른 세대보다 우리 세대를 더 우선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미디어가 부추겨 온 ‘세대차이’나 ‘세대갈등’의 이미지는 청년의 이야기가 청년이 아닌 사람들에겐 해가 되는 것처럼 이해하게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정부)와 서울시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청년수당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반응 – “몸 건강한 청년은 나가서 막노동이라도 해라!”, “청년에게 복지가 왜 필요하냐!” – 역시 ‘청년정책’이 얼마나 쉽게 ‘세대 이기주의’로 왜곡되어 이해되는지를 보여주는 실제의 사례다. 청년주거 문제를 이야기하면 노인이나 ‘사회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가 더 어렵다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먼저 나오고, 청년일자리와 노동권 문제를 이야기하면 “배부르게 자라서 눈높이만 높아졌다”는 비난이 등장한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이 사회 전체의 전반적인 불평등 해소, 기회의 평등, 사회참여에의 보장, 구조의 개선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거나 애써 잊혀져버린다.

 

사회는 매우 복잡한 관계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한 면에서 청년들에게만 배타적으로 해당되는 ‘청년 문제’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청년 문제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또한 청년들이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가 ‘청년 문제’와 ‘청년정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더 잘 아는 쪽은 바로 사회에 참여하고자 문을 두드리고 있는 청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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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2016 서울청년의회에서 청년의원들은 11가지 분야의 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여기엔 일반적으로 ‘청년 문제’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 일자리, 주거, 부채, 청년수당 등의 주제 외에도 자전거, 미세먼지, 보건, 장애인, 시민교육 등의 분야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의제 목록에서 스스로가 느끼고 있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청년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청년의원들은 또한 논의 과정에서 연령을 기준으로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다른 주체들과의 갈등 혹은 오히려 다른 계층들이 정책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한다.

 

청년의 목소리에 진지한 사회적 관심 필요해

 

또 한 가지 걱정은 청년의회가 ‘청년’들의 ‘젊음’이 만들어내는 일시적인 이벤트로만 소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조례를 입안하거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청년의회는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청년들의 힘을 모아내는 청년민간주체인 청정넷이 공공주체인 서울시와의 약속을 통해 만들어나가는 실질적인 거버넌스(governance) 실험이다.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의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이 만들어내는 형식적인 그림 자체보다도 청년들이 어떤 것을 서울시에 제안하고 요구하고 있는지, 그 내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청된다.

 

물론 청년의회에 참여하는 청년의원들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주목받을만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청년들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가시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청년의 사회적 행동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시선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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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지난해 처음 열린 서울청년의회를 보도한 매체들의 기사 내용은 매우 아쉬운 수준에 머물렀다. 정책이나 시정 질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진지하게 다루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자리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의 ‘쿨비즈 반바지 패션’을 난데없이 강조하거나, ‘진땀 흘리는’ 시장의 모습을 가십거리 식으로 소비하는 기사들이 주를 이뤘다.

 

청년의원 위촉캠프에 참여한 2016년 ‘청년의원’들은 책임 있는 시정 질의와 정책제안을 하기 위해 1박 2일을 무박 2일로 만들면서 밤샘토론을 이어갔다. 청년 자신들도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성원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스스로 사회참여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의 ‘평범한 시민과는 만나지 않던 정치’나 ‘청년들을 참여로부터 은근히 배제시키는 정치’를 청년들 스스로 극복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기성의 틀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이들이 내고 있는 열정을 ‘어린 청년들의 역할 놀이’쯤으로 치부해버리거나, 청년의회를 청년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박원순 시장이 만든 것으로 그 의미를 축소해버리는 시선이, 그리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일축해버리는 ‘불통’이 청년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가장 큰 장애물이고 걸림돌이다.

 

2016 서울청년의회는 8월 21일 일요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의정 활동’을 벌인다. 11개 의제 분야에 대한 청년의원들의 정책 제안과 시정 질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후에는 이 내용을 토대로 서울시와 협업하여 실제로 제안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한다. 서울청년의회가 매우 평범한 시민들의 일부인 청년들과 공공 영역이 만나서 더 나은 서울,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논의의 장이 되는 성공적인 사례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글.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

대표이미지. ⓒ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