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ning! ‘성’이 아닌 ‘폭력’에 NO를 외친다. [포르NO그래피]

 

“나는 국산이 좋더라”

 

여기서 ‘국산’은 농산물도, 삼성 제품도 아니다. 바로 ‘야동’을 의미한다.

 

사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저 문장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포르노 취향을 공유할 때, 그 자리에 있는 한 명 정도는 ‘국산’을 외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포르노에서 ‘국산 야동’은 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야동은 ‘야한 동영상’의 줄임말로 영어의 ‘포르노’(Porno)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야동의 ‘야함’이라는 동사는 한국적 의미와 정서를 전달한다. 번역이 필요한 ‘포르노’와 달리 한국어 ‘야동’은 그 느낌이 직관적이다. 또한, 야동은 전문 배우가 연기하는 포르노를 포함해, 단순히 ‘야하기만 하면 되는’ 장르로 넓고 가볍게 통용된다. 여자 아이돌의 노골적인 춤 영상에 ‘야동 찍었네’라는 댓글이 올라오는 것이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국산’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면 장소의 의미가 더해진다. ‘국산 야동’은 말 그대로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촬영하고 출현한 야동이다. 즉, ‘국산 야동’이라는 단어와 그 영상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한국인의 섹슈얼리티를 보여주는 표현물이다.

 

왜 ‘국산’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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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aru

 

소비자들에게 있어 국산 야동의 가장 큰 ‘장점’은 ‘리얼리티’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장소와 분위기, 가끔 나오는 한국말(대화) 등은 ‘보는 이’와 ‘야동’ 사이 거리감을 줄인다. 줄어든 거리감은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국산 야동에 나오는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 한국인’의 몸은 시청자와 출연자를 동일시하게 한다. 보는 사람이 마치 그 영상 안에 있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영상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익숙한 배경’은 다른 나라의 포르노에서 느낄 수 없던 신선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국산 야동의 유통과 배포가 통제되지 않는 현실에서 영상의 수위를 판단할 곳도, 기준도 없다. 이는 모자이크의 부재로 이어져 영상의 리얼리티를 심화시켜주는 효과를 준다. 심의 기준에 따라 성기에 모자이크를 넣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영상 안에 모자이크 유무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 다른 나라의 포르노에 있던 모자이크는 국산 야동에서 자연스럽게 삭제된다. 리얼리티에 방해되던 모자이크가 국산 야동에는 사라지면서 국산 야동의 자극성은 더욱 커진다.

 

이래도 ‘국산’이 좋아?

 

헌데 국산 야동의 이 ‘리얼리티’는 불법으로 만들어진다. 우선 한국에선 포르노의 촬영부터가 불법이다. 허나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산 야동’이 대부분 몰래카메라나 리벤지 포르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다. 만들어진 세트장도, 짜여있는 상황도 없는 날 것 그 자체의 영상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되고 배포된다. 일단 이건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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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든 완만함이든 국산 야동에는 ‘남성’을 위한 시선뿐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만화학개론’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국산 야동은 철저히 남성을 위한 리얼리티만을 충족한다. 국산 야동의 카메라 앵글은 영상 속 남성의 눈으로 작동한다. 남성 출연자가 원하는 (혹은 영상의 소비자가 원하는) 시선대로 촬영된다. 영상 안의 권력을 남성이 쥐고 있으면서 그 권력은 소비자에게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전달된다. 바로 이 때문에, 혹 ‘야동’이 상대방의 동의 하 촬영, 배포한 연출 포르노여도 문제가 된다. 영상 속에서 여성의 성적 주체성은 사라지고 여성은 성적 대상화된다. 그 과정 일반이 여성억압의 기제다.

 

카메라가 남성의 눈이 되면서 (어쩌면 당연하게) 남성 출연자의 얼굴은 영상에서 가려진다. 이는 소비자가 영상 속 남성과 동일시되는 효과를 줄 뿐 아니라 국산 야동의 불법성에서 남성을 제외한다. 영상이 배포되어 생길 법적 문제에서 얼굴이 나오지 않은 남성은 자유로워진다. 현실에서 나타날 위험이 오로지 여성에게 씌워진다는 의미이다. 성적 쾌락의 자유를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주체는 남성뿐이며 남성과 여성의 섹슈얼리티에서 권력이 생긴다.

 

“나는 국산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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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대화에서 쉽게 듣던 이 말을 단순히 ‘개취’로 흘려버리기에 그 무게는 가볍지 않다. 자신이 촬영했고 안 했고, 배포하고 안 하고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산 야동’을 보는 순간, 남성중심의 권력관계가 리얼리티를 통해 전달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글. 이켠켠 (gikite93@gmail.com)

 

기획 [포르NO그래피]

기획. 샤미즈, 이켠켠, 인디피그, 타라

 

참고 문헌

-김유리, 이나영 (2012), ‘한국 야동’, 구성적 조건과 의미화의 맥락,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