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청년’과 관련된 이슈가 대개 그렇듯, 청년수당 논란에도 청년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청년세대의 삶은 쉽게 함부로 말해져서는 안 된다. 고함20은 청년수당 정책을 둘러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갈등, 논란이 소비되는 방식 등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말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단순한 ‘표 얻기 용’ 정책일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내용일까. 다른 나라에는 비슷한 정책이 없을까. 다른 나라는 ‘돈 낭비’처럼 보이는(사실, 그렇다고 믿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걸까.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최대 6개월간 3000명에게 50만원을 주는, 90억이 드는 예산이다. 2016년 서울시 예산은 27조다. 0.03%다. 이게 말처럼 어마어마한 낭비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들은 이런 ‘낭비’를 하고 있나 안 하고 있나 알아보자.
 
이미 ‘청년보장’하고 있는 국가들
 
가장 먼저 EU다. 유럽연합은 2013년 청년보장 프로그램을 각국에 권고했다. 유럽 청년보장은 청년의 ‘권리’로 인식되기에, ‘보편적’인 특성이 크다. 이에 따라 유럽의 각국은 자신의 사정에 맞게 청년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유럽청년보장 – 유럽 청년정책의 새로운 기본 틀’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은 각각 견습제, 실직 청년의 구직활동에 대한 전반적 지원, 청년의 개별 계획에 따른 수요판단 후 일자리나 훈련 기회 제공으로 대표되는 정책을 이미 이행하고 있었다.
 
 
 
52247-1ⓒYouth Gurantee 공식 사이트
 
 
 
프랑스의 알로까시옹 제도는 구직활동과 취업활동에 전념할 것을 확인한 청년 약 5만 명에게 약 452유로(약 56만원)를 지급한다. 해당 청년은 1년간 취업알선과 같은 관리를 이행하여야 한다. 알로까시옹 제도에는 주거비 지원도 포함된다.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은 25세 이하 청년을 취업시키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한다. 독일은 ‘바푀크’라는 제도로 대학 등록금뿐만 아니라 대학생의 생활비까지 지원한다.
 
유럽뿐 아니다. 일본은 ‘실업 졸업생 집중지원 2015’ 프로그램을 통해 ‘일괄취업’ 정책에서 벗어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따로 실시한다. 이 외에 호주, 홍콩 등도 비슷한 정책들을 시행 중이며 호주는 우리나라의 청년수당과 비슷하게,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조사를 통해 개인별로 수당을 지급한다. 앞서 언급한 유럽 국가들은 언급한 것 이외에도 다양한 청년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 낮은 청년 실업률을 보이고 청년의 고용을 확대하는 효과를 보는 나라도 많다.
 
청년에게 시간과 기회를 주는 청년수당
 
어떤 청년정책이든 간에, 궁극적으로 청년의 취업이나 역량 발전을 목표로 한다. 취업 알선이든, 교육 제공이든 현금 지급이든 모든 것이 그렇다. 이번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실험적이다. 기존의 다양한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 효과에 의문을 품은 것이다. 청년수당 소개 문구처럼 “생각할 시간, 결심할 시간, 움직일 시간, 지금 청년에게 필요한 시간을 보장합니다”가 목표다. 그 시간이 결국에는 청년의 발전과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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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카드뉴스 캡처
 
 
현재 청년들의 악순환은,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할 것을 갖추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토익 공부를 위해, 알바 대신 공모전을 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년 중에는 스스로 알바를 하지 않으면 마땅한 소득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청년수당은 그 악순환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청년이 스스로 움직일 시간을 준다.
 
 
유럽 청년보장과 서울시 청년수당의 차이점은 바로 그 점에 있다. 유럽의 청년보장이 직접적 취업 연계가 큰 틀이라면, 청년수당은 청년에게 직접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이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50만원을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주 30시간 이상의 근로자나 취업자는 제외되고, 중위소득 60% 이하여야 한다. 문제가 된 ‘금전지원’은 계획과 월별 활동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액 역시 쉽게 소비할 수 없는 카드 형태로 제공된다. 비금전 지원으로는 취창업 및 커뮤니티나 역량강화참여 지원 등도 존재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정기소득이 없는 미취업자이면서 사회활동 의지를 가진 청년들에게 2~6개월간 교육비, 교통비, 식비 등 최소 수준의 활동보조 비용(현금·청년수당)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급대상은 서울 거주 만 19∼29세의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이 대상으로, 구직 활동 등 자기 주도적 활동이나 공공·사회활동 등에 대한 계획서를 심사해 선발합니다. 서울시는 내년 시범사업으로 약 3000명을 선발해 월 평균 50만원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 출처 서울잡스
 
이번 청년수당은 ‘0.03%’의 6개월분 실험이다. 비관론자들의 이야기처럼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물고기를 잡아볼 수 있게 시간을 주는 실험이다. 더해서, 물고기를 잡을지 과일을 딸지 청년이 직접 선택하게 하는 실험이다. 이미 직접 청년에게 돈을 주고, 보조금을 지원하고, 훈련과 취업알선을 하는 정책에 어마어마한 돈을 쓰는 다른 국가들은 아직 ‘망국’에 이르지 않았다. 문제가 시급하다면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이 ‘망국’을 막는 길이다. 새 시도를 무조건 ‘망국’으로 몰아세운다면, 그곳이 망국인 이유는 0.03%의 투자 때문이 아니라 그 어떤 새로운 정책과 시도도 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글. 감언이설(gchhg2005@naver.com)
기획. 아레오, 진, 달래, 감언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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