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청년연구소]에서는 기존의 논문이나 텍스트를 비평하는 대신, 고함20 ‘청년연구팀’이 작성한 텍스트를 직접 소개합니다.

 

사전은 청년을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소위 ‘사전적 정의’에서야 ‘청년’과 ‘청년 아닌 사람’을 구분할 명확한 조건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디 청년을 정의하고픈 것이 사전뿐이던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청년기본법’ ‘청년 기본 조례’ 등 명확한 대상을 설정해야 하는 정책적 접근에서 ‘청년’의 정의란 다른 양상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청년정책에서 ‘청년’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아래의 <표>는 청년을 그 대상으로 한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2000년대 이후 법안(계류 중인 법안, 임기만료 폐지된 법안 포함)들이 청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정리한 것이다. (청년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동명의 ‘개정안’, ‘수정안’, ‘조례’, ‘법안’이 반복되는 것은 생략했다.)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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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국회에서 신보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년기본법” 역시 “19세 이상 39세 이하인 사람”으로 청년을 정의한다.

  

1. 정책은 ‘청년’을 어떻게 정의해 왔나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청년’을 대통령령에 따라 15세 이상 29세 이하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이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는 예외규정을 두어 15세 이상, 34세 이하가 ‘청년’으로 분류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포함한 많은 법률에서 (청년의 분류는) 청년에 대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정의를 따른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되어 임기만료폐지된 청년발전기본법안의 세 가지 안(김상민 의원 대표발의안, 김광진 의원 대표발의안, 박기춘 의원 대표발의안) 역시 ‘청년’을 연령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세 법안은 청년을 19세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청년’ 기준 연령의 상한선을 각각 34세, 39세, 40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지닌다.

 

청년정책에서 ‘청년’을 정의하는 기준으로 대부분 ‘연령’에 근거하고 있으나, 그 의미론적으로는 과거의 청년층과는 달리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세대적 특징, 즉 현재의 청년층이 가진 ‘출생코호트’적인 특질이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출생코호트?

코호트란 “특정의 경험(특히 연령)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체”를 가리킨다. 출생코호트란 비슷한 출생시기(또한 이로 인한 경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체.  [참조. 사회학사전, 고영복, 2000. 10. 30., 사회문화연구소]

 

임기만료폐지된 [청년발전기본법](김광진 의원 대표발의, 의안 번호 17647)의 경우, 법안 내 용어 정의 차원에서는 연령을 기준으로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청년’을 규정하지만, 법안의 제안이유에선 “3포·5포·7포 세대, 실신 세대”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경제적 약자’로서의 ‘청년’이라는 의미론을 확실하게 덧붙인다. ‘포기’, ‘실신’ 등의 수사를 사용해 오늘날의 청년층이 처한 위기 상황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 법안은 과거의 청년과 오늘의 청년을 구분하는 출생코호트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기존 청년정책의 ‘청년’이 지닌 한계

 

법안이나 조례에서 ‘청년’을 정의하는 방식을 세대사회학적 세대 개념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몇 가지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주로 ‘청년’을 연령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청년정책 도입의 의미론으로서 출생코호트적인 접근(‘경제적 약자’로서의 ‘청년’)을 덧붙이는 식이다. 기존의 청년정책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이와 같은 단순한 ‘청년’ 개념의 사용은 청년정책이 고용정책 위주로만 개발되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의 청년정책에 대한 비판지점을 살펴보자.

 

a.  연령 기준 설정의 문제

 

청년정책(들)에서 ‘청년’을 정의하는 구분 연령은 제각각이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청년발전기본법의 경우 세 가지 안이 각기 다른 나이로 청년을 규정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청년기본조례의 경우에도 광주는 만 19세에서 39세로 ‘청년’을 한정하지만, 충청남도는 청년을 18세 이상 34세 이하로 정의한다. 그러니까 ‘청년’이라는 범주가 연령을 통해 매우 임의적, 자의적으로 설정되는, 소위 ‘붙이기 나름’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청년’을 15세 이상 29세 이하로 규정하며, 예외규정이 지정하는 때에 한해 34세 이하도 ‘청년’ 범주로 포함한다. 그런데 29세는 청년이지만 30세는 청년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혹은 34세는 청년인데 35세는 왜 청년이 아닐까? 이처럼 5년이나 10년 간격으로 코호트를 나누는 개념은 단순한 ‘인구학(demography)’에 근거한다. 하지만 ‘세대’에 관한 문제는 단순히 연령적 접근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청년’을 15~29세와 같은 특정 시점에 고정해 놓고 분석하게 되면 ‘청년’의 정체성이 변화하는 모습과 지속하는 모습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52271-3청년이는 몇짤?

 

게다가 청년정책과 관련된 법률이나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책 대상으로서 ‘청년’은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청년’ 개념과 거리가 멀다. 정책 대상으로서 ‘청년’은 대통령령에 의해 15세 이상 29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 통념상 10대는 ‘청년’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30대 이상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15~29세를 같은 세대로 구분하고 있는지 정책적으로 특별한 설명이 제시되지는 않는다. (설명하자면, 이러한 연령 기준은 주로 청소년(youth)에 관한 국제적인 정의에 그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b.  고용정책 주도, 청년정책 쏠림현상

 

다수의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정책대상으로서의 ‘청년’에 대한 정의를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 국회에서 입법된 청년정책 관련 법안이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한 고용정책, 즉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외에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청년정책에서 고용정책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다. 이전까지 청년정책의 영역은 주로 고용, 그중에서도 특히 취업 자체에만 집중하는 양상을 띠어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거나 만료된 청년정책 관련 법안들 역시 모두 청년의 ‘고용’을 전제한다. 직접 ‘고용’ 분야를 다룬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외에도, 정세균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청년세법]은 청년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면서 이들 세대를 위해 ‘법인세’로서 ‘청년세’를 거두자는 법안이다. [청년발전기본법] 의안들도 청년세대의 지위를 ‘사회적 약자’ 위치로부터 회복하는 것은 일자리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청년정책은 여전히 고용에만 머물러 있다. 언론 역시 청년정책의 해법이 취업과 창업정책에 있는 것처럼 문제 해결의 시야를 가두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사이 청년들의 냉소는 더욱 심해져 가고 있다.”

 

위의 글은 2015년 11월 <경향신문>에 게재된 청년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의 글 중 일부다. 임 위원장은 해당 글에서 청년의제는 “일자리를 넘어 주거, 학자금, 부채 등으로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정책은 ‘일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청년을 동등한 주체가 아닌 어린 시민으로만 보는 정치권의 권위주의적 “고압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청년정책의 방향이 지나치게 ‘고용 중심’으로만 쏠려있다는 문제점 외에, ‘고용정책’ 자체가 지나치게 고용률이나 취업률이라는 양적 수치에만 집중하여 ‘일자리의 질’ 문제를 축소한다는 비판도 있다. 신윤정 씨를 포함한 청년허브 활동가들이 수행한 연구는 지금까지의 ‘청년 의제’라는 것이 오직 “고용의 문제”로서 한정돼, “고용률이라는 수치상의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으로만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경향성 아래에서 “임금수준, 안정성 등 고용의 질”과 같은 문제는 “‘한가한’ 얘기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이전까지의 청년정책이 고용 자체에만 천착하여 ‘고용조건’에 대한 논의를 막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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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들은 만화를 안 보고, 윤태호 작가는 화가 났고, 고함20은 “청년정책 몰꽈,,”를 생각한다 ⓒjtbc

 

c.  청년정책의 의미론 부재

 

앞서 살펴본 이전까지의 청년정책들은 ‘청년’을 연령을 기준으로 자의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일자리의 질보다는 고용률 상승에 초점을 둔 고용정책 위주로만 청년정책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청년에 대한 ‘기본조례’를 채택하고, 고용 외 청년 문제를 다루는 [청년발전기본법]이 발의되는 등 종합적인 청년정책을 설계하려는 시도가 발견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허나 이러한 최신의 청년정책에서조차 ‘청년’과 청년정책에 관한 특별한 의미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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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청년)의미(론) 없다 ⓒMBC

 

“능력개발, 복지증진, 고용촉진, 창업 활성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친 청년의 참여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청년발전기본법] 법안조차 그 당위를 “청년실업자 120만 시대”, “3포, 5포, 7포 세대, 실신 세대” 등에서 찾는다. 다시 청년층은 ‘경제적 약자’로서의 의미론을 통해 그려진다. 연령 기준 외에 특정한 ‘상태’를 통해 청년을 정의하는 정책들에서도 마찬가지. 기준이 되는 ‘상태’들은 대부분 ‘미취업’과 고용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CAP+(Career Assistance Program plus, 청년층 취업지원 프로그램), 취업역량강화프로그램, Hi(hischool 단어의 영문 앞글자, 사회에 처음 진출한다는 의미) 등의 고용노동부 정책사업은 ‘미취업’ 상태의 청년을 상정하고 있다. 청년층을 ‘경제적 약자’로 환원시키는 방식의 ‘청년’ 의미론의 반복이다.

 

3. 지긋한 3포와 88만 원 세대는 정책과 어떤 관계일까

 

특정한 출생 시기와 연령만을 기준으로 ‘고용’의 측면만을 문제시하는 이전의 청년정책들에 비해, 최근 등장한 종합적 청년정책이나 청년의 ‘상태’를 고려하려는 접근은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의미론은 ‘경제적 약자’라는 하나의 의미만을 맴돌고 있다. 이는 최근의 청년 담론 지형에서 ‘청년’을 주로 그렇게 설정하는 경향성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청년의 종합적인 면과 청년 내부의 다양한 상태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여전히 왜 청년이 정책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청년정책 도입의 필요성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3포 세대, 실신 세대’라는 답 이상으로 나아 가지 못하고 있다.

 

‘청년’을 구성하는 그러한 획일적인 의미론은 2000년대 초반 청년실업 문제가 처음 제기되었을 때부터, 2007년 <88만원 세대>가 발간되었을 때부터 계속됐다. 이러한 의미론은 과거 ‘문화’와 ‘소비’ 중심의 신세대 담론과 구분되는 지점으로 전에는 없던 ‘청년세대’를 규정하는 방식이었으나, 비슷한 담론들이 반복적으로 생산되면서 청년정책 안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갔다.

 

‘88만 원 세대’ 담론은 오늘날의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와의 관계 속에서 세대 간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의미를 만들었다. 2012년 <경향신문>이 처음 내놓은 ‘삼포 세대’ 담론과 여기에서 이어진 ‘N포 세대’ 담론 역시 청년문제라는 현상의 원인이 ‘경제적’ 문제로부터만 비롯되었다고 아주 쉽게 장담한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 약자로서 ‘청년’을 의미화하는 청년정책들의 도입이 오히려 청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들이 존재한다. ‘청년’이 정책과 담론에 의해 ‘사회적 약자’라는 의미론으로 불리는 것이 “정책주도불평등(policy-driven inequality)”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업’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청년세대의 삶을 열악하게 만드는 다른 부분에 대한 정책들이 미비해지면, ‘청년정책’이 외려 세대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상을 낳을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방식으로 세대 문제를 계속해서 호명하는 것이 오히려 세대 차이를 과장하고,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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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ㅇㅇ세대”라는 멍멍이(또는 ‘명명命名’이) 들려온다

 

정책은 인구라는 범주화를 필요로 하고, 그 인구라는 범주화는 필연적으로 위와 같은 ‘덧씌워진’ 의미들에 어느 정도 퇴색될 수밖에 없으며, 모든 정책은 그 부작용을 수반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소간 이를 인정해보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그것이 정말 청년을 위하는 결과를 내었는지, 청년을 억압하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청년 정책은 어찌 되었건 의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의미론은 제자리이다. ‘완벽한 정책이 있겠냐’는 말에 앞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다. ‘청년을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어떻게 청년을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 출발일지 모른다.

 

글. 압생트(9fifty@naver.com)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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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정, 권지웅, 정준영, 김민수, 황서연, 한영섭, 송효원 (2015). <“서울이 만드는 다음 세대의 여지, 청년이 만드는 다음 사회의 공공” 청년 정책의 재구성 기획연구>. 서울시청년허브.

-박이대승, 박설아, 이다솔, 정다혜 (2015). <‘청년 담론’분석에 기초한 청년 활동 전망 연구>. 서울시청년허브

-전상진 (2013). 경제민주화와 세대 : ‘연금을 둘러싼 세대들의 전쟁’ 레토릭에서 나타나는 세대의미론과 활용전략의 변화. 한국사회학회 (편).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 (294-324쪽). 파주: 나남.

-박재흥 (2009). 세대명칭과 세대갈등 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경제와사회≫, 81,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