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요? 동물혐오와 육식이 당연시되는 세상에 의문을 던집니다. 고함20의 기획 [동물혐오], 시작해보겠습니다.

 

“사람을 위한 동아리는 있는데 왜 동물을 위한 동아리는 없을까?”

 

‘ANIMATE’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대학생 동물보호 연합동아리다. 보호소 봉사, 캠페인 참여, 학술 활동 등을 통해 ‘동물의 권리와 복지 향상 및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한다. 이지연, 배지수, 곽재호 씨는 2년 전 ‘ANIMATE’에 들어왔다. 현재 그들은 동물권을 주제로 한 미디어를 만들고 논문을 쓰며 동물 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기획 [동물혐오] 팀은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자 다양한 영역에서 동물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이지연, 배지수, 곽재호 씨를 직접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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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E

 

“같은 목표를 향해서 가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각자 달라요. 그래서 서로를 보며 배워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과 이유를 가지고 동아리에 모였다.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함께 자라 애초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람, 반면에 동물에게 관심이 없어서 동물권에 대해서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사람도 있다. 그렇게 각각 다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이곳에서 동물권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동물보호에 관심을 갖게 됐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지연씨가 첫 말을 띄었다.

 

이지연 : 어릴 때부터 동물들을 마냥 좋아했어요. 사육사를 꿈꿨죠. 그 당시엔 철이 없어서, 그저 동물들이랑 지내면 좋은 것인 줄 알았고 그러면 동물들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중학생 때 텔레비전에서 모피의 진실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거기 나온 동물들의 현실은 제가 알던 것과 달랐죠. 동물들이 사회에서 어떤 대우(취급)를 받고 있는지 알게 됐고, 저 자신도 되돌아보게 됐어요. ‘나는 왜 사육사를 꿈을 꾸고 있을까? 그게 과연 그들의 권리를 위한 것일까,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일까?’ 그때부터 동물보호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다른 분들도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서 동물봉사동아리에 들어오신 건가요?

 

곽재호 : 저는 동물보다는 봉사에 방점을 찍고 이 동아리에 들어왔어요. 그러다가 유기견 보호소에 시설 봉사를 갔을 때 좁은 철창 안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원래대로라면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자유를 누렸을 아이들이잖아요. 입양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들의 권리가 침해당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배지수 : 저에게 동물은 그냥 분류학적 의미의 동물, 딱 그뿐이었어요. 한 친구가 털 달린 동물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라고 설교를 해서 이 동아리에 들어오게 됐어요. 아무래도 동물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보니, 동물권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반려동물 사육과 동물원 문제, 그리고 육식 습관과 같은, 제가 한 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차츰 알아간 것 같아요.

 

혐오와 학대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그렇다. 그리고 그 가해자가 우리였을 수도 있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상대에게는 학대였을 수 있다. 동물들은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채 소비된다. 지수씨가 그 ‘인간의 입맛으로 변형된 소비’에 대해 지적했다.

 

배지수 : 강아지 발엔 균형 감각기관이랑 체온조절기능, 땀 배출기능이 있어요. 그래서 신발 같은 걸 신기면 강아지가 잘 걷지 못해요.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강아지에게 신발을 신겨놓고, 잘 걷지 못해서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귀엽다고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려요. 사실 이것도 동물 학대인데, 많은 사람이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냥 자신의 강아지를 귀여워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동물원에 돌고래 쇼는 재밌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죠.

 

이지연 : 동아리 안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동물을 귀여워하고 동물원에 가는 것을 좋아해요. 집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가 하면 누구는 (동물은) 마당 같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 하고, 또 누구는 아예 반려동물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일부에서라도 이에 대해 지적을 하고 있다면 그를 끊임없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어떤 정답을 찾아 해결책을 낸다고 하기보단 다양한 시각들을 접할 수 있는 ‘장’을 만들려 해요. 어렵고 예민하다고 이 문제들을 언제까지나 감출 수만은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20대는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이니까, 이런 문제들을 특히 더 고민해야 해요. 고민이 쌓여 피 흘리는 돌고래와 묘기 부리는 돌고래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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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  ⓒ 뉴스1

 

 

-최근에는 동물권과 관련해서 ‘육식주의 사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어요. 특히 ‘복날’과 같이 특정일을 지정해서 육식을 하는 관습에 대해서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지수 : 개인적으로 (그런 관습은) 저희가 터치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는 고기가 귀해서 잘 먹지 못했으니 그러한 풍습이 형성된 것도 당연한 거겠죠. 아직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다치면 고기를 먹어야 낫는다 하고, 손주가 오랜만에 집에 놀러 올 땐 고기반찬으로 대접해야 한다 생각하세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그분들을 비난할 순 없지요. 하지만 저희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는 인식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지연 : 아, 저는 몸보신이라고 고기를 먹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금은 과도한 육식으로 몸이 망가지고 있잖아요. 정말 몸보신을 하고 싶다면 그 날만큼은 고기를 끊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동물권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그만큼 그것을 실천하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 동물 관련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 유기견 입양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 동물권에 관한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비윤리적인 사육과 도축을 반대하는 의미에서 비건(완전 채식)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지연 : 비건을 시작한 지 이제 6, 7개월 정도 됐어요. 사실 그동안 계속 시도했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자주 포기했었어요. 일단 음식점들 대부분이 고깃집이기 때문에 밖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소수자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도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럴 때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냥 사람들이 궁금한 것을 날카롭게 질문하는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럴수록 최대한 부드럽게 설명을 해드려요.

 

배지수 : 비건이 받는 박해 같은 것들이 솔직히 심해요. 어릴 때 (채식을) 못하는 이유는 급식 때문이에요. 비건을 위한 급식이 없으니까요. (그게 ‘당연한’ 환경이죠) 비건에 대해 알기 전에는 저도 친구들과 모이면 치킨이나 고기를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당연하다’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 알게 됐어요. 이제는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별생각 없이 ‘삼겹살 먹으러 갈래?’라고 말했다가도 아차 하고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래?’라고 말해요. 이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떡볶이를 먹어도 재밌을 수 있고 순두부찌개를 먹어도 왁자지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배지수 : 그동안 제가 모르는 사이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 수 있었단 걸 생각하면 미안해져요. 제 한마디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굳히거나 숨긴 사람들이 있었을 수도 있잖아요. 지금은 저도 하루에 한 끼는 꼭 비건 식사를 하고 있어요. 친구들이랑 저녁에 치킨을 먹기로 약속했다면 그 날 점심에는 두부 샐러드를 먹으려고 노력해요. 개개인의 실천이 모여서 몇만 명이 실천하게 되면, 시장 자체가 점차 바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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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애니메이트는 ‘변화를 위한’ 모임일지도  ⓒ ANIMATE

 

많은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우리 주변의 누군가도 상처받고, 숨고 있지 않을까. 그들을 위한 개개인의 실천이 결국엔 시장 (그리고 사회) 을 바꿔 나갈 거라는 지수씨의 말은 인상적이다. 그 말 그대로, 그들의 노력은 동물뿐만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배지수 : 반려동물 시장이 최근 3~4년 사이 거의 2배 이상 커졌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어요.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많아요. 그러나 그 방식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어요. 2년 전 동아리에 가입했을 당시에는 강아지를 ‘애견샵’에서 사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마트에도 애견샵이 넘쳐났고 많은 사람이 강아지를 ‘산다’고 표현했어요. 지금은 유기견을 데려오고, 강아지를 ‘입양’했다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생겼어요. 깊은 생각 없이 강아지를 사 왔던 친구들도 상당히 부채감을 느끼더라고요. 그 부채감으로 인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동물보호봉사에도 참여하는 친구를 봤어요.

 

이지연 : 생각보다 많은 순간, 우리는 동물이라는 존재를 잊고 살아요. 지구에 우리만 사는 것처럼이요. 그들을 생각하게 되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사랑하고 행동하게 돼요. 지금은 우선 그들을 생각하는 단계가 필요해요.

 

 

글. 호빵맨 (0103hyemin@gmail.com)

사진. 아레오 (areoj@daum.net)

[동물혐오] 기획. 김연희, 엑스, 이설, 콘파냐, 호빵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