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산다] (초/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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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

 

주인공 김용은 용이다. 그런데 현대 인간 문명과 자본주의에 찌든 오타쿠 용이다. 용 주제에 이웃에게 정체를 덜컥덜컥 들켜대고, 귀찮은 사건사고로 인간 친구 우혁을 곤란케 하고, 알 수 없는 게임 얘기로 소개팅 상대의 분노 수치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이 한 마리 푼수 같은 용을 중심으로 한 인간과 용들의 코미디 시트콤. 100화 가까운 분량의 [용이산다]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할 필요 없이 [용이산다]의 매력은 갖은 방식으로 연출되는 저 푼수 같은행위의 주체들이 이라는 데에 있다.

 

용이니까 재밌다. 24시간 황토 불가마 티셔츠를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용 자매김용과 옥분은 한국에 처음 온 외부인의 엉뚱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용이라는 강력한 개체(종족)불가마 티셔츠를 걸치고 있다는 것만으로 한 번 더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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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

 

즉 주인공이 인간 생활세계와 괴리감을 가진 어떤 판타지적 존재 () 라는 사실은 그들 엉뚱함의 당위인 동시에 기폭제인 셈이다. 그것이 [용이산다]의 코미디 법칙이다. 헌데 언제나 엉뚱함은 기존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위양상을 포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성의 권력, 고답적 패턴, 고정관념, 그리고 그런 것들로 가득 차 있는 현실 자체까지. 누군가 그 모든 것들을 과격하게 뿌리쳐 나올 때 우리는 규범 속에 남겨진 자로서 엉뚱함과 쾌감을 동시에 느낀다. 어쩌면 그것을 현실과 판타지 사이 괴리와 동경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바로 그것이 [용이산다]와 페미니즘의 접합 지점이다.

 

여성 용 캐릭터가 보여주는 엉뚱한코미디는 작품의 기본 전제인 용의 엉뚱함(사회적으로 구성된) 여성성의 반전을 가미한다. 특히 인간 수컷 하나 키워보실래요?”라는 우혁의 농담에 너 지금 죽을 거 같은데, 나한테 맞아서로 대응하는 옥분의 공격적 스텐스는 [용이산다]의 젠더 반전 코미디를 이끌어가는 클리셰인 동시에 동력원이다.

 

여자 용이라는 소재를 통해 뒤흔드는 젠더 룰은 모습을 달리하며 작품 곳곳에 코미디적 기조를 만든다. 순정만화 여자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남자 용 영수와 동네 조폭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강력한 여자 용 옥분의 역할 반전 연애가 대표적이다. 고백의 순간 울음을 터뜨리는 영수와 그를 흐뭇하게 귀여워하는 옥분의 모습은 연애 내 젠더 기댓값을 허물어트림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민망한 미소를 흘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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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

 

편의점 알바로 근근이 살아가다가도 직장 내 성추행을 용의 무력으로 가볍게 단죄하는 찬희의 사이다 씬도 마찬가지다. 알바 노동 환경의 계층적 약자(여성 파트타이머)가 남성 고용주의 성폭력을 응징할 때, 그것은 성적이고 계급적인 차원의 일탈로서 우리에게 기꺼운 웃음을 선물한다,

 

이 엉뚱한 일탈들은, 자체로 [용이산다]의 미시적(장면 장면에서의 피식거림)이고 거시적(서사 전체에 따라붙는 캐릭터의 행위 패턴)인 개그 포인트가 된다는 점에서 다분히 이중적인 의미를 만화에 내포시킨다. 용처럼 사는 것에 대한 만화적 쾌감과, 결국 만화 밖 현실에서 그것은 판타지일 뿐이라는 두 가지 의미. 일탈에 대한 웃음은 일탈을 허락지 않는 현실에 의해 가능하니까. 그게 인간의 기준으로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이 용들에 웃을 수 있는 – 아니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엉덩이를 더듬는 업주를 날려버리는 것도, 귀여운 남자친구를 위해 하이힐 다리를 즉석에서 부숴버리는 것도, 경찰서에 끌려간 누님의 소식에 흙빛이 되어 피해자의 안위를 묻는 것도, 그럴 수 없는 만화 밖 현실을 인지했을 땐 여성이 용이기에 가능한엉뚱함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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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

 

엉뚱하지 않은 모습, 반전되지 않은 사회의 정상성엔 여전히 (용이 아니라서) 성추행 피해자인 여성들과 (용이 아니라서) 연애관계의 객체로 남는 여자 친구들과 (용이 아니라서) 강력 범죄의 만만한 대상이 되는 여성들이 있다.

 

접합지점은 그래서 중요하다. [용이산다]의 코미디가 정상성의 전복을 통해 다른 방향의 웃음과 쾌감을 공급한다면, 페미니즘의 사회적 전개는 그것의 정치적 올바름을 현실이라는 무대로 견인해낸다. 그것은 삶의 비극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실제의 힘이다.

 

만화와 삶의 접합지점에서 페미니즘은 이렇게 말한다. 용처럼 살아라. 언젠가 옥분과 찬희의 엉뚱한 행동들이 용의 코미디가 아닌 인간의 일상이 될 때까지. 그것이 ~~~~~엉뚱하지 않게 될 때까지

 

글. 인디피그(ghin28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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